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기사모음
“2004년 줄기세포 실험으로 입증했다”
도일 남건욱
2009. 5. 21. 19:08
“2004년 줄기세포 실험으로 입증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주장…재판 어디까지 왔나 2009년 0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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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방청석이 가득 찼다. 자리가 모자라 일부 방청객은 벽에 기대 서 있거나 문 밖에 앉아 법정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간혹 휠체어를 탄 방청객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지지자들이었다. 이날 대법정에서는 황 전 교수의 제37차 재판이 열렸다. 2006년 6월부터 진행된 재판은 다음달이면 이제 꼬박 3년이 된다. 최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허용하고 국내에서도 차병원의 체세포 복제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승인되면서 황 전 교수에게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월 중 심리 종료 예정 지난 3년 동안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배기열)는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의 데이터 조작에 황 전 교수의 관여 여부와 연구비 횡령 여부 등에 대해 주로 심리했다. 황 전 교수는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포괄적인 지시를 내린 것은 사실이고 이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은 지겠지만 여러 연구원이 데이터를 다루는 동안 실수하거나 조작한 내용까지 일일이 다 알 순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또 회계처리에서 미숙한 부분은 있었지만 개인적인 도용이나 난자의 거래 대가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연구책임자로서 황 전 교수가 논문 조작에 대해 분명한 책임이 있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다. 검찰은 또 논문 조작으로 연구 성과를 실제보다 부풀려 농협이나 SK 등 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아내고 불법으로 난자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사기 혐의가 적용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이 3년 가까이 되도록 오래 걸리는 이유는 이들 혐의와 관련된 증인만 100명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11일 열린 재판에는 황 전 교수가 서울대에 재직하던 때 비서 및 자금관리 역할을 한 고모 씨와 논문 조작 사태 전 황 전 교수팀에서 일한 3명의 팀원이 증인으로 나왔다. 담당 재판부는 6월 안으로 나머지 증인에 대한 심문과 심리를 끝내고 올해 안에 선고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교수팀 주장, “2004년 ‘사이언스’ 줄기세포 진짜” 황 전 교수의 재판에 대한 학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보다 체세포 복제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진위 여부다. 하지만 재판부는 판결 선고를 할 때 줄기세포의 진위는 따로 판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황 전 교수를 기소한 검찰도 줄기세포나 논문의 진위 자체는 법정이 아닌 학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황 전 교수팀의 줄기세포 진위 여부는 아직도 재판 과정에서 핫이슈로 남아 있다. 검찰은 2006년 1월 구성된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황 교수팀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2004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인간 배아줄기세포(NT-1)가 체세포 복제로 만든 게 아니라 처녀생식으로 생긴 것이라고 발표한 내용을 근거로 황 전 교수를 기소했다. 이에 반해 황 전 교수는 논문의 일부 데이터에 조작이 있었다는 건 인정하지만 NT-1을 만들어낸 건 사실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황 전 교수팀은 최근 자체적으로 NT-1을 재검증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현우 수암생명공학연구원 돼지복제연구팀장은 “NT-1이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로 처녀생식이 아니라 체세포 복제로 만들어진 줄기세포임을 실험으로 확인한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논문으로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충북대 정의배 교수도 이와 비슷한 실험을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실제로 학술지에 논문이 실리지 않은 만큼 학계에서는 여전히 황 전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oung@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