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디자인보다 눈 건강이 먼저

도일 남건욱 2011. 1. 19. 18:51

디자인보다 눈 건강이 먼저
칼자이스 근시 진행 억제하는 안경렌즈 세계 첫 개발
장원석 월간중앙 기자

칼자이스 비전 코리아 강태영 부사장.

취미든 직업이든 카메라를 만지는 사람이라면 칼자이스 브랜드를 선호한다. 칼자이스 렌즈는 뛰어난 성능으로 유명한 고가 렌즈다. 칼자이스는 세계 둘째 규모로 안경렌즈를 생산하고 있다. 칼자이스 비전은 칼자이스의 안경사업 부문이다. 1985년 한국에 진출한 칼자이스 비전은 1991년 충북 진천에 공장을 짓고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올해로 20년째다.

칼자이스는 편평한 안경렌즈를 만들지 않는다. 굴곡이 있는 안구 모양 그대로 렌즈에도 같은 비율의 굴곡을 넣어 제작한다. 당연히 생산비용이 많이 든다. 최근에는 외관상 보기 좋은 편평한 렌즈가 더 큰 인기를 끄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칼자이스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디자인이 아니라 기능이기 때문이다. 칼자이스 비전 코리아 강태영 부사장은 “업계에서 경쟁하는 다른 외국계 업체들은 깔끔한 디자인을 원하는 고객 요구에 맞춰 편평한 렌즈를 제작하지만 우리는 가격이 조금 올라가더라도 눈의 건강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눈의 건강을 먼저 생각한다는 칼자이스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제품이 바로 ‘마이오비전’이다. 2010년 8월 출시된 마이오비전은 어린이의 근시 진행 속도를 줄이는 기능성 렌즈다.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렌즈는 세계 최초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5~11세 어린이 중 50%가 근시다. 12~18세는 무려 80%가 근시다. 마이오비전은 칼자이스와 호주 정부의 눈 연구소가 10년간 공동연구해 개발한 제품이다. 강 부사장은 “중국에서 6~12세 아동 21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 근시 진행을 약 30% 늦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안경 착용 자세까지 고려한 맞춤형 렌즈인 프리폼 렌즈 시장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칼자이스는 세계 최초로 내면 프리폼 기술을 개발해 미국 특허를 받았다. 동공 간 거리, 안면 각 등 고객별 측정값을 렌즈 내면에 입력하는 기술이다. 일반 누진렌즈는 착용 자세에 따라 원하지 않는 도수 변화가 발생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강 부사장은 “세계 렌즈시장이 대중적 렌즈와 의료적 기능을 갖춘 렌즈로 세분되고 있다”며 “한국시장도 기능성 렌즈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칼자이스만의 특별한 기술력으로 승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칼자이스 렌즈는 국내 업체가 생산하는 렌즈보다 세 배 정도 비싸게 판매된다. 함께 경쟁하는 외국계 회사와 비교해도 1.5배 정도의 가격에 팔린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는 렌즈 기능보다 안경테에 더 큰 비중을 둔다. 그래서 기능성 렌즈에 대한 문의는 많지만 실제로 구매하는 소비자는 적다. 칼자이스의 국내 매출은 2010년 기준으로 90억원 정도. 칼자이스의 세계적 브랜드 인지도에 비해 매출이 너무 적지 않나 싶지만 강 부사장은 급격한 매출 신장보다 꾸준히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안경 렌즈 업계는 급속도로 성장하지 않는다”며 “매년 5% 정도 꾸준한 성장이 계속되는 만큼 고급·기능성 제품을 중심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