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Business Book - 기성 질서 맞선 23인의 거봉

도일 남건욱 2013. 11. 3. 13:59


Business Book - 기성 질서 맞선 23인의 거봉
『자크 아탈리, 등대』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저자 자크 아탈리 옮긴이 이효숙 출판사 청림출판  2만9800원


유럽의 대표적인 지성인 자크 아탈리의 신간은 입을 딱 벌어지게 한다. 폭 넓은 분야에 걸친 교양인으로서의 그의 필력은 이번 책에서 빛을 발한다. 이 책에는 모두 23인의 전기가 포함돼 있다. 그가 자신의 인생에 등대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인물에는 공자, 아리스토텔레스, 아소카, 보이티우스, 토머스 아퀴나스, 조르다노 부르노 등이 있다.

이들을 선택한 기준은 무엇일까? 기존 질서에 순응했다면 세속적인 기준으로 편안하게 살다 갈 수 있는 인물이었는데도 튀는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다. 이를 두고 작가는 “23명 인물들의 공통점은 모두 나름대로 자신의 운명에 강박적으로 사로잡힌 자기중심주의의 괴물들이다”고 말한다. 자크 아탈리가 23인의 전기에서 얻으려던 해답은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다. ‘당신이 자기 자신이 되려 하는데 모든 것이 그것을 막으려고 단합할 때,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조르다노 브루노는 16세기 이탈리아의 철학자다. 갈릴레이처럼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영향을 받아 가톨릭교회에 맞선 인물이다. 갈릴레이는 신중한 인물이었다. 신중하고, 이해관계에 신경을 쓰고, 겁이 많았기 때문에 적당히 자신의 주장을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브루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주장과 기백을 꺾으려 하지 않았다. 결국 프랑스·영국·독일을 유랑하다가 체포돼 1591년에 종교재판에 회부됐다. 1600년에 교황 클레멘스 8세의 특별 지시로 세워진 로마 한 복판의 화형대에서 죽었다. 

그는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세상의 통념에 대해 무차별적인 의심을 제기했다. 모든 것이 지구와 인간 중심으로 돌아갔던 그 시대에 ‘공간 속에서 위도 아래도 없고, 절대적인 배치도 없으며 그저 다른 것들과 관련해 상대적인 위치만 있을 뿐’이라는 그의 주장을 교회가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월트 휘트먼은 미국의 국민시인이다. 모두가 유럽의 전통적인 시 형식을 벗어나지 못한 시대에 미국으로 표방되는 창의성·자유·인권·민주주의 등을 시로 표현해 미국 시문학에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의 인생에도 극적인 순간이 있었다. 한때 그는 제퍼슨과 에머슨의 정치적 이상을 둘러싸고 ‘젊은 미국’이라는 좌파 지식인 그룹에 합류해 맹렬하게 정치 세계에서 활동한 적이 있었다. 노예반대주의자인 마틴 밴 뷰런을 도와서 1848년 대통령 캠페인이 참가했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는 결연한 태도로 정치 인생을 마감하고 시에 전부를 걸기로 굳게 결심한다. 친구들이 시 쓰기에 매달린 휘트먼을 비웃자 “나는 ‘미국 국민의 위대한 신인’이자 ‘전 세계에 알려진 서정시인’이 되고야 말겠다”고 공언한다. 놀라운 사실은 그가 단 한번도 자신이 성공한 인물이 되리라는 사실에 의심을 품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 자신의 노래’라는 시의 첫 구절인 ‘나는 나 자신을 찬양하고 노래한다’는 그의 기백을 드러내고 있다. 이후 시인으로서 그의 삶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처음의 약속대로 국민 시인으로 자리 잡는데 성공했다. 1886년부터 휘트먼을 후원하기 시작한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지금으로서는 휘트먼이 미국의 시인”이라고 극찬했다.

아소카는 기원전 304년부터 232년까지 살았던 인물로 마우리아 왕조의 제3대 왕이다. 그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그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불교는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작가는 공자를 참조하지 않고는 현대 중국을 이해할 수 없듯이 아소카를 참조하지 않고서는 현대 인도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왜, 그는 특별한 인생을 산 사람으로 평가 받을 수 있을까? 그는 기독교 역사에서 기독교를 로마 국교로 만든 콘스탄티누스황제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부처는 기원전 560년부터 480년까지 살았던 인물이다. 부처가 죽음을 맞고 나서 다섯 제자로 이어진 그룹에 의해 불법이 전승되고 확산되기 시작하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하지 못한다. 

힌두교 환경에서 성장한 그는 어느 날 불교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아소카는 이 만남에서 크게 감동해 스스로 불교로 개종한 다음 불법을 나라 전체에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한다.

전체 23인 가운데 카라바조(이탈리아 화가), 스탈 부인(프랑스 소설가), 시몬 볼리미르(베네수엘라 독립운동가), 힐테가르트 폰빙엔(독일 수녀), 압델카테르(알제리 지도자), 슈리마드 라즈찬드라(인도 시인), 발러 라테나우(독일 유태계 정치인) 등 많은 인물은 우리에게 생소하다. 그러나 자크 아탈리의 시선으로 바라본 23인의 인생 역정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