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경제성 낮지만 안전한 토륨 핵연료 다시 부상
도일 남건욱
2012. 2. 13. 14:56
경제성 낮지만 안전한 토륨 핵연료 다시 부상 인도, 중국, 미국 EU 등 세계 각국 연구 경쟁 점화 2012년 0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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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이 아닌 제2의 방사성 핵연료 ‘토륨’을 쓰는 원전 개발이 한창이다. 우라늄보다 풍부하고 안전하며 폐기물 발생량과 독성이 적어 미래의 대안으로 꼽힌다. 토륨은 원전 연구 초창기부터 연료 후보로 꼽혀왔던 물질이다. 바닷가 모래 등에 풍부하며, 매장량도 천연 우라늄에 비해 4배 많다. 매장 국가도 호주와 미국, 터키, 인도, 베네수엘라, 노르웨이 등 거의 모든 대륙에 고르게 퍼져 있어 산출국이 편중된 우라늄에 비해 활용하기도 쉽다. 특히 우라늄 가운데 현재의 원전에서 연료로 이용가능한 동위원소는 우라늄-235뿐으로 비율이 전체의 0.7%에 불과하다. 하지만 토륨은 하나의 동위원소(토륨-232)로 돼 있으며 100% 연료로 이용할 수 있다. ●토륨, 낮은 경제성 때문에 우라늄에 밀려나 토륨은 원전 개발 초창기에도 우라늄과 함께 연료 후보로 꼽히던 물질이다. 하지만 우라늄에 비해 경제성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가장 큰 이유는 토륨이 스스로는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재 원전에 이용되는 우라늄-235는 중성자를 만나 핵분열을 일으키면서 핵분열 물질(우라늄이 쪼개져 만들어진 작은 핵종들)들과 에너지, 그리고 다량의 중성자를 배출한다. 이때 만들어진 중성자는 다시 우라늄을 핵분열시키는 데 이용되는데, 그 양이 충분해 따로 중성자를 공급해 주지 않아도 알아서 이 과정이 되풀이된다. 이것이 연쇄반응이다. 우라늄과 달리 토륨은 연쇄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성자 수가 부족해 외부에서 중성자를 만들어 공급해 줘야만 핵분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중성자 공급을 중단하면 핵분열도 멈춘다. 너무 잘 타서 오히려 불꽃이 커지지 않게 조절해야 하는 우라늄과 달리, 토륨은 조금만 관리를 해주지 않아도 금세 꺼지는 까다로운 연료인 셈이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가해야 하니 우라늄에 비해 경제성도 낮을 수밖에 없다. ●토륨의 단점, 안전성에서는 장점으로 최근에는 이런 토륨의 단점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사상 최악으로 꼽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뒤, ‘활활 잘 타는’ 우라늄 원전의 장점이 재난 앞에서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체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금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사고시 저절로 꺼지는 토륨 원전의 단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주목 받고 있다. 토륨 원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성자를 공급해 주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가장 많이 연구된 것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카를로 루비아 박사가 제안한 ‘에너지증폭기’다. 에너지증폭기는 양성자가속기를 이용해 가속한 양성자를 납이나 텅스텐과 같은 금속에 충돌시켜 중성자를 발생시킨다. 이 중성자는 대단히 높은 에너지를 지닌 중성자(고속중성자)로, 원자로 내부의 토륨-232와 충돌한 뒤 몇 단계의 반응을 거쳐 우라늄-233을 생산한다. 이 우라늄-233이 다시 중성자와 충돌하면 핵분열을 일으키며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홍승우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루비아 박사가 10년 동안 이론적 검증을 끝낸 상태”라며 “우라늄 원전 못지않게 높은 효율을 내면서도 사고시에는 저절로 냉각할 수 있는 원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 중국, 미국, EU 등 실증 연구 시작 남은 것은 실증 연구다. 이를 위한 세계 각국의 연구 경쟁도 치열하다. 인도는 기초 연구만 10년 넘게 하다 작년 11월 발전소 건설을 공식 선언했다. 중국은 작년 1월 이 분야에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 프로그램을 세워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스리마일 사고 이후 원전 연구에 무관심했던 미국도 에너지부와 국립연구소들이 주축이 돼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벨기에는 유럽연합 국가들과 공동으로 실험용 납냉각로 ‘미라(MYRRHA)’의 설비 일부를 토륨실험로로 개조해 연구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연구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가속기 연구를 하던 연구자가 일부 있었지만, 이들이 소듐냉각고속로 등 4세대 원전에 ’올인’하면서 맥이 끊겼다. 학계 일부에서 에너지 증폭기 연구를 시도하고 있지만, 국가가 전략적 사고를 갖고 접근해야 하는 에너지 산업이기에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물론 한계도 있다.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중성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또다른 장수명 핵종이 나오는 등 해결할 문제도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안전성과 자원의 활용성에서 갖는 장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원전 연구의 다각화가 아쉬운 대목이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