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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이 항생제 내성 얻는 방법 규명

도일 남건욱 2010. 9. 7. 20:05

세균이 항생제 내성 얻는 방법 규명

[표지로 읽는 과학] 점막 감염 원리도 밝혀져

2010년 09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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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표지
이번 주 ‘네이처’는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세균이 다른 세균도 보호한다는 미국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표지로 소개했다.

항생제를 사용하다보면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돌연변이 세균이 나타나게 되고 이로 인해 항생제의 효과가 줄어드는 일이 반복된다. 농약에 내성을 갖는 잡초가 계속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 세균이 어떻게 소속 집단의 내성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정확하게 밝혀진 게 없었다.

연구진은 대장균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항생제 내성 세균이 신호분자인 ‘인돌(indole)’을 만들어 내성이 없는 대다수의 세균을 보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돌은 항생제 내성이 없는 세균에게 영향을 미쳐 해당 세균의 ‘약물배출펌프’를 작동시킨다. 이 펌프는 침투한 항생제를 내보내 항생제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또 인돌이 활성산소가 DNA 등에 붙어 손상을 일으키는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세균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대장균의 이런 작용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면 보다 효과적인 항생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이언스 표지
이번 주 ‘사이언스’는 임질균을 감염시킨 암컷 쥐의 질 점막세포를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 촬영한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독일 연구진은 생식기나 요도, 눈, 인두 같은 점막세포를 감염시키는 병원균이 어떻게 오랫동안 세포와 결합을 유지하는지를 밝혔다.

보통 병원균이 세포 표면에 붙으면 우리 몸은 결합한 세포 조직을 분리시켜 감염을 막는다. 이를 ‘박리’라고 한다. 그런데 병원균이 어떻게 이런 현상에 맞서 강하게 접착될 수 있는지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감염된 쥐의 질 세포를 관찰한 결과 ‘암태아성 항원(CEA)’이 병원균의 정착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암태아성 항원은 암세포에서 분비하는 단백질로 이 항원의 양을 암수치로 간주한다. 장기에 따라 정상 범위가 있어 암 환자가 아니더라도 혈액 속에 일정량 포함돼 있다.

암태아성 항원은 침투한 병원균과 결합해 점막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β1 인테그린’ 단백질을 활성화시켰다. β1 인테그린은 세포외 물질이 세포와 결합할 수 있도록 돕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임질균 외에도 뇌수막염균처럼 점막에 감염되는 균은 대부분 태아성 암 항원과 결합을 형성했다"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감염을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할 것인지 힌트를 얻었다"고 밝혔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