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인생이 왜 짧은 가 -세네카의 행복론-

도일 남건욱 2013. 1. 22. 09:45

세네카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보내드립니다. 기원전 4년~기원후 65년까지
살았던 인물의 이야기이지만 현대인들에게
생각할 이야기를 듬뿍 안겨다 줍니다.
그의 행복론은 기원후 49년의 작품으로 
추정됩니다.
1. 많은 사람들이 남의 재물을 노리거나 제 재물을
염려하느라 여념이 없고, 많은 사람들이 정해진 목표를
추구하지 않고 공허하고 변화무쌍하고 제 자신도 
불만스러운 변덕에 쫓겨 늘 새로운 계획을
세우곤 하지요.
어떤 사람들은 인생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목표를 전혀 세우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하품만
하다가 느닷없이 죽음의 포로가 되지요.
2. 그래서 나는 가장 위대한 시인의 신탁 같은 말이
진리임을 믿어 의심치 않지요.
"우리가 사는 것은 인생의 일부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 나머지는 인생이 아니라 그저 시간일 따름이지요.
3. 여러 가지 악덕이 사방에서 에워싸고 압박하며
인간이 일어서서 눈을 들어 진리를 보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인간을 내리눌러 욕망의
포로가 되게 하지요.
그래서 인간은 결코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이지요. 간혹 우연히 평정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마치 폭풍이 그친 뒤에도
너울이 이는 바다에 떠 있는 것처럼 인간은
이리저리 내동댕이쳐지니 욕망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지요.
4. 자신을 위해 자신을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 남을 위해 자신을 소모하고 있지요.
어디, 사람들이 그 이름을 외우고 있는 유명 인사들을
한 번 살펴 보시오.
그대는 그들 모두 갑은 을을 섬기고
을은 병을 섬기되, 자신을 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오.
5. 그들 가운데 더러는 터무니없는 분통을 터뜨리곤 하지요.
그들의 불평인즉 자신이 알현을 청했는데도 높은 사람이
거만하게도 시간을 내주지 않았다는 것이오.
하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시간을 내지 않으면서
남이 거만하다고 감히 불평을 늘어놓아도
되는 것인가요?
6. 그대가 누구든 간에 아무튼 그분은 거만한
눈길로라도 언젠가 그대를 알은 체했고,
귀를 낮추어 그대의 말을 들어 주었고,
그대가 자기와 나란히 걷게 해주 않았던가요?
그대를 보고 그대에게 귀 기울이는 것을 그대
자신은 가치 없는 일로 여겼는데도 말이오.
그러니 그대에게는 그런 예의를 다른
사람에게 요구할 권리가 없어요.
그대는 다른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대와 함께할 수가 없어서 그런 예의를
보였던 것이니까요.
7. 사람들이 자기 재산은 아무도 차지하지 못하게 하고
경계의 문제로 사소한 분쟁만 생겨도 달려가 돌이나 무기를
집어 들면서도, 남들이 자기 인생 안으로 끼어드는 것은
내버려두거나 심지어 자기 인생을 차지하게 될 사람들을
자청하여 불러들이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어요?
아무도 자기 돈을 나눠주려 하지 않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인생을 나눠주고 있는가요?
사람들은 재산을 지킬 때에는 인색하면서도
시간을 낭비하는 일에는 너그럽지요.
시간에 관한 한 탐욕이 정당한데도 말이지요.
8. 나는 노인들 가운데 한 명을 붙들고
이렇게 물어보고 싶어요.
"보아하니, 그대는 인생의 마지막 경계에 이르렀고, 백 살 또는
그 이상의 나이가 그대를 짓누르고 있소.
자, 이제 그대의 인생을 결산해 보시오.
그 시간 가운데 얼마를 채권자가, 얼마를 애인이,
얼마는 보호자가, 얼마를 부부싸움이, 얼마를 노예를 징치하는 일이,
얼마는 시내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일이 빼갔는지 계산해 보시오!
거기에가 우리 자신의 잘못으로 생긴 병을 보태고,
쓰지 않고 버려두었던 시간을 보태시오.
예상보다 적은 햇수가 남는 것을 그대는
보게 될 것이오.
9. 기억을 더듬어보시오.
언제 그대에게 확고한 계획이 있었는지,
얼마나 적은 날들만이 그대의 의도대로 지나갔는지,
언제 그대가 자신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지,
언제 그대의 얼굴이 자연스런 표정을 지었는지,
언제 그대의 마음에 두려움이 없었는지,
그토록 긴 세월 동안 그대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대가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르는 사이
그대의 인생을 빼앗아갔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근거 없는 괴로움과 어리석은
즐거움과 탐욕스런 욕망과 매력적인 교제가 앗아갔으며,
그대의 것 중에서 얼마나 적은 것이 남아 있는지 말이오.
10.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그대는 듣게 되겠지요.
"나는 쉰 살이 되면 은퇴하여 한가하게 살 것이며,
예순 살에는 모든 공적인 의무에서 벗어날 것이오."
그런데 그대는 장수한다는 보장이 어디 있지요?
모든 것이 그대의 뜻대로 진행된다고 누구에게
획인 받았지요?
-출처: 세네카, (인생이 왜 짧은가), 천병희 역, 숲, pp.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