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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의료산업 모델로 ‘강원도 힘’ 키운다강원권, 명확한 선도산업 비전 앞

도일 남건욱 2009. 12. 27. 20:17
新의료산업 모델로 ‘강원도 힘’ 키운다
강원권, 명확한 선도산업 비전 앞세워 선두 질주
‘의료기기+바이오’ 융합에 총력 … 의료관광, 연 8000만 명 겨냥도
김태윤 기자·pin21@joongang.co.kr

지난해 초 이명박 대통령이 원주 의료기기디지털밸리를 시찰했다. 강원도는 의료기기와 바이오산업을 10년 전부터 육성해 왔다.

“강원도는 산업기반이 약하다. 광역권 기준으로 제조업 고용 인구가 전국 1%밖에 안 된다. 특별한 대책이 필요했던 만큼 광역경제권 발전계획이 강원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이근식 강원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사무총장)

“강원도가 앞으로 집중 육성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결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의료기기와 바이오산업을 기반으로 2차 산업을 집중 육성하면서 다른 시·도와의 적극적 연계를 통해 외부 인력과 기술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강원도의 관광자원을 의료와 접목시킨 새로운 유형의 강원도형 의료관광 사업을 통해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고 본다.”(신대용 강원광역권 선도산업 지원단장)

경제와 산업에 관한 한 강원도는 내세울 것이 별로 없는 동네였다. 인구와 지역 내 총생산은 전국 대비 3% 수준이다. 산업 구조는 3차 산업이 2차 산업을 압도한다. 2차 산업 비중은 30%. 전국 평균 44%에 한참 모자란다. 제조업 비중 역시 13%에 불과하다. 특별히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관광’이 거의 전부였다. 그동안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새로운 동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5+2 광역경제권개발’ 정책은 ‘강원도의 힘’이 될 수 있을까? 일단 강원도의 기대는 크다. 자체적인 산업기반 확충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기 때문이다. 특히 선도산업과 관련, 강원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차별화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신대용 강원광역권 선도산업 지원단장은 “원주를 중심으로 한 의료기기와 춘천의 바이오산업을 중심으로 한 의료융합, 그리고 강원도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하는 의료관광 모델은 무궁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원권 광역발전 계획의 큰 그림은 4대 산업 발전축(수도권배후 신기업축, 동해안 발전축, 한민족 평화축, 백두대간 생태관광축)을 세우고, 의료융합과 의료관광을 선도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최종 목표이자 비전은 ‘환동해권의 관광·휴양 및 웰빙산업의 프런티어’다.

강원도형 의료관광 개발

강원광역권 선도사업이 의미 있는 것은 기존에 갖고 있는 경쟁력을 전혀 새로운 신산업으로 확대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선도사업과 관련해 도내 일부에서는 “강원도는 레저·관광이나 광물소재산업이 더 적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신대용 단장은 “의료융합과 의료관광은 새로운 유형의 사업 타이틀”이라며 “기존 사업을 이름만 바꿔 다시 지원하는 것이 아니므로 결과물 또한 전혀 새로운 형태로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반박했다. 일리가 있다. 강원도는 한 해 8000만 명이 찾아오는 관광지다.

그중 외국인이 100만 명이다. 이들을 의료관광으로 연계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유형의 산업과 부가가치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심희상 선도산업지원단 의료관광팀장이 “관광 중심의 의료관광을 표방하는 강원도의 특성상 그 경제적 파급효과는 2차적인 부가 매출에 치중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강원도는 지난 10년간 의료산업을 육성해 본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원주에 위치한 의료기기 테크노밸리다. 이곳을 비롯해 흥업, 동화 등 의료관련 산업단지에 위치한 지역 업체들이 국내 의료기기 수출의 25%를 담당한다.

