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무취미의 권유

도일 남건욱 2012. 2. 7. 16:19

무라카미 류의 비즈니스 잠언집을 읽다보니까
그야말로 잠언이군요.
새겨서 성찰해 볼 만한 글들의 꽤 있습니다.


1. 무취미의 권유

나는 취미가 없다.
소설을 쓰고, 영화와 쿠바 음반 제작도 하고,
전자 메일도 매거진도 편집하고 발행하지만
이는 모두 돈이 오가고, 계약서를 쓰고, 비평의 대상이 되는
'일'이다. 물론 나도 쉴 때에는 개와 산책도 하고,
스포츠센터에서 수영도 하며,
해외 휴양지의 해변에서 독서도 하고,
온천을 찾아가서 피로를 풀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취미하 할 수는 없다.

요즘 넘쳐나는 '취미'란 한결같이 동호회처럼
특정 모임에서 세련되고 완벽한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을 현실 속에서
성찰한다거나 변화시키는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취미의 세계에는 자신을 위협하는 건 없지만,
삶을 요동치게 만들 무언가를 맞닥뜨리거나 발견하게 해 주는 것도 없다.
가슴이 무너지는 실망도,
정신이 번쩍 나게 하는 환희나 흥분도 없다는 말이다.
무언가를 해냈을 때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성취감과 충실감은
상당한 비용과 위험이 따르는 일 안에 있으며,
거기에는 늘 실의와 절망도 함께한다.
결국 우리는 '일'을 통해서만
이런 것들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2. 소수파의 원칙

이렇게 하라는 명령이나 지시,
이런 것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나 권유
이런 일을 하는 쪽이 좋겠다는 권장 따위는
모두 벤처의 본질과 원칙에 어긋난다.
벤처 정신을 지닌 사람은 원칙적으로 소수파이다.
누구나 하려고 하는 것,
누구나 이미 하고 있는 것,
이미 수요가 포화 상태인 것,
가치가 정해져 있는 것 따위에 본능적으로
등을 돌리는 자질이 없다면 벤처에 뛰어들 수 없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정보아 지식, 네트워크를 넓히려 부단히 노력해야겠지만
항상 소수파의 태도를 견지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기성'의 물결에 휩쓸려 버리기 때문이다.
도요타도 소니도 혼다도
창업자는 사회의 소수파였다.

소규모로 외롭게 출발하여 다수파로서 편입을
고집스럽게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벤처의 원칙이다. 



3. 일과 인생의 파트너십

결혼 적령기를 지난 미혼 남녀가 늘어나고
이혼이나 가정 폭력이 증가하는 것도 '의존'관게가
주요원인이다.
특히 나이든 부부의 황혼 이혼은 주종과 의존의 낡은 패더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노년 남자들의 책임이 크다.

사업의 동반자와 부부는 닮은 점이 많다.
신뢰가 기본이라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잘못을 바로잡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부부 사이나
사업 동반자 사이가 마찬가지이다.

가장 절실한 조건이 있다면 혼자서도 생존할 수 있는지,
그러니까 자립과 자율이 가능한지에 관한 것이다.
이상적인 사업동반자는 '그 없이는 사업을 해 나갈 수 없는'
사람이 아니다.
'당신 없이는 일도 할 수 없고 살아갈 수도 없다'는 감정은
사랑으로 충분한 것이기도 하지만
부지불식간에 의존적인 관계를 굳힐 위험이 크다.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신뢰와 전망을 공유할 때
이상적인 동반자로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출처: 무라카미 류, (무취미의 권유), 부키, pp.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