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개혁 성공법
도일 남건욱
2012. 12. 21. 17:12
개혁을 직접 담당했던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경험의 지혜입니다. 이헌재 전 부총리가 제안하는 개혁 성공법입니다. 국가나 회사에서 개혁을 시도하는 분들이 주목할 내용입니다. 1.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개혁 작업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개혁의 목적은 무언가를 바꾸는 것이지, 선명성을 내세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실현 가능성보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을 우선시하는 선명성 경쟁은 포퓰리즘의 또 다른 형태다. 2. 개혁은 뜨뜻미지근할수록 좋다는 것이 내가 찾은 답이다. 은근히 스며들었다가 나중에 보니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경우가 성공확률이 높다. 지나치게 선명한 개혁 정책은 상대방을 긴장시키고 방어막을 높이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언제가 되었든 개혁은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 과정은 유연하고 참을성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3. 개혁전선을 함부로 넓히는 것도 금물이다. 노무현 개혁이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 당선자 시절 그는 "DJ는 전선을 너무 넓게 펼쳐 실패했다"고 말했다. DJ가 4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줄이고 줄였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4. DJ 때는 사회보험, 사회보장 문제를 너무 오래 끌었다. 쉽지 않은 문제였던 탓이다. 그래서 결국 금융, 기업, 노사, 공공 등 4대 개혁 중 공공부문 개혁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임기를 마쳐야 했다. 5.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에 초기에는 문제의식을 분명히 갖고 있었다. 그는 애초의 계획대로 몇 개의 포인트를 잡아서 집중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하고 싶은 일들을 점차 관념적으로 구상하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로드맵을 그렸다. 그가 원하는 것들이 모두 반영된 욕망의 지도였다. 줄잡아도 100여 가지는 넘었던 것 같다. 6. 로드맵을 만들었으면 우선순위를 정했어야 했다. A는 1차 년도에, B는 2차 년도에, C는 3차 년도에 한다는 식으로 치밀하게 접근하는 계획이 필요했다. 그렇게 정해도 그림만 그리다가 임기를 마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노무현 정부는 모든 로드맵을 동시에 추진하다 대혼란을 초래했다. 나는 이것이 강박관념의 결과였다고 본다. 7. 개혁은 보검과도 같다. 보검은 아무리 훌륭해도 칼집에 꽂혀 있을 때가 보검이다. 일단 뽑으면 상대방을 베든지, 자기가 베이든지 둘 중 하나다. 이도 저도 안 될 것 같으면 창피하더라도 칼을 들고 빨리 도망 가는 것이 수다. 개혁도 마찬가지다. 8. 수면 아래 있을 대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수면 위로 올라오는 순간 반대자들이 생긴다. 상대방을 베면 개혁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 칼에 자기가 베이는 개혁도 많다. 도저히 안 될 것 같다고 판단되면 보검을 갖고 후퇴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9. 무엇보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개혁이 한번 시작되면 여러 사람의 삶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10.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정책일수록 입안 단계에서부터 집행까지 모든 사회 구성원이 참여하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토론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이 투명하고 공개적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뒤 따라오라고 하거나 소수가 밀실에서 결정하는 것은 지금 사회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공개적인 협의 과정을 거쳐야만 사회 구성원이 결과에 승복할 수 있다. -출처: 이헌재, (경제는 정치다), 로도스, pp.15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