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치료 세계 1등 기업 될 것”BT 부문 정형민 차바이오텍 대표
대한민국 차세대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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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한 대학교수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실험을 결심한다. ‘난자를 얼리는 기술’이었다. 당시 윤리적 논란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시도였다. 그가 ‘난자 냉동’을 결심한 것은 암환자였던 한 스무 살 여학생 때문이었다.
“그 여학생은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불임 가능성이 있었어요. 난소가 망가져 폐경이 올 수도 있죠.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때 생각했어요. 난자를 보관하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그로부터 2년 동안 그는 쉬지 않고 연구와 실험에 매달렸다. 매일 도축장을 찾아가 소의 난자를 채취해 실험했다. 그는 “수도 없이 실패했고, 실패했다는 논문을 수도 없이 썼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세계 최초로 난자를 얼리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미국 불임학회의 인정을 받아 우수논문상을 받으며 학계에 이름을 알렸다.
2008년 ‘대한민국 차세대 CEO’ BT 부문 대상을 수상한 정형민 차바이오텍 대표 이야기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차 대표는 요즘 다시 지독한 연구와 실험에 도전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이다. 벌써 9년째 이 일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시작은 힘겨웠다.
대학(포천중문의대)이 적극 나서 2000년 3월 대학 내에 줄기세포 연구소를 세워주고 20명의 교수를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줬지만 연구 인프라도 미약했고, 막대한 연구비도 문제였다. 그때 그는 바이오벤처를 세워 줄기세포 연구에 나서겠다고 결심한다. 정 대표는 “큰돈을 벌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망하지 않을 자신은 있다”며 대학과 모기업인 차병원 임원진을 설득했고, 결국 2002년 차바이오텍을 설립했다.
그는 학자이자 교수였지만 CEO로서도 탁월한 경영 수완을 발휘했다. 정 대표는 “벤처를 하는 지인들을 보니 하나같이 자본력이 취약해 망하더라”며 “제대혈은행을 운영한 것은 캐시플로를 확보하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차바이오텍의 제대혈은행 브랜드인 ‘아이코드’는 올해만 150여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이 회사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5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있는 4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인수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 줄기세포 연구의 중심지다. 최근에는 코스닥 상장사인 디오스텍과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에 성공했다. 차 대표는 “직상장도 고려했지만 디오스텍이 신뢰할 수 있는 우량기업이고, 차바이오텍의 의학바이오 기술과 접목할 수 있는 광학 기술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합병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차바이오텍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의학 바이오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위해 일관되게 한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성과는 내년부터 가시화할 것 같다. 차바이오텍은 배우줄기세포를 활용한 심근경색 세포치료제와 성체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간경화 치료제, 태아줄기세포를 이용한 파킨슨병 및 뇌졸중 치료제 등 2년 내 3개 임상시험을 계획 중이다.
향후 5년 안에 3~5개의 임상시험을 추가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근에는 세계적 세포치료제 회사인 ACT와 인공혈액을 공동 개발, 독점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왜 ‘세포치료’에 사활을 거는 것일까? 그의 답은 간단하지만 숙연했다.
“세상 모든 일이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죠. 의학도, 기초과학도 마찬가지잖아요. 내가 만든 세포로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면 죽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이 일에 매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