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淸論濁論] - 중국 권력투쟁 관전법전병서 경희대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도일 남건욱 2012. 5. 8. 19:18

[淸論濁論] - 중국 권력투쟁 관전법
전병서 경희대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올 10월 정권 교체를 앞둔 중국이 지금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사건을 두고 시끄럽다. 서방의 매체들은 연일 보시라이 문제를 대서특필해서 다루고 있지만 언론 통제로 정작 중국 언론은 조용하다. 지도층들의 권력투쟁을 인민들에게 알리기 싫은 것이다.

이번에 선출되는 중국의 주석은 5년 중임하면 10년을 집권할 수 있다. 퇴임 후에도 적어도 5년은 상왕으로서 2028년까지 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지금 중국의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물밑 권력투쟁은 상해파와 공청단파로 알려진 북경파 그리고 태자당파간에 벌어지는, 권력을 두고 땅 따먹기 하는 신 삼국지의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상해와 북경이 서로 경쟁상대였다. 장쩌민 시대 10년은 상해파가 권력을 잡았고 최근 10년은 후진타오 주석의 공청단파가 권력을 잡았다. 그런데 앞으로 10년은, 태어날 때부터 은숫가락 물고 난 사람들이란 별칭을 가진 중국 혁명원로의 자녀와 사위들이 중심이 된 시진핑을 대표로 하는 태자당이 권력을 잡을 판이다.

이들 3당파체간의 치열한 권력배분의 과정이 지금 중국 전역을 달구고 서방언론이 대서특필하는 보시라이 사건이다. 엄밀히 보면 중국은 공산당 1당 독재국가이지만 공산당 내부로 보면 9명의 당 상무위원들이 공동으로 통치하는 집단지도 체제이고 그 얼굴마담이 주석이다. 중국의 주석은 물론 일정한 힘을 가지고는 있지만 과거 모택동이나 등소평 같은 절대권력자가 아니다. 9명의 지도자의 합의로 통치를 한다.

이번 중국의 권력투쟁의 핵심은 힘의 균형이 ‘태자당파 4, 상해파 2, 공청단파 3’으로 기울자 공청단파가 태자당파의 보시라이를 낙마시키고 한 자리를 더 차지하려는 작업이다. ‘4-2-3 구조’를 ‘3-2-4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주석자리는 태자당파가 잡더라도, 실권은 공청단파가 계속 쥐겠다는 것이다. 또한 2석을 가진 장쩌민계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것이 없는 구도다. 상해파는 태자당과 협력해 시진핑을 주석으로 앉히려 하지만 내심 불안하다. 캐스팅보트를 쥐고는 있지만 힘이 한쪽으로 쏠리면 캐스팅보트의 역할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3-2-4의 구조로 가면 상해파는 태자당파를 공청단파의 힘으로 제압하는, 손 안대고 코를 푸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태자당의 시진핑을 주석으로 앉힌 장쩌민이 태자당인 보시라이의 제거에 동의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쨌거나 태자당은 상해파의 도움 없이는 권력행사가 어렵다. 이런 정치구도라면 향후 시진핑 집권 10년간은 상하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경파인 후진타오 주석 10년 집권 동안 상해는 별 실속이 없었다. 금융중심지를 만든다고 큰소리만 쳤지 실제로 별로 진행된 것이 없었다. 상해가 커지는 것을 북경파가 의도적으로 견제한 때문이다.

상해 당서기 출신인 시진핑 시대에는 상해와 중국의 금융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시대에는 지난 정권 5년 동안 말만 많았던 상해금융중심건설과 위안화 국제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금융시장의 선점을 위해서 한국 금융기관의 상해에 대한 적극적인 진출과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