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일의 역설과 희망오류
도일 남건욱
2014. 10. 4. 11:20
'일의 역설(paradox of work)'이라는
표현을 들어보셨는지요. 생활의 균형이나 취미와 일에 대해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읽어볼 만한 내용입니다. 1.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1980년대에 시카고 대학의 동료 교수인 주디스 르페브레와 공동으로 작업한 연구에서 이 현상을 처음 관찰했다. 2. 두 사람은 시카고 주변의 다섯 개 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 100명을 소집했다.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숙련 및 비숙련 근로자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모든 근로자에게 일주일에 하루 동안 무작위로 일곱 차례 울리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는 전자 무선 호출기를 주었다. 호출기를 울릴 때마다 이 피실험자들은 짧은 질문지를 작성했다. 그들은 호출기가 울리는 순간에 하고 있던 활동, 당면한 도전, 활용 중인 기술, 그리고 동기, 만족감, 참여도, 창의성 등을 통해 평가한 자신의 심리 상태를 전부 적었다. 3.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경험추출법’이라고 부른 이 실험을 실시한 이유는 사람들이 직장과 직장 밖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그들의 활동이 겪는 ‘경험의 질’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4. 사람들은 여가 시간을 보낼 때보다 일을 하고 있을 때 그 일로 인해 더 많은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꼈다. 자유시간에 사람들은 지루함과 불안감을 느끼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다고 그들이 일을 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다.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욕구를 강렬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다시 일하거 가는 걸 가장 싫어했다. 5. 칙센트미하이와 르페브레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사람들이 여가를 즐길 때보다 일을 할 때 더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 여가를 즐길 때가 아니라 일을 할 때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확인했다. 6. 이 실험결과를 보면 우리는 어떤 활동이 우리를 만족시켜 주고, 그 반대로 어떤 활동이 우리를 만족시켜주지 못할지를 기대하는 데 서툴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는 뭔가를 하고 있는 와중에 그로 인한 심리적 영향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다. 이것이 심리학자들이 ‘희망오류(miswanting)'라는 다분히 시적인 이름을 붙여놓은, 보다 일반적인 고통 증세다. 우리는 좋아하지 않는 것을 바라고, 바라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을 보인다. 7. 인지심리학자인 대니얼 길버트와 티모시 윌신은 ‘일어나길 바라는 일들이 우리의 행복감을 높여주지 못하고,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들이 우리의 행복감을 높여줄 때를 희망 오류에 빠졌다고 말하는 게 옳은 듯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수의 우울한 연구 결과들이 보여주듯이 우리는 영원이 희망 오류에 빠져 있다. 8. 사회적 관습은 우리가 일과 여가생활을 오판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칙센트미하이와 르페브레가 실험을 통해서 알아냈고, 우리가 대부분 직접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듯이 사람들은 사회적 관습을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경우 사회적 관습은 ‘여가생활’을 즐기는 게 ‘일을 하는 것’보다 더 바람직하며, 더 높은 지위에 있음을 의미한다는 고정관념이다. 이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느끼는 감정과는 다르다. 9. 두 사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실제 상황에 대한 무지는 개인적 안녕과 사회의 건강에 모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사람들은 왜곡된 시각에 따라 행동하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가장 적게 가져다주는 행동을 더 많이 하는 한편, 가장 긍정적이고 강렬한 감정의 원천이 되는 활동을 기피할 것이다.” 이런 행동은 결코 좋은 인생을 살기 위한 태도가 아니다. -출처: 니콜라스 카, [유리감옥], 한국경제신문, pp.3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