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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9만원짜리 도심 호텔로 중국 관광객 잡는다

도일 남건욱 2012. 10. 10. 16:20

8만~9만원짜리 도심 호텔로 중국 관광객 잡는다

서울 인사동·성북동, 수원 등에 실속형 호텔 열어…2015년까지 호텔 수 20개로
허정연 이코노미스트 기자


국내 유일의 호텔 전문 그룹인 앰배서더 그룹과 프랑스의 세계적인 호텔 회사인 아코르 그룹이 파트너십을 맺은 지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한 나라의 로컬 호텔 그룹이 전 세계적 호텔 체인인 아코르와 자국에서 파트너십을 유지한 케이스는 앰배서더 호텔이 유일하다.오랜 파트너십 비결을 묻자 권대욱(61) 사장은 “우리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앰배서더 그룹과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지닌 아코르 그룹의 강점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그 결실이 2006년 설립된 호텔 매니지먼트 전문회사인 아코르앰배서더코리아(AAK)다.AAK는 아코르앰배서더 브랜드를 체인화하기 위해 만들었다. 설립당시부터 AAK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권대욱 아코르앰배서더코리아사장을 9월 11일 서울 장충동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에서 만났다.

아래층은 병원, 윗층은 호텔
아코르앰배서더 브랜드를 가진 호텔은 전국에 총 11곳이다. 그중 AAK 설립 이후 생긴 노보텔 앰배서더 부산, 이비스 앰배서더 수원,풀만 앰배서더 창원 시티 세븐을 비롯한 6곳은 AAK의 지방 체인화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졌다. 권대욱 사장은 “서울 못지 않게 지방의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면서 “지방 분권화 정책과 함께 지방에도 많은 기업이 생겼고, 출장을 가는 비즈니스맨을 비롯해 외국인관광객 수요까지 예측해 지방 체인을 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거시적인 안목 못지 않게 틈새시장 공략이 중요하다는 것이 권 사장의 지론이다.

그 예로 지난해 10월 오픈한 ‘이비스 앰배서더 부산 시티센터’를 들었다. 병원 위에 호텔을 지은 신개념 호텔이다. 이 호텔은 부산을 찾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에게 특히 인기다. 권 사장은 “부산에 있는 특급 호텔이 대부분 바닷가에 인접한 것과 달리 우리는 시내 한복판에 지었다”면서 “아래층에 있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위층에서 편하게 쉴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호텔의 객실 점유율은 평일에도 90%를 웃돈다.아코르앰배서더 호텔 그룹이 국내 호텔업계를 이끈 저력도 바로 이런 ‘틈새시장 공략’에 있다. 

아코르 앰배서더 호텔 그룹은 1993년 노보텔 브랜드를 국내에 도입했다. 노보텔은 유럽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중저가 호텔이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숙박업계는 특급호텔 아니면 모텔이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그 가운데 등급이라고 할 수 있는 노보텔이 강남에 들어서자 큰 인기를 누렸다. 그 후로도 노보텔 강남은 10년 간 92%의 객실 점유율을 유지했다. 노보텔 론칭 후 꼭 10년이 되던 2003년에는 이비스 브랜드를 들여왔다. 이번에는 1급 비즈니스호텔이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해 비즈니스맨들을 겨냥했다.

“비즈니스맨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만 남기자는 전략이었죠. 호텔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손님도 있지만 숙박만이 목적인사람도 있거든요. 도어맨이 가방을 들어주거나 밸보이가 짐을 대신 싸주는 서비스를 없애는 대신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자는 게 이비스의 핵심이에요. 대신 비즈니스맨들이 이용하는 사우나와 피트니스 시설은 남겼죠. 피곤한 출장 길에 없어서는 안될 시설이잖아요.이른바 ‘한국형 이비스’를 만든 것이죠.”‘한국형 이비스’를 만드는 일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이비스 브랜드를 만든 아코르 쪽에서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서양 이비스 호텔에는 없는 시설을 한국에만 넣는 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권 사장은 한국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앰배서더의 전략을 밀어 부쳤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아코르에서 ‘한국형 이비스’를 동남아 등지로 역수출하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권 사장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따로 있느냐”면서“현지화가 곧 세계화”라고 덧붙였다.요즘 서울은 호텔 짓기 열풍에 휩싸여 있다. 현재 서울 시내에 70개 호텔이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 개관을 준비 중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 일대는 최근 2~3년 사이에 7~8개의 호텔이 들어섰다. 현재 이 일대에서 사업 승인을 받고 건축이 진행 중인 호텔만 5곳에 달한다. 수년 내 9000여 개의 객실이 서울에 공급될 예정이다.

