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다윈의 서재> - 현대 과학 명저 대해부

도일 남건욱 2014. 7. 19. 07:49
Business Book | <다윈의 서재> - 현대 과학 명저 대해부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찰스 다윈이 이제껏 살아있다면 그의 서재에는 어떤 책이 있었을까?’ 이런 가상의 질문에 대한 답을 질의와 응답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다윈의 서재>의 저자 장대익 서울대 교수는 이렇게 답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나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등과 같은 책은 틀림없이 꽂혀 있을 것이다.”

포괄적인 독서를 해 온 저자는 꼭 읽어봐야 할 책을 주로 과학서 중심으로 정리했다. 주요 서적의 핵심 내용을 질문과 응답 형식으로 구성했다. 다만 한 권의 책에 너무 많은 책을 소개하다 보니까 내용이 빈약하고, 다소 산만한 느낌이 난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을 통해 대표적인 과학서를 만날 수 있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저자는 다윈의 서재를 우아한 책, 경계가 없는 책, 배후의 책, 내밀한 책, 그리고 도발적인 책으로 나눴다. 예컨대 우아한 책에는 <코스모스> <풀하우스> <이기적 유전자> <총, 균, 쇠>가 있다. 경계가 없는 책에는 <생명이란 무엇인가> <링크> <내 안의 유인원> <생각의 지도> <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가 들어 있다. 

배후의 책에는 <야성적 충동> <아웃라이어> <넛지>이 있다. 과학서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경제 및 자기계발서들이다. 내밀한 책에는 <아인슈타인, 피카소> <생명의 느낌> <파인만!> <다윈평전>이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도발적인 책에는 <만들어진 신> <통섭> <인간의 그늘에서> 등이 있다.

저자가 주요 저서들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지 칼 세이건의 대표작 <코스모스>을 통해 알아보자.

질문: 공상과학계의 전설인 아이작 아시모프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해요. 생전에 나를 지적으로 능가하는 인간을 딱 두 명 만나봤는데, 하나가 칼 세이건이라고요. 매년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지식인이 누굴까?’라고 질문하면 선생이 줄곧 1등을 차지했다는 사실 아시나요? 잘 생긴 것도 불공평한데 똑똑하기까지. 역시 세상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세이건: 사실 전 <코스모스>를 구상하다가 다윈의 <종의 기원> 마지막 문단을 읽고 큰 영감을 얻었습니다. ‘행성이 확고한 중력법칙에 따라 회전하는 동안 너무도 단순한 기원으로부터 가장 아름답고 멋진 무수한 유형들이 진화해왔고 또 진화하고 있다는 장엄함이 내 견해에 깃들어 있다’는 대목입니다.

질문: <코스모스> 맨 앞 쪽에 보면 선생이 부인에게 바친 헌사가 나오더군요. 그것을 읽은 여성 독자들이 아주 난리입니다. ‘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 속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아내)과 공유할 수 있었음은 나에게 커다란 기쁨이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것이 ‘다윈의 서재’라 불리는 첫 부분이다. 두 번째 부분은 ‘장대익의 서재’다. 저자는 인간과 자연, 생명과 우주, 문화와 역사, 종교와 과학, 과학과 사회라는 작은 범주를 정한 다음 각각에서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친 책을 소개한다. 첫 번째 북토크 주제인 ‘내 인생을 바꾼 과학책’에는 <종의 기원> <눈먼 시계공>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이 있다. 

각 권마다 한 두 페이지 정도의 소개가 들어있는데 독자들이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부분을 정확히 지적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두 번째 북토크의 주제인 ‘우리의 마음은 아직도 수렵 채집 중’에는 <빈서판>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양복을 입은 원시인> <1만년의 폭발>이 있다. 현대인들은 온갖 현대적 기기로 무장하고 있지만 마음은 수렵 채집 생활에 머물러 있다는 주장에 익숙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런 주장을 담은 책으로 스티븐 핑거의 <빈서판>이 있다. 저자는 독자의 이해를 위해 스티븐 핑거의 주장을 소개한다. ‘우리가 찬란한 현대문명 속에 있지만 사실은 수렵 채집기에 적응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흥미롭지만 불편한 견해다. 저자는 이런 견해를 바탕으로 진화심리학적 인간관이 기존의 인간 본성론과 얼마나 큰 차이를 주는지 이야기한다’.

짧은 시간 안에 대표적인 과학서가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좋은 가이드 북인 셈이다. 정독을 해 나가다 보면 끌리는 책이 있다. 그런 책부터 도전해 보길 권한다. 저자는 책 읽기를 저자와의 대담이라고 말한다. 독서가 지겨운 안구 운동에서 벗어나 흥미진진한 대뇌 운동으로 진화한다는 주장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대담 형식을 취했을 것이다. 독서는 저자와 적극적인 대화를 나누는 일이 맞다. 과학서로부터 멀어졌던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