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씨가 정리한 살면서 기억해야 할 것
강연차 울산 다녀오는 길에 김열규 선생님의 <그대, 청춘>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1932년생인 선생님이 젊은이들에게 주는 멋진 책인데
꼭 젊은이가 아니더라도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노학자의 인생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책에 나오는 레프 톨스토이의 시와 랭스턴 휴스의 시를 보내드립니다.
<살면서 죽음을 기억하라> -레프 톨스토이
타오르는 촛불이 초를 녹이듯
우리 영혼의 삶은 육체를 스러지게 한다.
육체가 영혼의 불꽃에
완전히 타버리면 죽음이 찾아온다.
삶이 선하다면 죽음 역시 선하다.
죽음이 없다면 삶도 없기 때문이다.
죽음은 우리와 세상, 우리와 시간 사이의
연결을 끊어놓는다.
죽음 앞에서
미래에 대한 질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조만간 우리 모두에게
죽음이 찾아오리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잠잘 준비, 겨울 날 준비는 하면서
죽을 준비를 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올바로 살지 못하며
삶의 법을 깨뜨린 사람만이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할 필요는 없더.
살면서 죽음을 기억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삶은 진지하고 즐거우리라.
<어머니가 아들에게> -랭스턴 휴스
아들아, 내 말 좀 들어보렴.
내 인생은 수정으로 만든 계단이 아니었다.
거기엔 압정도 널려 있고
나무가시들과
부러진 널빤지 조각들
카펫이 깔리지 않은 곳도 많은
맨바닥이었단다.
그렇지만 쉬지 않고
열심히 올라왔다.
층계참에 다다르면
모통이 돌아가면
때로는 불도 없이 깜깜한
어둠 속을 갔다.
그러니 얘야, 절대 돌아서지 마라.
사는 게 좀 어렵다고
층계에 주저앉지 마라.
여기서 넘어지지 마라.
얘야, 난 지금도 가고 있단다.
아직도 올라가고 있단다.
냐 인생은 수정으로 만든 계단이 아니었는데도.
-출처: 김열규, <그대, 청춘>, pp.70-71, 168-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