AAK의 행보도 더욱 바빠졌다. 9월 4일 열린 파트너십 체결 25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마이클 아이젠버그 아코르 아·태지역 사장은 “현재 11개인 계열 호텔을 2015년까지 20개로 늘려 한국에서 호텔의 선두주자 입지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대욱 사장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12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면서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증가한 수치지만 호텔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우리나라는 비행기로 불과 한두 시간 거리에 중국이라는 엄청난 잠재시장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을 찾는 주요 관광객이 중국인이지만 중국 전체 인구에 비하면 아직 극소수만이 해외여행을 다녀요. 중국이 발전하고 개방형 경제가 될 수록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도 늘 것입니다. 중국인에게 한국은 우선 가까운데다가 환율도 싸고, 살 것도 많죠. 여기에 한류까지 고려하면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은 계속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 세계 경기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2011년 매출이 전년 대비 10% 가량 늘었고, 올해는 매출 목표액을 좀 더 높이 잡고 있습니다.”

AAK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라 국내 호텔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아래 체인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개장이 확정된
곳은 총 4곳이다. 내년 10월 개장 예정인 ‘이비스 앰배서더 인사동’을 시작으로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2014년)’과 ‘이비스 앰배서더 오창(2015년)’, ‘노보텔 앰배서더 성북(2016년)’이 차례로 문을 연다. 서울 시내의 경우 하루 객실 사용료가 8만원대인 호텔 ‘이비스 버짓’ 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비스 버짓은 기존 비즈니스 호텔보다 더 값을 낮추고, 최소한의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실‘ 속형 호텔’이다. 

소규모 객실에 간단한 조식만 제공되는 일본의 ‘도요코인’과 비슷하다.“이비스 앰배서더 스탠다드룸 가격이 12만원이에요. 10년 간 서울 명동에서 이비스 앰배서더를 운영해보니 중국인들은 이 가격도 부담스러워 해요. 쇼핑이나 먹거리에는 과감히 돈을 쓰지만 하룻밤 자는 비용으로는 10만원도 아깝다는 거죠. 숙박비를 아끼려고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안양, 시흥 등지로 나가는 중국인을 보며 서울 도심에 가격이 8만~9만원이면서도 훌륭한 시설을 갖춘 호텔이 생기면 경쟁력이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내년에 오픈할 인사동 이비스 버짓의 경우는 위치가 좋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합니다.”

“정통 건설맨이라 호텔 개발 때 유리”
권대욱 사장은 30여 년간 건설·호텔업체에서 일한 전문경영인이다.35세에 한보건설 사장에 오른 후 극동건설을 거치며 ‘정통 건설맨’으로 통했다. 그는 “인사동 호텔 외관을 한국식으로 꾸밀 것”이라면서도 “발주하는 입장에서 보면 공사비용이 부담되겠지만…”이라고 우려하는 걸 보니 건설맨의 면모가 엿보였다. 건설업보다 호텔업이 수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권 사장은 “매니지먼트의 기본은 똑같다고 생각한다”면서 “건설사 사장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제가 건설에 대해 잘 아니까 호텔 개발할 때 수월한 편이에요. 가장 좋은 점은 건설사 사장을 오래하면서 전 세계에 좋다는 호텔은 다 다녀봤다는 점이죠. 고객의 관점에서 호텔을 많이 이용해봤기 때문에 호텔리어들이 미처 보지 못한 세심한 면까지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 사장이 그리는 아코르앰배서더호텔의 모습은 ‘다이나믹하고 유쾌한 호텔’이다. 호텔의 기본인 안락함에 재미를 더하는 게 그의 목표란다. 지난해 KBS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 출연해 합창단원이 되면서 꿈을 이뤘다는 그의 유쾌한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