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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이해하는’ 뇌 부위 잘못 알려졌다

도일 남건욱 2012. 2. 1. 13:54

‘듣고 이해하는’ 뇌 부위 잘못 알려졌다

美연구팀, 기존 ‘베르니케 영역’ 오류 밝혀

2012년 02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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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알려진 언어중추 두 가지. 언어중추는 모두 대뇌피질 왼쪽반구에 있고 브로카 영역은 뇌의 앞 부분에, 베르니케 영역은 뇌의 뒷부분에 있다. 사진 출처 : 위키백과
“인간의 뇌에서 언어를 담당하는 부분은 어딜까?”

무엇이든 찾아주는 인터넷포털 검색창에 이 질문을 올려보자. 그러면 브로카 영역(broca's area)과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이란 답이 뜬다.

브로카 영역은 1861년 프랑스 외과의사이자 신경해부학자였던 폴 브로카가 찾아냈다. 말을 제대로 못하던 자신의 환자를 부검해 대뇌피질 왼쪽반구에 있는 특정 부위가 손상된 걸 발견한 것이다. 말을 잃어버린 다른 환자를 부검했을 때도 같은 결과를 얻어, 해당 부분이 음성언어를 담당한다고 주장하며 '브로카 영역'이라고 명명했다.

13년 뒤인 1874년 독일의 신경과 의사인 칼 베르니케는 또 다른 언어중추를 찾아냈다. 유창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의미 없는 단어를 나열하는 사람들을 보고 발견한 영역이다. 이 부분이 손상되면 발음이나 억양 등 말하는 데는 문제 없지만 조리 있는 문장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알려졌다.

150여년 전에 발표된 이런 내용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일반화됐다. 오랫 동안 사람들은 뇌에서 언어를 담당하는 부분에 대해 늘 똑같은 그림을 봐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베르니케 영역의 위치가 잘못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 찾은 베르니케 영역은 원래 알려진 베르니케 영역과 3cm 정도 떨어져 있다. 사진 출처 : 조지타운 메디컬센터

미국 조지타운대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베르니케 영역이 알려진 위치에서 3cm 떨어진 곳에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월 30일자에 발표했다. 뇌처럼 복잡한 기관에서 3cm는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차이다.

조셉 라우스체커 박사팀은 언어장애를 가진 환자의 뇌를 800개의 뇌 좌표로 만들고 단순한 소리와 단어를 들려줄 때 각각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과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로 촬영, 관찰했다.

총 115장의 뇌 사진을 분석한 결과, 언어를 사용할 때 활성화되는 영역은 기존에 알려진 베르니케 영역이 아니라, 3cm 정도 떨어진 청각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근처인 것이 밝혀졌다.

이를 근거로 라우스체커 박사는 “언어처리를 담당하는 정확한 부분을 찾았다”며 “기존의 의학교과서를 새로 써야하는 결과로 다른 연구자가 똑같은 작업을 하더라도 같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인간의 언어중추가 원숭이의 언어처리 영역과 비슷한 곳에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있다.

인간의 언어중추가 다른 영장류와 다르다는 점을 근거로 언어는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특징이라고 믿어져 왔다. 이는 언어와 진화의 관련성도 설명해줄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과학자들은 원숭이와 사람은 같은 언어를 가질 수 없다고 믿어왔는데, 두 종의 언어중추는 매우 유사하다”고 “이번 연구 결과를 계기로 영장류 언어의 기원에 대해 다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