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기사모음
암, 자동 조직검사로 100% 잡아낸다
도일 남건욱
2012. 1. 27. 20:45
암, 자동 조직검사로 100% 잡아낸다
표준연 이태걸 연구원, 심상준 고대 교수 등 개발
2012년 0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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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암에 걸렸는지 알아보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조직검사’다. 병리의사가 현미경으로 세포의 모양이나 색깔을 보고, 암의 종류를 알아맞히는 작업이다. 암의 종류를 알아야 적합한 항암제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조직검사 없이도 암을 정확하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암 검진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립암센터와 공동으로 ‘자동 조직검사’ 기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환자 몸에서 떼어낸 암 조직을 현미경으로 살펴보지 않고, 소변검사처럼 기계로 판독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메타볼로믹스(대사체)’에 주목했다. 암의 대사(영양분 등을 주고받는 생명현상)를 맡고 있는 물질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이 박사팀은 암 조직을 얇게 잘라 낸 다음, 여기에 이온빔을 쏘았다. 암 조직에 반사돼 나오는 ‘2차 이온빔’을 정밀한 질량분석기로 조사한 결과 66종류의 암 대사체를 찾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원은 “대사체의 성분과 비율을 살펴보면 수백 가지 암의 종류를 거의 100% 확률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분석화학 학술지 ‘어낼리티컬 케미스트리’의 지난해 11월호에 실렸다.
심상준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도 ‘전립샘 암 검진’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암 환자에게서만 발견되는 물질, 즉 ‘표적물질’을 발견하면 암 발병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과거에는 표적물질을 ‘형광물질’로 염색한 후, X선 등을 쪼여 살펴봤지만 신호가 미약해 판독이 쉽지 않았다. 심 교수팀은 미세한 자성물질(자석에 끌려 들어가는 성질을 가진 물질)을 형광물질과 섞어주면 표적물질에서 나오는 신호가 훨씬 뚜렷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 연구결과는 독일 나노분야 학회지인 ‘스몰’ 23일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이건국 국립암센터 종양은행장(병리전문의)은 “병리의사들은 이미 면역반응 검사, 유전자 검사 같은 다양한 기법을 보조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기술발전에 따라 암 진단 기법도 점점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기자 enhanced@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