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여성 오르가슴 연구 - 두 종류(클리토리스·질)의 자극으로 절정 경험

도일 남건욱 2014. 5. 9. 21:04

Science | 여성 오르가슴 연구 - 두 종류(클리토리스·질)의 자극으로 절정 경험
조현욱 중앙일보 객원 과학전문기자
‘여성이 느끼는 오르가슴은 한 가지’란 기존 가설 반박 … ‘G스폿’도 확인되지 않아


오르가슴의 정체는 지난 1세기 동안 수많은 과학적 논란을 불러 일으킨 주제다. 일부에서는 여성이 겪는 오르가슴은 2종류라고 설명한다. 클리토리스 자극에서 오는 것과 질 삽입에서 생기는 것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오르가슴은 오직 한 종류라고 보는 연구자들도 있다.

여성 해부학적 구조의 어느 쪽을 통해 평가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일 뿐이라는 얘기다. 최근 ‘성과학 저널(Journal of Sexual Medicine)’에 실린 논문은 이를 둘러싼 과학적 미스터리를 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이 느끼는 오르가슴은 실제로 2종류가 맞는다는 것이다.

1세기 동안 수많은 과학적 논란 불러

프랑스의 산부인과 의사 2명이 건강한 자원자 3명을 상대로 초음파 촬영을 했다. 2가지 유형의 섹스행위를 하는 동안 이들의 클리토리스와 질에 흐르는 혈액의 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자원자들은 손으로 자신의 클리토리스 외부를 자극하는 행위와 젖은 탐폰을 질에 삽입하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흥분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자위 행위 동안 해당 부위의 혈액 흐름을 측정했다.

결과는? 2가지 유형의 오르가슴에는 기능적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무엇보다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것은 클리토리스 맨 윗부분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비해 질 삽입의 경우에는 클리토리스의 ‘뿌리’와 클리토리스 및 질 전체가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혈액의 흐름이 달라지고 신체에 느끼는 흥분의 내용도 달라진다.

연구의 결론은 이렇다. ‘여성이 느끼는 오르가슴은 한 가지 밖에 없다’는 것이 통상적인 가설이다. 하지만 우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각기 다른 두 종류의 자극이 각기 다른 흥분을 불러일으킨다고 많은 여성이 보고하는 데는 근거가 있다. 클리토리스의 각기 다른 부위(외부와 내부)에서 오는 것이냐 아니면 클리토리스와 질을 아우르는 복합기관 전체(클리토리스 신경계)의 자극에 따른 것이냐 하는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2종류의 오르가슴은 모두 클리토리스적인 것이지만 자극이 어디서 오느냐에 따라 그중 어느 부위가 반응하느냐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이 같은 결과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1905년 고안한 개념과 유사해 보인다. 그는 여성은 클리토리스 오르가슴과 질 오르가슴을 모두 느낀다고 주장했다. 다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프로이트는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이 질에 의한 것보다 ‘성숙한’ 반응을 예고하는 유치한 전조라는 빗나간 주장을 펼쳤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1950년대 미국의 알프레드 킨지 박사의 연구에서 반박 당했다. 그에 따르면 대다수의 여성은 질 오르가슴을 전혀 느끼지 못하며 오직 클리토리스에서만 느낀다. 질 오르가슴에 집착하는 것은 남성 지배라는 인식의 표현에 불과하며 여성의 성적 만족과 관련한 유일한 척도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그는 보았다. 이 같은 내용은 3월 19일 살롱 미디어 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 뉴스 사이트(salon.com)에서 보도했다.

여성의 소위 G스폿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G스폿이란 여성의 질 앞쪽 윗부분에 존재한다는 동전 크기의 지점. 이곳을 자극하면 손쉽게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1950년 독일의 부인과 의사 에른스트 그라펜베르크가 존재를 처음 주장했고 1981년 그의 이름 첫 글자를 따서 지금의 이름이 붙여졌다. G스폿 신봉자들은 이를 부인하는 측과 지난 수십 년 간 논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성의학 저널(Journal of Sexual Medicine)’2012년 1월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뉴헤이븐 예일대 부속 병원의 비뇨기과 의사 아미차이 킬체브스키가 이끄는 연구팀의 조사 결과다. 객관적인 방법으로서는 소위 G스폿이라는 것과 연관 지을 수 있는 해부학적 지점이 존재한다는 강력하고 일관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1950~2011년 발간된 의학·과학 문헌을 샅샅이 뒤졌지만 G스폿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전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질벽의 앞 부분에 이를 자극하면 오르가슴을 유도하는 그런 곳이 있다고 증언하는 여성이 일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킬체브스키는 이에 대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인정한다.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첨단 MRI 촬영에서 손가락 촉진에 이르는 그 모든 조사를 통해서도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그는 지적한다. 그런 ‘적절한’ 방법이란 것은 아마도 없을 것이란 말이다. “G스폿이란 실제로는 클리토리스가 질 조직 내부에 뻗어있는 연장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견해”라고 킬체브스키는 말한다. 이는 해부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관점이다. 클리토리스란 빙산과 같아서 일부만 외부에 노출돼 있을 뿐 대부분은 질 속 깊이까지 퍼져있다.

예일대 연구팀 “G스폿은 클리토리스의 연장부”

우리는 모두 자궁 속에서 여성으로서 출발한다. 그러다가 세포가 안드로겐 호르몬의 신호를 받는 경우에만 남성의 해부학적 기관을 발달시킨다. 대음순은 음낭으로, 클리토리스는 남성의 성기로 바뀌는 것이다. 진화론적으로 볼 때 여성이라고 해서 오르가슴을 창출할 수 있는 별도의 스폿(지점)을 가져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 킬체프스키의 생각이다. 번식에 필요한 기관이 아닌 점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그는 “G스폿을 찾지 못하는 많은 여성이 이를 마치 자신의 잘못인 양 여기고 있으며 많은 남성이 파트너의 이곳을 자극할 수 없어서 당황해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하지만 G스폿은 역사적으로나 진화적으로나 존재한 일조차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진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신화는 포르노 산업과 G스폿 흥행주의 책임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는 남성 성기의 크기와 비슷한 현상”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남자 포르노 스타들의 성기 크기는 정상이 아니다(그래서 그들이 포르노 스타가 된 것이다). 하지만 남자들은 모두 크기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진상은 남자 대부분의 성기는 크기가 동일하다는 것”이라고 킬체프스키는 말한다. 이 같은 내용은 미국 방송 CBS 등이 2012년 2월 초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