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마음과 이성에 관한 통찰

도일 남건욱 2014. 7. 3. 13:21

Business Book | <깊은 마음의 생태학> - 마음과 이성에 관한 통찰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분주한 일상에서 두툼한 책을 읽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몇 번이나 미루다가 마음을 크게 먹고 든 책이 <깊은 마음의 생태학>이다. 한국학술협의회에서 진행한 연속 강좌를 수정해 엮었다. 

저자 김우창 교수는 영문학자·문명비평가·문학이론가·철학자 등으로 불려질 정도로 인문·사회·자연과학을 아우르는 학자다.

이 책은 13개장으로 구성돼 있다. 확신과 성찰, 이성의 방법과 서사, 삶의 지혜, 직선의 사고와 공간의 사고, 산에 대한 명상, 깊은 마음의 생태학 등 마음의 문제를 다양한 관점과 주제로 다뤘다. 

저자는 이 책의 의도하는 바에 대해 “움직이는 마음이 없는 지적인 견해는 이데올로기가 되고, 마음이 없는 의례는 허례허식이 된다”며 “삶의 원리로서의 이성은 마음의 공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라고 말했다.

“최선의 무리는 확신이 없고 최악의 무리는 열광이 가득하다”고 예이츠는 말했다. 오늘의 우리 사회를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이다. 저자는 ‘다른 의견에 대한 증오에 기초한 지적 의견이나 신념 그리고 확신 탓에 좋은 사회를 만들기 어렵다’고 지적할 뿐만아니라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강박증에 사로잡힌 신념이나 확신이 오히려 새로운 갈등과 폭력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신념은 순기능도 있지만 추상적인 통일성(혹은 획일적 전체성)을 갖고 있을 때 위험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민중주의의 바람이 날로 세지고 다른 의견에 대해 적대적인 공격이 늘어나는 세태에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깊이 새겨야할 조언이다. 흔히 저자는 구체적 보편주의자라고 불리는데 이는 그의 관심이 현실을 정리하고 분석하는 인간의 이성과 마음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실은 현실 자체라기보다는 현실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이성과 마음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마음의 공부는 인문과학의 유용성과 맥을 같이 한다. 인문과학은 도덕적 가르침이나 정치적 신념을 단답형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답에 이르는 길을 엄밀한 사고를 통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을 돕기 때문이다.

현대는 자유분방함을 찬양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내가 좋은 대로 하면 된다’는 믿음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다수다. 이제는 예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도 드물고 이를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독특하게 해석한다. 

저자는 예의의 상실이 현대의 큰 손실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 있어서, 아마 예의의 상실이 가져오는 가장 직접적인 결과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의 증가일 것’이라는 지적은 뼈아프다. 이처럼 이 책에서 다루는 것들은 거대 담론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우리들이 당면하고 있는 구체적 문제다.

모든 시대는 신념을 낳고 그걸 추종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신념은 대상화된 마음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데에 집중돼 마음의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마음을 대신하는 기능을 맡게 된다. 때로는 신념은 권력을 향한 경직된 의지의 표현일 때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실을 심하게 왜곡시키곤 한다. 저자는 신념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신념의 현실 적합성과 그 결과를 이성적으로 비판하고 검토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역사 속에서 이를 온 몸으로 실천한 인물이 <방법서설>을 집필한 데카르트다. 저자는 데카르트를 이렇게 평가한다.

‘우리는 데카르트의 자전적 기록에서 단순히 과학적 사고의 모범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좋은 삶을 살려는 사람의 한 전형을 본다. 그리고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사고는 거기로부터 나온다. 다시 말해 그의 이성적 방법은 좀 더 넓은 삶의 방법의 일부이고, 그의 명증한 과학적 철학적 사고는 보다 넓은 삶의 이성의 일부인 것이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일까? 책 속에는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농부들이 하고 있는 고된 일에 대한 단상들이 정리되어 있다. 농부들의 고된 일에 대해 사람들마다 그런 삶이 좋다 혹은 그렇지 않다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라도 그 자체와 완성 자체가 작업의 목적이 되는 자기목적적 성격을 갖게 되면 좋은 삶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진실되게 살려는 사람에게 이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은 생의 마지막 날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한 가지 방법은 마음을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마음의 힘은 마음속 도덕의 힘이거나 사물의 질서에 대한 외경심으로 작용해 과학의 객관적 진리를 존중하거나 자신의 일에서 장인적 성의를 발휘하거나, 일상적 삶이나 인간관계에서 성실성을 나타내는 식으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