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암, 진실한 불편

도일 남건욱 2012. 4. 1. 17:05

불편한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다치바나 다카씨는 대단한 작가입니다.
그의 글을 좋아하는 분들도 꽤 많으실 것으로 봅니다만
이번 책은 자신이 경험한 2007년 방광암 수술을 기화로
암을 심층 취재한 내용을 정리한 책입니다.
영상자료는 2009년 11월 23일, 일본 NHK에서 방영한
‘NHK스페셜-다치바나 다카시의 암’이라는 다큐 프로그램입니다.

1. 일본에서는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암에 걸리고,
세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암으로 죽습니다.
여러분 중에 누군가는 암으로 죽을 수 있습니다.
나만 해도 지금까지 전처, 장인, 친구 등
주변의 여러 사람을 암으로 잃었습니다.
나도 암환자입니다.
2007년 말 방광암 진단을 받고 바로 수술했습니다.


2.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1971년 국가적 정책
목표로 ‘암극복’을 내걸었습니다.
1940년대 원자폭탄개발이나 1960년대의 우주개발때처럼 나라의 예산과
지적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쏟아붙는다면
10년 안에 인류 최대의 난치병인 암을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1조 엔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어언 40년 가까이 지났지만
암 정복이란 골인 지점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암을 둘러싼 많은 수수께끼는 한층
난해해지고 암 연구는 혼미를 더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3.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2008년 9월 15일자)’가
암과의 전쟁 총괄한 ‘우리는 암과 싸웠다. ...
그러나 승자는 암이었다
(We Fought Cancer ... And Cancer Won>라는 기사를
실었을 정도입니다.

4. (그러면 지금은 어떨까요?)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큰 줄기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암은 소수 예외를 제외하고 여전히 완치를 기대할 수 없는
병입니다. 이는 암의 근본구조와 관련한 중대한 부분이므로 반복해서
말하는데,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암은 극소수이며,
대부분은 완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5. 여기서 우리는 암과 아무리 철저하게 싸우려고 작정해도
그 투쟁은 대개 헛고생으로 끝나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암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는 ‘끝까지 싸운다’가 아니라
‘암과 공생한다’고 할까.
‘암과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6. 적당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암이 흉포하게 날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동시에 암을 철저하게 타도해서 완치하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병세가 빠르게 악화되는 ‘진행암’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지만 깨끗한 치료도 요구하지 않으면,
그저 증상이 악화도 개선도 되지 않는 안정 상태
(종양이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는 불변 상태)에 만족한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와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다른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반발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여하튼 나는 현재 그렇게 생각함을
말해둡니다.

7. (세계 암 연구 유명 연구진을 만난 결과는)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습니까?
암과의 투쟁을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암 극복이란 골인 지점까지는
얼마나 더 달려야 합니까?“하고 물었습니다.
나의 질문에 모두들 진지하게 답해주었지만,
10년, 20년이면 극복될 거라고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10년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는데,
그는 제약회사 직원이었습니다).
짧게 잡아도 20년이나 30년은 필요하다는 견해가 태반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일흔 살이니, 그 대답은 곧 내 살아생전에
암이 극복될 희망은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출처: 다치바나 다카시,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
청아람미디어, pp.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