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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자사고 급증…‘학교간 교육격차’ 더 커졌다
도일 남건욱
2011. 3. 30. 20:42
특목고·자사고 급증…‘학교간 교육격차’ 더 커졌다
한겨레 | 입력 2011.03.30 20:10
[한겨레] 외고·과학고 있거나 사교육특구 '상위권 싹쓸이'
평준화 지역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점수 좋아
"상위권 지역 변동없어…성적공개가 서열 조장"
지난해 치른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학교간 표준점수 평균 차이가 예년보다 더 벌어져 교육격차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230여개 시·군·구 중에서 수능 성적이 상위권인 곳은 대부분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있거나 부유층이 몰려 있는 '사교육 특구'로 불리는 지역이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11학년도 수능 성적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수능을 치른 전국 일반계고(특목고·자사고 포함) 재학생 45만944명의 언어·수리·외국어 영역 성적을 분석한 것이다.
■ 학교간 격차 더 커져
외국어에서 표준점수 평균이 가장 높은 학교와 가장 낮은 학교의 점수 차이는 72.2점으로 성적이 공개된 2005학년도 수능 이후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언어 역시 76.2점으로 2005학년도(72.9점) 이후 격차가 가장 컸다.
이런 현상의 주된 요인은 외고·과고의 증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05학년도 수능을 치른 학생들이 고교에 입학한 2002년에는 외고가 19곳, 과고가 16곳이었으나, 2011학년도 수능 수험생이 고교에 입학한 2008년에는 외고 30곳, 과고 21곳으로 늘었다. 입학생도 2002년에는 외고와 과고를 합쳐 7240명이었으나 2008년에는 1만642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고교 다양화 정책 등으로 학생을 성적순으로 선발하는 학교가 많아지면서 우수한 학생들이 그 학교들로 몰려, 성적이 높은 학교와 낮은 학교의 격차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특목고 등 전국 또는 시·도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가 있어 해당 지역의 성적이 높게 나오는 '특목고 효과'도 여전했다. 외국어영역 1·2등급 비율이 높은 상위 20개 시·군·구 가운데 14곳(70%)에 특목고와 자사고, 전국 또는 시·도 단위로 일정 성적 이상의 학생을 선발하는 자율학교가 있었다. 나머지 6곳 가운데 3곳은 중산층 이상이 몰려 있고 사교육 시장이 발달해 '사교육 특구'로 불리는 서울 강남·서초·양천구였다.
■ 평준화 지역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높아
학생 선발방식별 비교에서는 평준화 지역을 가리키는 '추첨배정 학교'가 비평준화 지역에 해당하는 '당해 시·도 단위 모집학교'(일부 특목고·자사고 포함)의 평균보다 높았다. 언어 영역에서는 평준화 지역의 표준점수 평균이 101.1점이었던 데 견줘, 비평준화 지역의 평균은 97.6점이었다. 외국어 영역과 수리 영역에서도 모두 평준화 지역 표준점수가 비평준화 지역보다 점수가 높았다. 외고나 자사고 등 전국 단위 선발형 고교는 표준점수 평균이 언어 105.7점, 수리가 106점, 수리나 113.3점, 외국어 108.7점으로 선발방식에 따른 유형 가운데 가장 높았다.
■ 지역·학교 서열 굳어져
전문가들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05학년도 이후 수능 성적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지만, 수능 상위권 학생 비율이 높은 상위 20개 시·군·구는 거의 변동이 없어, 수능 성적 공개가 지역 서열화만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동훈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2005학년도 이후 수능 분석 결과는 거의 유사한 내용으로, 국민 대다수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매년 순위만 재탕하는 성적 공개는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일 한국해양대교수(교육학)는 "학생 선발권을 갖고 있는 학교들이 공부 잘하는 학생을 뽑아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을 학교 교육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며 "자사고·특목고의 선발효과를 드러내주는 비교분석은 학교 서열화만 부추길 뿐"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진명선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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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 지역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점수 좋아
"상위권 지역 변동없어…성적공개가 서열 조장"
지난해 치른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학교간 표준점수 평균 차이가 예년보다 더 벌어져 교육격차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230여개 시·군·구 중에서 수능 성적이 상위권인 곳은 대부분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있거나 부유층이 몰려 있는 '사교육 특구'로 불리는 지역이었다.
■ 학교간 격차 더 커져
외국어에서 표준점수 평균이 가장 높은 학교와 가장 낮은 학교의 점수 차이는 72.2점으로 성적이 공개된 2005학년도 수능 이후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언어 역시 76.2점으로 2005학년도(72.9점) 이후 격차가 가장 컸다.
이런 현상의 주된 요인은 외고·과고의 증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05학년도 수능을 치른 학생들이 고교에 입학한 2002년에는 외고가 19곳, 과고가 16곳이었으나, 2011학년도 수능 수험생이 고교에 입학한 2008년에는 외고 30곳, 과고 21곳으로 늘었다. 입학생도 2002년에는 외고와 과고를 합쳐 7240명이었으나 2008년에는 1만642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고교 다양화 정책 등으로 학생을 성적순으로 선발하는 학교가 많아지면서 우수한 학생들이 그 학교들로 몰려, 성적이 높은 학교와 낮은 학교의 격차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특목고 등 전국 또는 시·도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가 있어 해당 지역의 성적이 높게 나오는 '특목고 효과'도 여전했다. 외국어영역 1·2등급 비율이 높은 상위 20개 시·군·구 가운데 14곳(70%)에 특목고와 자사고, 전국 또는 시·도 단위로 일정 성적 이상의 학생을 선발하는 자율학교가 있었다. 나머지 6곳 가운데 3곳은 중산층 이상이 몰려 있고 사교육 시장이 발달해 '사교육 특구'로 불리는 서울 강남·서초·양천구였다.
■ 평준화 지역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높아
학생 선발방식별 비교에서는 평준화 지역을 가리키는 '추첨배정 학교'가 비평준화 지역에 해당하는 '당해 시·도 단위 모집학교'(일부 특목고·자사고 포함)의 평균보다 높았다. 언어 영역에서는 평준화 지역의 표준점수 평균이 101.1점이었던 데 견줘, 비평준화 지역의 평균은 97.6점이었다. 외국어 영역과 수리 영역에서도 모두 평준화 지역 표준점수가 비평준화 지역보다 점수가 높았다. 외고나 자사고 등 전국 단위 선발형 고교는 표준점수 평균이 언어 105.7점, 수리가 106점, 수리나 113.3점, 외국어 108.7점으로 선발방식에 따른 유형 가운데 가장 높았다.
■ 지역·학교 서열 굳어져
전문가들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05학년도 이후 수능 성적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지만, 수능 상위권 학생 비율이 높은 상위 20개 시·군·구는 거의 변동이 없어, 수능 성적 공개가 지역 서열화만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동훈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2005학년도 이후 수능 분석 결과는 거의 유사한 내용으로, 국민 대다수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매년 순위만 재탕하는 성적 공개는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일 한국해양대교수(교육학)는 "학생 선발권을 갖고 있는 학교들이 공부 잘하는 학생을 뽑아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을 학교 교육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며 "자사고·특목고의 선발효과를 드러내주는 비교분석은 학교 서열화만 부추길 뿐"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진명선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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