정부가 선정한 세계 일류상품 또는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 등에 등록된 제품 중 초음파진단기(메디슨), 디지털 X-레이(리스템), 환자 감시장치(메디아나), 자동제세동기(씨유메디칼시스템) 등이 강원도 소재 기업의 작품이다. 다시 말해 기존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통해 성장한 기업들이 광역권 선도산업 프로젝트를 통해 네트워크화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기초단체 간 협력 강화


출발은 순탄하다. 강원권은 제주권과 함께 ‘+2’에 속하는 특별광역경제권으로 분류돼 있다. 도와 광역시가 협의해야 하는 타 지역과 달리 단일 행정체제다. 그만큼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하고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강원도는 의료융합 분야에서 원주 의료기기 테크노밸리와 춘천의 바이오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지역 기업과 대학이 모여 인재양성센터를 설립하고 협의체를 구성했다.

의료관광 분야 역시 거점 기관으로 선정된 의료기관과 리조트 등이 모여 강원의료관광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선도산업 비전도 비교적 명확하다. 의료관광 분야에서는 1단계 사업이 끝나는 2011년까지 1만 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의료관광은 크게 두 유형이 있다.

의료 중심의 의료관광과 관광 중심의 의료관광이다. 강원도는 후자에 무게를 둔다. 일단 차별화된 상품 개발이 우선이다. 강원도는 크게 세 축의 의료관광 전략을 세워놨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레저·관광·휴양이 접목된 ‘헬스케어 의료관광’, 동해안권 관광벨트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해양심층수와 온천을 활용한 ‘해양 의료관광’, 숲 치료 중심의 ‘녹색 의료관광’이다.

의료융합 분야에서는 도내 기업과 거점 대학이 연계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기술의 상품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3년 우리나라가 의료융합 산업 세계시장 점유율 2%를 달성하는 데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광역권개발 정책의 특성상 도내 기초단체들 간 협력이나 다른 광역권 간의 연계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는 것 자체도 큰 변화다.

강원도의 경우 원주는 의료기기, 춘천은 바이오산업, 강릉은 의료·바이오 소재로 나눠 육성해 왔다. 하지만 선도산업에 따라 도내 기초단체와 기업이 망라된 단일 협의체가 구성되면서 기초단체 단위의 산업 육성이 아니라 도 차원의 발전 방향이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타 지역과의 연계도 활발하다. 강원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와 선도산업 지원단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소재 5개 생물의약소재 기업의 이전이 완료되거나 추진 중이다. 또한 바이오 분야 세계적 기업인 바텔연구소와 스크립스연구소 유치가 확정된 상태다.

의료관광의 경우 해양광천수를 활용한 수치료 프로그램 개발 사업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참여하고, 관동대 명지병원은 속초 척산온천에 해양요법 치료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청심국제병원은 고성군에 청심국제한방병원 개설을 계획 중이다. 지역 내 이종 산업 간에도 손을 맞잡는 일이 늘고 있다.

의료관광은 레저·관광·휴양 업계와 의료기관의 연계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신대용 단장은 “거점 의료기관을 선정함에 있어 리조트나 호텔과의 연계 방안을 중요한 평가 요인으로 잡아 선정 절차를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타 광역군과 연계 모색


지난 11월 5일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한국연구소가 강원대학교 내에 개소됐다.
신 단장은 “거점 리조트 선정작업을 진행할 때도 의료기관과의 연계 방안을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라며 “수도권에 위치한 여행사를 도내에 적극 유치함으로써 의료관광의 세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기관과 호텔·리조트, 여행사가 연계된 모델을 정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핵심은 ‘해양 의료관광’ 벨트 구축을 위해 동해안 6개 시·군이 연계할 수 있는 ‘환동해권 해양 의료관광 협의체’를 어떻게 구성하느냐 여부다. 또 오성·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어떻게 협력해 가느냐는 강원도가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다. 가능성은 열려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연구개발 기관이 중심이 되는 원천기술 연구단지. 반면 원주의 경우 의료기기 전문 제조기업이 상용화에 집중하는 산업 클러스터다. 현재 진행되는 선도사업(의료융합) 역시 기업 중심의 기술개발 사업이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 김영호 원주 의료기기 테크노밸리 원장은 “강원도와 첨단의료복합단지 간에 초광역 연계·협력 센터를 설치해 첨복단지로부터 개발된 원천기술이 강원도의 의료기기 전문제조기업으로 신속하게 이전되는 것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와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원주 소재 의료기기 업체 대표는 “의료 기술 개발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선도사업 기간이 너무 짧다”고 말했다.

