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기사모음

아파트 값 불패신화 깨지나

도일 남건욱 2008. 8. 29. 19:20

아파트 값 불패신화 깨지나
부동산 시장에 부는 ‘찬바람’
베이징 부동산 거래 ‘꽁꽁’… 올림픽 후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도


중국이 2001년 베이징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이후 전국 부동산 시장은 ‘올림픽 신드롬’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지금은 올림픽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는 온데간데없다. 올해 1~5월 베이징에서 거래된 부동산 면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8% 줄었다. 올림픽 기대심리로 집값이 폭등하리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워아이워자(我愛我家) 부동산 중개업체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베이징에서 거래된 부동산 면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8.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건수 역시 38% 줄었다. 시장 관망 분위기가 대세인 가운데 부동산 거래는 얼어붙었다. 가격을 대폭 내린 급매물만 간간이 소화되고 있을 뿐이다. 집값 하향 조정 압력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베이징뿐만 아니라 광저우의 올해 상반기 거래량 역시 지난해에 비해 60% 주저앉았고 상하이 또한 30% 뒷걸음쳤다. 올림픽 시작 전부터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업계에서는 “올림픽 이후에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을 것”이라는 예상이 생각보다 앞당겨진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스롄디찬(世聯地産) 통계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전국 부동산 시장의 평균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50% 떨어졌다.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가격 역시 대부분 약세다. 광저우를 중심으로 한 주장 삼각주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30% 이상 폭락했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부동산 가격 역시 하락했지만 그나마 수치상으로는 선방한 편이다. 연해 중소도시 또한 거래량과 부동산 가격 모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건설업체와 수요자 간 치열한 눈치 게임이 ‘현재진행형’이다. 토지거래 유찰 현상도 비일비재하다. 올 들어 전국적으로 40여 건의 토지입찰이 유찰돼 대부분 감정가를 훨씬 밑도는 값에 겨우 거래가 이뤄졌다.

큰 흐름은 부정적 시각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정 시기가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가격 인하 대신 시간을 두고 기다리자는 쪽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했던 아파트 값 불패 신화가 일시에 무너진 뒤부터 추가적인 집값 하락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경쟁적으로 부동산 구입에 나섰던 것은 심리적 요인이 컸다. 지금은 또 다른 군중심리가 생겨나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을 예상해 아예 사지 않고 관망하자는 것이다.

베이징 가오퉁(高通智庫顧問) 장훙 사장은 “베이징의 집값 전망은 현재로서는 쉽사리 예단하기 어렵지만 올림픽 이후에 집값이 폭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워아이워자 부동산의 후징후이 부사장 역시 같은 생각이다. 그는 부동산 값이 안정적인 가운데 오히려 약간의 상승요인도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한다. “중국은 확실히 다른 나라와 차이가 나는 특수한 면이 있다”고 후 부사장은 말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베이징은 올해 20만 쌍의 신혼부부가 탄생했고, 14만 명의 ‘올림픽 베이비’가 태어났다. 또 50만 명의 외지인이 유입됐다. 이러한 요인에 따른 주택 수요는 엄연히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줄곧 기다릴 수만은 없을 것이다. 10월이 되면 아마도 거래량이 반등할 것이다. 올림픽 기간에는 엄격한 교통통제와 함께 국가 최대 행사에 관심이 쏠려 비수기라고 볼 수 있으나 4분기가 되면 대기수요가 한꺼번에 분출될 것이다.”

그러나 베이징과기대학 자오샤오 교수는 이러한 대기수요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지 대기수요 때문만은 아니다. 만약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많다면 당분간 거래량 반등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그는 부동산 시장에 ‘신뢰감 상실 위기’가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렇게 국민의 부정적 시각이 대세를 이루면 부동산 시장은 ‘제2의 증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림픽 이후 베이징의 집값은 바르셀로나, 아테네, 시드니 등처럼 폭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되나 주의할 점은 이들 도시는 올림픽 이전에 집값이 베이징처럼 폭등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시드니는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후 연평균 집값 상승폭이 10% 수준이었다. 그러나 베이징은 2007년 한 달간의 집값 상승률이 10%에 달했다. 올림픽 개최 이전 7년 동안 아테네와 시드니의 집값은 두 배 정도 올랐다. 반면 베이징은 1년 만에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창장 삼각주 지역과 주장 삼각주 지역의 집값은 특히 폭등세를 기록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은 국민의 비난 대상이 되었다. 이에 대해 현재 사회 각계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판단은 다르다.

한 부동산 평론가는 “부동산 시장의 가장 좋은 결과는 물론 연착륙이다. 부동산 개발업체는 눈에 띄지 않게 가격을 내리고, 국민은 이를 사들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투기꾼은 떠나고, 시장은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다만 주택시장의 암울함과 비교할 때 호텔 분야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구이린(桂林), 시안(西安) 등 유명 관광도시의 5성급 호텔은 올림픽 기간에 예약이 완료됐다. 현재 올림픽 경기가 개최되는 도시는 전 세계 대형 콘퍼런스 관련 회사의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들 도시는 올림픽 이후에도 최소 1~2년간은 올림픽 개최의 후광을 등에 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대형 회의 공간을 갖춘 고급 비즈니스 호텔이라면 올림픽 이후 폭발할 막대한 회의 수요 때문에 상당한 돈벌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차오 DTZ 다이더량항 호텔부 이사는 말했다.

올림픽 기간에는 일체의 대형 비즈니스 활동이 금지된다. 그러나 올림픽 폐막 이후 9, 10월이 되면 이러한 억제된 수요가 일거에 표출될 것이다. 차오 이사는 “호텔 수의 증가가 단순히 올림픽 특수 하나만을 노린 것은 아니다”며 “당연히 올림픽이 하나의 중요한 계기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베이징 호텔업종에 빨리 투자하라고 투자자에게 권했다”고 밝혔다.

주택보다 호텔에 투자해야

현재 중국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하기 때문에 올림픽 이후 부동산 시장 거품이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은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향후 정부 긴축정책의 변화에 따른 위험 요인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성푸(盛富) 황리중(黃立忠) 사장은 “아직까지는 부동산 시장에 긴축정책의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다”며 “부동산 시장의 향방은 대출금리 동향에 달려 있다. 만약 여신금리가 인플레 압력 때문에 계속 오른다면 시장 상황은 분명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플레 억제를 위한 강력한 긴축정책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은 대출 곤란으로 인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광둥성과 저장성의 수많은 중소기업이 하나 둘씩 쓰러져 갔다.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위험요소는 올림픽이 아니라 추가적인 통화긴축정책 시행 여부와 경기침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기업가 황추리(黃秋麗) / 번역=홍창표 KOTRA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