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Business Book - 나를 치유하는 36가지 이야기

도일 남건욱 2014. 1. 17. 15:47


Business Book - 나를 치유하는 36가지 이야기
시네마 테라피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텅 빈 영화관에서 아내와 함께 ‘볼케이노: 삶의 전환점에 선 남자’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자식들을 키우느라 자기 뜻대로 살아보지 못한 한 남자의 정년퇴직으로부터 시작되는 그 영화는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아이슬란드의 잿빛 하늘과 노년의 남자를 그린 영화는 인생, 늙어감, 그리고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이 영화처럼 영화 감상이 가진 묘미는 감동과 재미 그리고 동시에 깨달음을 주는 것이다.

이런 류의 영화를 흔히 자기 분석에 도움이 되는 영화라고 한다. 자기 분석은 ‘전문가를 찾지 않고 스스로 정신분석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 분석 분야의 연구자인 카렌 호나이는 자기 분석에 대해 “인생을 스스로 망치는 이유를 알아서 삶을 바로 잡고자 하는 사람, 무의식과 의식을 포함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서 행복해지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말한다.

정신과 의사인 최명기의 시네마 데라피』는 자기 분석에 도움을 주는 영화에 관한 책이다. 자기 분석에 도움이 되는 영화를 다룬 책으로 일반인이라면 좀처럼 알기가 힘든 영화가 소개된다. 저자는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담백한 문장으로 담아 냈다. 소개된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이 당면하는 문제의 해법 찾기에 도움이 되는 36편의 영화와 저자의 사려 깊은 분석과 조언이 담겨있다. 책은 모두 다섯 가지의 대조되는 주제로 구성돼 있다. 천국과 지옥, 나와 너, 선과 악, 삶과 죽음, 그리고 희망과 절망. 각각의 주제에서 대표적인 영화의 간략한 스토리를 소개하고 저자가 정신과 의사로서 영화를 감상하면서 느낀 점과 영화로부터 얻을 수 있는 메시지를 정리해 제시하고 있다.

‘시리어스 맨’(2009년)은 연속적인 불행이 닥치는 한 남자를 그린다. 대학 교수인 주인공 래리는 배우자의 불륜, 별거, 이혼요구, 친구의 죽음, 해고 위기, 협박, 동생의 체포, 자녀와의 갈등, 허리케인, 질병을 겪는다. 어쩌면 이렇게 많고 다양한 불행이 찾아올까 싶을 정도로 딱한 상황에 처한다. 본래 인간은 불행과 행운이 섞여 다가오면 불행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죽는 일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불행과 고통은 생각만 살짝 바꾸면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다. 저자는 영화를 본 소감을 이렇게 전한다. ‘내 인생에 닥친 힘든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불행이 잇따라 밀려올 때 상황을 다르게 보려고 노력하고, 고통을 있는 그대로 견디면서, 누구의 도움을 청하기에 앞서 나 자신이 직접 부딪쳐보는 것이 코엔 형제식 불행 대처법이다.’

‘정복자 펠레’(1987년)는 1877년 여덟 살의 펠레가 나이든 아버지와 함께 스웨덴에서 덴마크로 이주해 온갖 고난을 경험하는 이야기를 녹여낸 작품이다. 어느 시대나 그렇지만 인간 세상에 본래 완전 공평함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이 영화는 온갖 불평등의 모음집이다. 펠레 부자는 시골 농장에서 일하면서 지내게 된다. 남편이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올슨 부인과 바람을 피우는 아버지, 신세를 한탄해 매일 목을 매 자살하겠다고 협박하는 아버지처럼 소외된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온갖 고행이 주인공 펠레와 함께 한다. 

저자는 살아본 경험을 기초로 “세상은 이러나 저러나 불공평하다. 절대적인 가난은 줄어들었지만 상대적인 가난은 여전하다”고 말한다. 이 영화의 백미는 펠레가 출세해 충분히 자신의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음에도 자신이 가진 힘을 휘두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고 남을 억누를 수 있는 기회, 남에게 공식적으로 그동안의 분노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펠레는 포기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런 포기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깨닫게 된다.’‘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2008년)은 사랑하는 이가 죽은 다음의 상실감을 다룬다. 무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부부 사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우리는 무엇인가에 익숙해진다. 남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내가 해 주는 모든 걸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여기서 남편 루디는 고리타분하고 전형적인 남성상을 상징하는데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남자다. 그는 자신 안에 여성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고 인정하지도 못했다.

그런 남편 루디의 결여된 부분을 외부에서 보상해 주던 이가 아내 트루디이다. 많은 남자가 그러하듯이 루디는 아내 트두디가 죽은 다음에 공황 상태에 빠진다. 그때가 돼서야 비로서 아내를 다시 생각한다. 루디는 집을 정리하고 일본에서 아내의 꿈을 대신 이루면서 회복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