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타인지향형 인간
도일 남건욱
2013. 11. 6. 17:52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주는 책도 있지만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돕는 책이 있습니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가 집필한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는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돕는 책 가운데 한 권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데이비드 리스먼의 대표작 (고독한 군중)에 등장하는 세 가지 유형의 인간상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전통지향형, 내부지향형, 타인지향형.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는 타인지향형이 좀 많은 편이고 사회적으로 이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노명우 교수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1. 타인지향형 성경 유형은 타자관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성격 유형이다. 이런 유형은 리스먼에 따르면 사회가 복잡화되고 그리하여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 매스 커뮤니케이션이 강력한 매개 역할을 할 때 강화된다. 2. 타인지향형 성격 유형은 자신을 연출하되, 스스로 연출하기보다는 전적으로 다른 사람에 의존하여 연출하는 사람이다. 3. 타인지향형 인간의 공통점은 개인 지향성의 근원이 동시대 타인들이라는 점이다. 그 타인들이란 자기가 직접 아는 사람일 수도 있고, 친구나 매스미디어를 매개로 하여 간접적으로 알게 된 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리고 지향성의 근원은 어린 시절부터 이미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는 점에서 내재화된 근원이라 말할 수 있다. 그것은 그 사람의 인생을 인도하는 하나의 안식처이며 근거로서 작용한다. 4. 타인지향형 인간이 추구하는 인생 목표는 타인들이 인도하는 대로 바뀐다. 다만 일생토록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 개인이 이런 식으로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과 그것을 위해 타인들이 퍼뜨리는 신호에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인다는 사실 뿐이다. 5. 타인지향형 인간은 스스로 설정한 인생의 목표가 없는 사람이다. 타인지향형 인간은 타자관계가 과도하게 발달하여 자기관계의 영역이 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로고 퇴화한 인물이다. 스스로 설정하고 관리하는 자기 영역 없이,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한다. 6. 이렇듯 절대적으로 타자관계에 의존하는 사람이 양적으로 다수를 이루는 사회에서는 심지어 유행이 될 수 없는 취미마저도 유행을 탄다. 봄에 피는 들꽃보다 더 화려한 색체의 아웃도어 의상을 위 아래로 갖춰 입고, 여자들이라면 모두 눈썹 문신에다가 남들이 흔히 하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다. 거기 더하여 남녀 할 것 없이 그 시즌에 유행하는 선글라스까지 빠짐없이 걸친 한 무리의 사람들을 토요일 이른 아침, 지하철역에서 마주치면, 아무리 눈썰미 좋은 사람이라 해도 개개인을 구별해낼 자신이 없다. 7. 개체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모든 개체는 개체마다 다 복합적이다. 하지만 단순한 타자관계가 개체를 지배하면 그 관게는 개체를 단순화시킨다. 어떤 남자도 남편이라는 존재로 단순화 될 수 없다. 그 남자는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학부형이자, 동호회 회원이자... 8. 과도한 타자관계는 한 개인이 품을 수 있는 무한의 속성을 한두 가지 속성으로 환원시킨다. 과잉의 타자관계에 노출된 개인들은 인생의 목표도, 삶을 사는 보람도, 성공하고 싶은 영역도, 좋아하는 음식도, 가고 싶은 여행지도, 사고 싶은 자동차도, 살고 싶은 집조차도 유사해진다. 타자관계에는 지나치게 민감하지만 그에 비해 자기관계에는 둔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처세의 방법은, 더도 덜도 말고 딱 남들이 하는 것만큼 행동하기이다. 9. 그리하여 수도권의 30평대 아파트에 살며, 소나타를 몰며 4인용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은 어느 날 나는 누구인가라는 갱년기의 질문에 부딪혔을 때 쉽사리 붕괴될 수 있다. 갱년기를 겪어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 사춘기는 연습에 불과했음을. -출처: 노명우,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pp.148-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