송재명 강원도청 지역발전담당관은 “정책의 무게가 ‘2’가 아닌 ‘5’에 가 있다”며 “지역 언론에서 강원도가 특별히 소외 받는다는 지적이 많다”고 전했다. 다른 도청 관계자는 “광역경제권 정책으로 강원도의 오랜 숙원인 동해안경제자유구역 지정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강원권 선도산업 주요 내용
■의료융합 쪾바이오 메디컬 융복합산업의 글로벌 기술사업화 허브
쪾초광역 의료융합 중개형 R&D
쪾차세대 세계 일류상품 국제시장 진출 촉진
쪾의료융합 메디케어 제품 개발
쪾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배양기 사업
쪾의료융합 중개 및 마케팅 경영센터 운용
기대효과 세계 일류상품 8개, 거점기업 육성(매출액 300억원 이상) 12개, 해외 연구기관 유치 3개, 세계 일류상품 생산기업 6개

■의료관광 쪾동북아 의료관광 거점 구축
쪾지역 의료서비스 기관 경쟁력 강화
쪾특화 의료관광 연계상품 개발
쪾동북아 의료관광 홍보·마케팅 지원사업
쪾의료관광 전문 인력양성 사업
쪾강원의료관광지원센터 운영사업
기대효과 해외환자유치 5000명, 3년 누적 총소득 990억원
“산학연 클러스터 10년 노하우가 강점”
인터뷰 이근식 강원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사무총장

>> 강원도의 선도사업 선정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의료분야는 1~2년 해서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최소 10년은 육성해야 한다. 강원도는 바이오 산업, 의료기기, 의료 신소재, 건강생명산업 등 도 차원에서 오랫동안 육성해 왔다. 건강·생명 산업 육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지 오래됐다. 의료기기만 해도 국내 수출액의 26%를 도내 기업이 차지한다. 의료관광 분야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은 충분하다.”

>> 선도사업 관련 도내 기초단체 간 갈등 가능성은 없나?

“강원권은 다른 광역권과 달리 단일 경제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결정 구조가 비교적 빠르고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바이오는 춘천, 의료 소재는 강릉, 의료기기는 원주 식으로 특성화돼 있어 인위적으로 재편해야 필요가 없다.”

>> 산학연 클러스터가 성공의 핵심이 될 수 있는데.

“지역 거점대학과 연계가 잘돼 있다. 선도사업과 관련해서는 연세대(원주), 강릉대, 강원대, 한림대 등과 도내 기업 간 협력이 원활하다. 또한 각 거점대학이 글로벌 의료 관련 기업이나 국내 연구소, 대기업 등과 활발한 공동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 도내 지역 언론에선 강원도가 예산 등에서 타 광역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 받는다는 지적을 하던데.

“강원권이 전체 예산 중 6% 정도다. 아직 계획상이지만 적지 않다고 본다. 계획상 예산이 많고 적은 것을 따지는 것은 불필요하다. 문제는 계획대로 충실히 실행하고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느냐다.”

>> ‘5+2 정책’이 강원도가 오래 추진해 온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나?

“광역경제권 개발과 별개로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전국 광역권 중 유일하게 강원도에만 경제자유구역이 없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환동해안 지역은 국가적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동북 3성과 연해주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강원도에 산업기반이 없다는 이유로 자유구역 지정을 꺼리는데 중국은 항구도 기업도 없는 곳을 키운다.”

>> ‘5+2 정책’에 대해 중앙정부에 건의할 것이 있다면.

“중앙정부가 인위적으로 산업을 나눠 배당하기보다는 지역의 필요에 따라 정책이 결정돼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 제대로 성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료관광의 경우, 지역발전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이지만 범위를 의료에 한정하는 것보다는 우리 지역 특성을 고려해 관광 전반을 키우면서 의료를 접목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