재테크기사모음
왜 강한가
도일 남건욱
2007. 5. 13. 12:06
왜 강한가 | |
교육열·학습열 ‘높고’…사교육 ‘좋고’ | |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을 특목고에 보낸 월촌중의 서성진 교장은 높은 특목고 진학률의 비결을 학생들의 자발적인 의지와 노력에서 찾고 있었다. 전국에서 2번째로 많은 특목고 합격자를 배출한 신서중의 진학 상담 교사 진단도 서 교장과 다르지 않았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 외에 이렇다 할 이유는 없다는 설명이다. 교육 위해 ‘가자 목동으로’ 재능 있는 사람이 열심히 하는 사람을 따라올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목동 지역의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거 특목고에 진학하고 있다. 이 지역 중학교들이 특목고 합격자 배출 학교의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목동 지역 학생들은 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것일까. 목동 지역이 유난히 특목고 입시에 강한 이유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교육 열기가 뜨겁습니다. 자녀를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겠다는 의지가 다른 지역에 비해 강합니다. 학생들은 부모들의 분위기를 따라가는 성향이 있습니다. 부모의 교육열이 높은 만큼 학습열이 높고 그것이 높은 학업 성취로 이어지고 있는 구조입니다.” 박교선 영재사관학교 목동캠퍼스 원장의 분석이다. 교육열 높은 강남의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이렇다. 교육열로 따지면 대한민국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강남보다 목동이 특목고에 많이 진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박 원장은 ‘마인드의 차이’라고 말한다. 강남의 부모들은 목동의 부모들에 비해 특목고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먼저 다른 지역에 비해 부유한 부모들이 많기는 하지만 강남에 비해 경제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특목고에 대한 집념을 강화하고 있다. 강남은 해외 유학을 쉽게 생각할 만큼 부유하지만 목동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자니 더 좋은 교육을 위해 특목고를 겨냥한다는 설명이다. 학군의 차이도 특목고 열풍을 불러온 배경으로 꼽힌다. 목동의 고등학교는 8학군으로 대별되는 강남의 학군에 비해 처지기 때문에 특목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자녀를 특목고에 보낸 김남영 씨는 “목동의 학군이 좋다고 하지만 흔히 말하는 명문고는 손에 꼽힐 정도”라며 “목동이라는 아주 좁은 지역을 벗어나면 학교 수준이 많이 차이 나기 때문에 특목고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교육열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에서 부모들이 경쟁 아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가 목동의 신규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교육 때문에 목동으로 이사를 오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는 것. 실제로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월촌중 신목중 신서중 목일중 목동중 등 특목고 입시에 강한 목동 지역 중학교의 지난해 학급당 학생수는 2004년 42~43명에서 44~47명 선으로 증가했다. 2006년 서울지역 중학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35.3명이었다. 처음부터 교육을 위해 목동으로 이주하는 부모가 많아지는 만큼 목동 부모들의 교육열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학부모는 “목동 지역 중학교는 학급당 학생수가 평균보다 10명 이상 많아 교육 환경이 좋다고 볼 수 없다”면서 “하지만 특목고 합격자가 많이 나오니까 ‘목동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이주를 결정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교육열이 높다고 해도 경제력이 없다면 자녀 교육에 충분한 투자를 하기 어렵다. 특히 사교육의 질은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되는 면이 많다. 이 점에서도 목동은 경쟁력이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이주하는 주민들 역시 어지간한 경제력이 없으면 목동 진입을 꿈꾸기 어렵다. 목동의 아파트 가격은 전국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배우려는 의지가 강해도 가르치는 사람의 능력이 모자라면 성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도 목동은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특목고 입시에 전문화된 학원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사교육의 질이 특목고 입시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교육이 목동의 특목고 경쟁력을 제고하는 주요한 요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우수 강사 유입 지속 목동 사교육의 특징은 대형 학원은 대형 학원대로 소형 학원은 소형 학원대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은 학원이라 해도 강사진이 우수하다는 게 학원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영재사관학교 목동 캠퍼스의 박 원장은 “인천과 경기 지역 등 목동 외부에서 좋은 강사진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며 “전문학원들의 경쟁력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췄지만 그중에도 옥석은 있게 마련이다. 이 부분에서 다시 부모들의 교육열이 힘을 발휘한다. 모든 학원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기대 수준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만큼 자녀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학원을 골라내기 위해 부모들이 나선다. 학원들이 주최하는 설명회와 유명 학원의 수강 신청 접수에 구름처럼 많은 학부모들이 모여드는 이유다. 한 학부모는 “목동 지역 주민들 대다수가 비록 중산층 이상이긴 하지만 강남에 비해 경제적인 여유는 없다”며 “한두 학원이라도 제대로 보내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엄마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학구열도 높다. 특히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학생들은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특목고 지원자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상위권에 속하는 학생들의 경우 과거엔 특목고 입시가 선택사항이었다면 최근엔 필수사항이 됐다는 것이다. 자연히 또래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그럴수록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강해지는 추세다. 특목고 입시를 위한 학원 수업은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수업 분위기가 좋다. 이와 관련, 신서중의 한 교사는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를 하는 만큼 교사들도 수업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전했다. 공부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몰려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사실 목동 지역 학생들은 특목고 입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학원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다름 아닌 영어 실력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영어 조기 교육 풍토가 자리 잡은 목동의 학생들은 타 지역에 비해 뛰어난 영어 실력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만점에 가까운 토플 고득점자를 찾는 게 어렵지 않을 정도다. 이에 따라 외국어 비중이 높은 외고 입시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말이다. 교육열, 학구열, 사교육 환경이 모두 갖춰진 목동. 그렇다면 목동의 특목고 강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까. 이에 대해서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것은 몰라도 영어에서의 실력차는 단기간에 극복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특목고 시장에서 목동의 비중은 갈수록 작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특목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특목고의 수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특목고 합격자는 갈수록 고르게 분포될 것이란 예상이다. | |
글 변형주 한경비즈니스 기자 hjb@kbizweek.com | |
입력일시 : 2007년 3월 21일 9시 27분 27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