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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외채와 경상수지 변화
도일 남건욱
2008. 6. 29. 11:07
[양재찬의 프리즘] 겁낼 필요 없지만 넋 놔선 안 돼
‘채무국 코리아’ 경보 |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한국이 4위를 해 국민을 열광시켰다. 그때 외국의 어느 경제학자는 ‘외채 많은 나라들의 큰 잔치’라고 비꼬았다. 외채 3위였던 멕시코가 주최한 이 대회에서 빚이 가장 많은 브라질이 우승했고, 준우승은 외채 2위인 아르헨티나, 3위는 당시 공산권에서 외채가 가장 많았던 폴란드, 4위는 외채 4위인 한국이었음을 두고 한 말이다. 결국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들은 86년 외채상환 동결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특히 멕시코는 선진국 클럽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94년 말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고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외환위기를 맞았다. 96년 OECD에 가입한 한국도 이듬해 말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195억 달러의 긴급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당시 대한민국 환란의 주범은 1년 미만 단기 외채와 경상수지 적자였다. 과잉 설비투자와 환율 불안, 반도체 가격 급락 등으로 경상수지가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가운데 이를 메우려고 빚을 들여왔다. 순대외채무(대외채무-대외채권)가 681억 달러에 이르렀다. 10년 만에 다시 외채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통계만 보면 97년과 닮은꼴이라 찜찜하다. 먼저 순대외채권이 급격하게 줄었다. 2006년까지만 해도 1000억 달러를 넘었던 게 지난해 355억 달러로 급감하더니 올 3월 말에는 겨우 150억 달러(총 대외채권 4275억 달러-총 외채 4125억 달러)에 턱걸이한 상태다. 경상수지도 적자행진이다. 3월까지 누적 적자가 52억 달러, 4월까지 더하면 68억 달러 적자다. 이러다간 언제 다시 순채무국이 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2000년 이후 8년 만에 순채권국에서 순채무국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순채무국이란 말 그대로 정부·기업이 다른 나라에 빌려준 돈보다 빌려온 돈이 많다는 의미다. 여기서 중요한 게 빌려온 돈의 성격이다. 물론 지금 상황은 외환위기 때와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10년 전에는 말 그대로 돈이 없어 빌려왔다. 지금은 초호황을 누리는 조선업체나 해외투자 펀드로부터 선물환을 사들인 은행이 환헤지를 위해 해외에서 달러를 차입하는 과정에서 생긴 게 많다. 외국인들이 요즘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는 데 이게 통계상 외채로 잡힌다. 한국은행이 6월 16일 서둘러 위기론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외채 급증의 주된 요인인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가 2분기부터 주춤해질 것이라고 한다. 자본 자유화와 금융산업 발달로 외국자본 투자가 늘어난 마당에 통계상 외채로 잡히는 돈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단다. 해외차입 금리가 높아진 것도 한국의 외채가 아닌 국제 금융시장의 경색 때문이고. 일리 있는 이야기다. 그래도 2005년 말 1879억 달러에서 2년여 만에 두 배도 넘게 불어난 외채를 가볍게 봐선 곤란하다. 한국은행 설명처럼 국제 금융시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원유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가 확산되며 언제 어디서 문제가 불거질지 모른다. 자본 자유화가 이뤄진 만큼 돈의 이동 속도 또한 빨라졌다. 더구나 베트남·필리핀 등 급격한 통화가치 하락과 주가 급락으로 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이 나타나면서 ‘제2의 아시아 경제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동유럽에서도 외환위기설이 나돈다.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른다. 또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는 판에 환투기 세력이 우리 외채 문제를 부각시키며 외환시장을 공격해 올 경우 환율 급등과 물가 및 금리 상승, 자금 이탈로 인한 추가적인 환율 급등의 악순환이 나타날 수도 있다. 어쨌든 다시 순채무국이 된다는 것은 달가운 일이 아니다. 지레 겁을 먹는 것도 곤란하지만 97년 환란 때처럼 펀더멘털은 괜찮다며 넋 놓고 있어서도 안 된다. 과민반응도 문제지만 과소대응도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새 경제팀은 눈을 부릅뜨고 시장을 지켜보고 정책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하루빨리 갈등을 치유하고 다들 경제에 올인 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
양재찬 편집위원 (jayang@joongang.co.kr) | [943호] 2008.06.23 입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