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의 한 해상풍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박수갈채가 터졌다. 바닷속 45m 지점에 해상구조물을 넣어 세계 최고 풍력발전설비를 세웠다며 자축하는 행사에서였다.
이 얘기를 들은 한국의 한 조선기업 중역이 코웃음을 쳤다. “우린 그런 구조물을 해저 80m까지 별 어려움 없이 설치한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이 해상풍력발전 설비 건설에 세계 최고일까? 그건 아니다.
이 ‘뛰어난 기술’을 해상풍력에 접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상풍력발전은 육상풍력과 달리 바다 관련 기술이 많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장헌상(57) 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 한국 대표는 한국이 이 분야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지난 6일 해상풍력발전 강국인 스코틀랜드의 관련 기업 3개사를 초청, ‘해상풍력발전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의 조선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요. 더 놀라운 사실은 한국 조선회사가 해상풍력에 사용되는 터빈 제작 기술에 관한 일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선만 고집하지 말고 해상풍력으로 눈을 돌리면 노다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럽이 어려운 시장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는 그는 “세계 해상풍력 시장의 수요를 알고, 한국의 강점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세계 시장이 움직이는 방향을 알면 시장이 보인다”고 역설했다. 그는 스코틀랜드와 한국이 협력하면 방대한 시장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왜 해상풍력인가. 2007년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20% 높이기로 법제화했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은 재생에너지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재생에너지 중 특히 해상풍력발전에 올인했다. 유럽에서 최고 밀도의 풍력에너지가 있는 곳이 바로 스코틀랜드다.
유럽에서는 2020년까지 에너지 수요를 맞추려면 80GW가량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준비해야 한다. 이 중 30%만 해상풍력으로 설비한다 해도 120조원가량의 새 시장이 열린다. 지금까지 설치된 풍력발전소의 발전량은 총 122GW다. 향후 7~8년 동안 80GW를 풍력에 투자한다는 것은 엄청난 양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20년 이후에는 해양자원 채취라는 방대한 새 시장이 열린다.
세미나 내내 그는 손님들의 네트워크 구축을 도왔다. 국내 주요 조선기업, 관련 엔지니어링 회사, 자금을 대출해 줄 은행, 정부 기관까지 여러 분야의 중역을 초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업 하나하나는 훌륭하지만 함께 협력하지 못했던 것이 그동안 한국 기업의 실정이었습니다. 모두 원하면서도 아무도 하려고 나서지 않던 일을 이번 세미나가 한 셈입니다. 세미나 자리에서 만나 바로 실무적인 이야기를 하는 중역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세미나는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기업에 그는 강조한다. “3~4년 안에 해상풍력 시장은 두 부류로 나뉠 것입니다. 몇 백조 사업의 주인이 된 자와 되지 못한 자. 이미 한국 기업은 모든 요소를 갖췄습니다. 빨리 움직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