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가 다시 뛴다] 주춤하던 벤처, 앱으로 다시 뜬다교육용 앱 시장에서 맹활약…해외에서도 매출 많이 올려
![]() ![]() 포도트리의 앱 개발 직원들이 디자인 회의를 하고 있다. 이 회사가 여름에 내놓을 ‘오즈의 마법사’는 태블릿 PC를 든 손의 움직임에 반응해 일러스트도 함께 움직인다. |
2009년 말 슬슬 늘기 시작한 스마트폰은 1년 남짓 사이 1000만 대 넘게 팔렸다. 이명박 정부 들어 IT(정보기술) 붐이 시들해지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헤매던 신생 벤처기업엔 가뭄의 단비 같은 일이었다. 특히 중간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앱스토어와 같은 플랫폼을 거쳐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은 벤처기업에 더욱 매력적이다. 벤처기업 드림위즈에 따르면 국내 앱 개발업체는 현재 700여 개로 늘어났다.
게임·음악·뉴스 등 여러 종류의 앱 시장에서 벤처기업이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교육이다. 원래 교육산업은 거대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새내기 기업이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웠다. 스마트 시대가 열리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모바일 기기 대중화에 힘입어 벤처기업은 특유의 창의성과 발 빠른 개발 능력을 동원해 새로운 기기에 어울리는 학습 콘텐트를 생산해 교육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간단명료함이 돋보이는 단어 학습 앱으로 인기를 모은 워터베어소프트, 카카오톡으로 유명한 김범수 사단의 포도트리, 에듀테인먼트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는 코코네를 통해 벤처기업의 새로운 미래를 모색해봤다.
교육용 앱으로 활로 찾다
어학 학습용 앱은 틈이 날 때마다 모바일 기기를 들여다보며 공부할 수 있고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수요가 많아 앱 시장에서도 인기가 좋다.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의 학습은 물론 수능, 토플, 텝스, SAT까지 망라한 ‘업다운’ 시리즈는 대표적 어학학습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현재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60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업다운 시리즈는 일종의 단어장이다. 앱을 실행하면 외국어 어휘가 화면에 뜨고 잠시 후 뜻이 아래에 한글로 나온다. 단어를 자신이 알고 있다면 화면을 위로, 모르면 아래로 내리면 된다. 날짜별로 공부한 내용이 기록된다. 사용자가 외우지 못한 단어를 반복적으로 학습하도록 설계했다. 간단명료함이 업다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앱을 개발한 워터베어소프트의 조세원 대표는 서울대 벤처동아리 출신이다. 설립 초창기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교육업체 이투스의 창립 멤버다. 이투스가 SK커뮤니케이션즈로 인수된 후 SK에서 일하다가 다른 이투스 창업 멤버와 손잡고 워터베어를 세웠다. 조 대표는 “디지털 교과서를 염두에 두고 시작했지만 막상 시장이 더딘 것을 보고 앱 개발로 방향을 돌렸다”고 말했다.
초기에 시장에 진출한 뒤 수익성이 좋은 어학과 유아용 앱을 집중적으로 개발한 게 적중했다. 설립 첫해인 지난해 매출 10억원을 올렸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5억원을 벌었다. 전체 매출의 30%를 해외에서 올린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워터베어가 개발한 태블릿PC용 앱은 유아용 교육 콘텐트가 대부분이다. 알파벳·숫자·색깔 공부를 위한 ‘토들러(toddler)’ 앱 시리즈, 한글 교육용 앱인 ‘딩동댕 한글’은 유아가 색칠하고 적고 들으면서 배운다. 놀이와 음악, 게임을 접목해 쉽게 학습할 수 있다. 기존 유아용 학습지와 비슷하면서도 모바일 기기의 쌍방향적 특성을 잘 살렸다. 두 가지 모두 출시하자마자 앱스토어 1위를 차지했다.
일본 시장에 내놓자마자 유료 앱 순위 1위를 차지한 포도트리의 영어학습용 앱 ‘수퍼0.99’도 시장에서 화제다. 수퍼0.99는 방대한 자료와 고급스러운 화면 구성, 시각적 요소로 사용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토익을 비롯한 각종 시험용 영어 단어는 물론 숙어, 어원과 어근, 활용 영어 단어까지 망라했다. 원어민 발음과 테스트, 단어장도 포함됐다. 학습지 50권 분량으로 3만 개의 단어를 학습할 수 있다. 가격은 0.99달러로 싼 편이다.
포도트리의 이진수 대표는 사전 읽기가 취미였을 정도로 ‘단어광’이었던 자신의 경험을 제품에 반영했다. 포도트리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지분의 50%를 가진 회사다. 이 대표는 NHN 마케팅센터장과 카카오톡 부사장을 거쳤다. 이 대표는 “단어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만 1년이 걸렸다”며 “이 자료를 바탕으로 앞으로 500여 개의 어휘 앱을 나라별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온라인 교육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는 걸 보고 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웹 콘텐트 사업과 달리 앱은 서버를 구축하거나 사용자 환경을 표준화하는 식의 구축 비용이 훨씬 덜 들어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종이 매체와 구별되는 모바일 기기 특유의 창조적인 콘텐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포도트리의 또 하나 인기 상품은 ‘Who?-세계인물학습만화’ 시리즈다. 스티브 잡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현존하는 유명 인사의 어린 시절을 다룬 만화가 출시 직후 아이패드 유료 앱 1위에 올랐다. 올여름 중 출시할 ‘오즈의 마법사’ 그림책 앱은 회사가 가진 기술력을 쏟아부은 대작이다. 마치 3차원 영상을 보는 듯 생생하게 움직이는 일러스트에 독자의 동작과 터치에 반응하는 쌍방향적인 특징이 있다. 이 대표는 “급성장하는 앱 시장에서는 사용자 데이터를 모으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1위 앱 1개를 개발하는 것보다 100위를 하는 앱 100개를 개발하는 양산 시스템을 갖추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에서 통하는 최고의 앱을 개발해 5년 안에 10억 번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스마트러닝 시장의 핵심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에듀테인먼트다. 교육과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다. 모바일 기기로 게임하듯 학습하는 형태의 콘텐트가 각광을 받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 어학교육업체인 코코네는 ‘갑자기 들리는 리스닝 왕국’이라는 영어학습 앱을 내고 교육 카테고리 앱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 제품은 영어 듣기 학습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코코네는 한·일 동시 공략
이 앱을 실행하면 마치 게임의 첫 화면처럼 어느 왕국 마을의 풍경이 나타난다. 게으른 왕을 대신해 백성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이 마을에 건물이 하나씩 세워지며 왕국이 아름답게 꾸며진다. ‘백성들의 이야기’란 곧 영어 듣기 문제다. 마치 ‘심시티’란 게임처럼 나라를 만드는 과정이 흥미롭다. 문제 수준은 초·중급 정도다.
코코네는 리스닝 왕국 앱을 일본에서 4월에 먼저 출시하고 한국에는 6월 말에 내놨다. 일본에서 10만 다운로드, 한국에서는 일본어 학습용과 영어 학습용을 합쳐 2500건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온라인 에듀테인먼트를 2년간 개발한 코코네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의 일부 콘텐트를 앱으로 변환해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에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건 한국보다 5배나 큰 일본 앱 시장을 감안한 전략이다. 유희동 코코네 이사는 “기존 출판물을 앱으로 만든 게 아니라 게임과 교육을 결합한 자체 개발 콘텐트라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는 물론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도 강하다”고 말했다. 코코네는 올해 중 중국 시장에도 진출해 한국어와 일본어 학습 앱을 내놓을 예정이다.
박미소 기자 smile8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