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기사모음
전 세계 자금 투자처로 급부상
도일 남건욱
2008. 6. 29. 10:56
전 세계 자금 투자처로 급부상
세력 넓히는 대만 경제 마잉주 총통 당선 후 중국과 관계 회복 기대 … 마카오 재벌 10억 달러 투자 |
대만해협과 중국 본토 사이에 자리 잡은 대만. 습하고 강우량 많은 아열대 몬순 기후권에 속한다. 지난 4월 찾은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도 후덥지근한 기온에 하루에도 몇 차례씩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했다. 도심 거리마다 쭉쭉 뻗어 있는 야자수, 도로를 점령한 오토바이 행렬만 빼면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기자는 한-대만 민간경제교류 단체인 서울타이베이클럽(회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백용기 거붕의료재단 이사장이 이끄는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지난 4월 15일부터 4박5일간 대만을 방문했다. 타이베이의 인구는 263만 명 정도. 11개 위성도시까지 합하면 900만 명 수준으로 인구밀도가 꽤 높다. 출·퇴근 교통체증 역시 서울을 떠올리게 했다. 밤새 사람들로 북적대는 타이베이 야시장은 남대문시장과 풍경이 비슷했다.
대만은 지난 3월 국민당 마잉주 후보의 총통 당선으로 경제회복 기대감으로 들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양안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 심리로 투자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주가는 급등하고 대만달러는 초강세를 보였다. 대만에서 만난 한 샐러리맨은 “최근 타이베이 집값이 오르고 있다”며 “요즘 시세로 타이베이의 165㎡(50평) 아파트는 2500만 대만달러에 거래될 정도로 호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비해 20% 정도 오른 가격이다. 대만과 한국을 오가며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원국동 에버리치홀딩스 회장은 “마카오의 한 재벌은 최근 대만에 10억 달러(10조원)를 투자해 화제가 됐다”며 “전 세계 사모펀드 자금이 지금 대만으로 몰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베이 아파트 값 20% 올라 마잉주 총통 당선자는 중국 대륙과의 교류 강화가 대만 경제에 탈출구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3월 30일 기업경영자 모임에서 “대륙 관광객이 대만을 방문하게 되면 매년 600억 대만달러(약 1조9458억원)가량의 소득이 생기고 일자리 4만 개가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당선 후 1년 안에 대만~중국 간 직항로를 개설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현재 한국과 중국 본토를 잇는 직항 항공은 일주일에 280여 편. 반면 양안 간 직항이 개설되면 중국~대만 간 300여 편이 넘는 직항 노선이 운항하게 된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이 대거 대만으로 몰려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중화권 나라 중 대만은 유일하게 토지를 영구 소유할 수 있는 나라다. 중화권 부호들이 대만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몰려들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타이베이에서 만난 요홍성 전 주한국 대만 대표부 경제 참사관은 “얼마 전에도 합쳐서 자산 5000억 대만달러가 넘는 홍콩 재벌 7~8명이 타이베이 부동산 시장을 시찰하고 갔다”고 말했다. 대만 정부가 대만 증권시장을 비롯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중국 자본의 투자 제한을 풀 경우 중국의 한국 투자 수요가 대만으로 분산될 수도 있다.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1만6000달러 정도. 한국의 2만 달러보다 뒤지고 있지만 이런 추세라면 언제라도 역전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시내 중심가에 우뚝 솟은 ‘타이베이 101’ 빌딩은 대만 경제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듯했다. 높이 508m, 101층 건물로 세계 최고층이다. 평일에도 이 빌딩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101 빌딩의 엘리베이터는 분당 1008m 속도로 눈 깜짝할 사이 지상 1층에서 85층까지 사람을 실어 나르고 있다. 타이베이에서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A씨는 “대만 기업이 중국 등 해외에서 벌어들인 미화 4조 달러 상당이 조세 회피 목적으로 외부에서 대기 중”이라며 “이에 대한 정부 규제가 풀리면 막대한 자본이 대만이 자랑하는 IT기업에 투자돼 엄청난 경제적 파장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과 마카오가 최근 눈부시게 발전한 것은 중국의 정책 지원 탓이다. 마카오는 인구 50만 명에 불과하지만 연간 관광객이 150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80%는 중국인 관광객이며 이들이 마카오에 쏟아 부은 돈이 마카오를 아시아에서 가장 GDP가 높은 나라로 변신시켰다.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에 한해 본토에 들어오는 완제품은 제로 관세를 부과하는 특혜를 주고 있다. 이 같은 조치가 양안 관계가 회복될 경우 대만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국 기업 경쟁력 약화 예상 대만 한국대표부 강명수 경제과장은 “양안 관계 개선으로 동아시아 전체에 변화가 올 것”이라며 “한국도 이젠 국교 단절 상태인 대만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대만 기업과의 중국시장 공동 진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만이 중국과 가까워지면 대만을 통한 우회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만 기업은 같은 중화권으로 동포 기업 취급을 받아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강 경제과장은 “대만의 경우 원천기술력과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는 점에서 고부가가치 고수익 사업은 어려운 입장이지만 한국 기업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며 “대만 IT 및 반도체 등 주력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우리 기업은 자체적으로 기술과 제품 혁신을 통한 차별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타이베이= 박미숙 기자 (splanet88@joongang.co.kr) | [937호] 2008.05.13 입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