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인류의 삶 바꾼 과학자 13인의 통찰력

도일 남건욱 2014. 7. 31. 12:16
Business Book |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 인류의 삶 바꾼 과학자 13인의 통찰력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신문 등 매체를 통해 사회학자 혹은 인문학자들의 인터뷰는 흔히 만나지만 과학자의 인터뷰를 접할 기회는 드물다. 그들의 세계는 좁고 깊기 때문에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특별한 지적 배경을 갖지 않은 사람이라면 과학자를 상대로 인터뷰 기회를 갖기조차 쉽지 않다.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의 저자 슈테판 클라인은 정상급 과학자들과 동등하게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이다. 

클라인은 철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생물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연구소를 떠나 저자의 길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를 “사람들에게 추리 소설보다 흥미진진한 현실을 감동적으로 전하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이 책은 유럽·미국 등에서 활동하는 13인의 과학자들을 만나 나눈 대화록이다. 이들의 삶에서 저자가 얻은 두 가지의 통찰력이 인상적이다. 하나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용기에 관한 것이다. 

“최고의 과학자들을 이끈 것은 긴 안목이 아니라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들은 지금도 이 용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용기는 신에게 도전하겠다는 뻔뻔함이 아니라 평생 기꺼이 앎을 찾아 헤매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다른 하나는 어떤 대상을 알려고 하면 할수록 그 대상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앎의 욕구는 자연에 대한 사랑, 따라서 삶에 대한 사랑의 한 형태다. 사랑은 앎에서 싹트며, 앎이 확실해질수록 더 깊어진다.”

197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스티븐 와인버그는 과학과 종교 그리고 세계의 통일성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는 <최초의 3분>이란 베스트셀러의 저자기도 하다. 물리학자들은 다양한 현상을 관통하는 통일성을 찾는데 열심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스티븐 와인버그는 이렇게 답한다.

“자연을 더 단순하게 이해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통일은 단순성에 이르는 길이죠. 뉴턴을 생각해 보세요. 그는 행성과 떨어지는 돌이 똑같은 법칙을 따른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하늘의 자연법칙과 땅의 자연법칙이 별개가 아니었던 거예요. 오직 중력이 모든 것을 지배합니다.” 

그는 역사 속에서 과학자들이 발견한 자연법칙은 아름다우며, 과학자들이 계속해서 자연법칙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결코 법칙은 추가로 발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스티븐 와인버그는 “이 불확실한 목표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만큼 매혹적이라고 느낀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인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라는 문장은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천문학 석좌교수인 우주론자 마틴 리스와의 대화에서 등장한다. 그는 여러 이론을 근거로 우주의 속성은 처음부터 확정된 설계에 따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빅뱅 과정에서 우연히 정해진 것이라고 말한다. 

우주 연구가 일반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느냐는 도발적인 질문에 대해 마틴 리스는 “우리의 뇌는 우주론 연구가 아니라 아프리카 초원에서의 생존에 적합하지만 우리가 누리는 전자공학 기술은 전부 물리학자들이 양자 현상을 이해하는데 성공한 덕분에 생겨났어요”라고 답한다.

화학자이자 시인인 로알드 호프만 코넬대 교수는 분자와 시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해 말한다. 그는 화학반응을 예측할 수 있게 해 주는 규칙을 발견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그는 화학의 세계에서도 예술작품 못지 않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과학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어요. 분자에 대한 깊은 이해도 미적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리가 명확히 알면, 자연과학은 새로운 차원을 얻습니다. 자연과학이 더 인간적으로 보이게 되죠.” 이 대목에서 나는 ‘젊은 날 한참 공부하던 시절 과학에서 즐거움이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유대인인 그는 2차 세계대전 중에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인물이기도 하다. 독일군을 피해 그가 숨어 있던 도시에서는 1만2000명의 유대인 가운데 80명만 생존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을 경험했음에도 그는 낙관적이다. 그의 낙관적인 태도는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내 손자들의 얼굴에 떠오르는 미소 하나하나가 나에게 희망을 가질 힘을 줘요. 그리고 저는 삶에 대한 신뢰를 굳게 붙들기 위해 아주 구체적으로 노력합니다. 내가 예술과 과학에서 발견하는 모든 것이 인류에게 큰 용기를 주기 때문이지요.”

이 밖에 경제학자 에른스트 페르, 생화학자 크레이그 벤터, 신경과학자 비토리오 갈레세 등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우리는 대개 하나의 길을 선택해서 살아간다. 모든 길을 다 가 볼 수 없기에 뛰어난 과학자들이 연구와 삶에 대해 털어놓는 이야기는 가보지 않은 길에서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교훈이자 깊은 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