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두뇌에 대한 이해
도일 남건욱
2015. 4. 20. 08:03
이론물리학자인 미치오 카쿠 교수의 ‘마음의 미래’는 인간 정신에 대한 책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의식에 관한 부분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가장 최근에 등장한 두뇌 모형은 수십억 개의 컴퓨터를 하나로 연결한 ‘인터넷 모형’이다. 이 모형은 인간의 의식을 “수십억 뉴런의 행동이 하나로 종합되어 나타나는 기적 같은 현상”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 기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저 혼돈이론을 도입하여 두루뭉술하게 설명할 뿐이다.) 2. 지금까지 언급한 두뇌모형들은 각기 부분적으로 진실을 반영하고 있지만, 어떤 이론도 두뇌의 복잡성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나의 개인적 소견으로는 두뇌를 거대한 주식회사에 비유한 모형이 가장 그럴듯한 것 같다. 이 모형에 의하면 인간의 두뇌에는 거대한 관료 체계와 일련의 지휘계통이 존재하며, 방대한 정보들이 수많은 사무실 사이에서 수시로 교환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정보는 최종 결정권자인 CEO의 지시에 따라 처리된다. 주식회사 모형이 맞는다면, 두뇌의 몇 가지 특이한 성질을 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대부분의 정보는 잠재의식에 저장되어 있다. 우리 두뇌는 매 순간 수조 회의 연산을 수행하고 있지만, 다행히 의식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숲속에서 호랑이와 마주쳤을 때 자신의 위장이나 발가락, 또는 머리카락 상태까지 일일이 감지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이럴 때는 그저 ‘뛰어야 산다’는 사실만 알면 충분하다. -감정이란 하위부서에서 속성으로 내리는 결정이다. 이성적 사고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비상시에 가동하기에는 부적절하다. 이때는 하위부서에서 상황을 빨리 판단하여 CEO나 중간임원의 결재 없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상책인데,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감정(emotion)'이다. 즉 감정(두려움, 분노, 공포 등)은 하위부서에서 들어올리는 ‘경고용 적색 깃발’로서, 진화를 통해 얻은 능력이다. 우리는 감정을 발휘할 때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많은 청중 앞에서 연설하는 사람은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긴장하기 때문이다. -모든 생각은 CEO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두뇌에서 내리는 결정은 하나의 CPU 또는 펜티엄칩을 통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지휘본보 안에 있는 다양한 지부들이 CEO의 관심을 끌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다. 따라서 ‘매끄럽고 연속적인 사고’란 존재하지 않으며, 각 부서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온갖 불협화음이 양산되는 중이다. 모든 결정은 연속적으로 내리는 ‘나’라는 존재감은 잠재의식이 만들어낸 환영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이 하나이며, 정보를 매끄럽게 처리하여 나름대로 타당한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뇌스캔을 통해 나타난 영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마음’과 완전 딴판이다. MIT교수이자 인공지능 창시자인 한 사람인 마빈 민스키는 언젠가 나와 대화를 나누던 중 이렇게 말했다. “한 개인의 마음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마음의 집합체에 가깝다. 마음에는 다양한 하부구조가 존재하며, 각 구조는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내가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와 인터뷰하면서 “이 복잡한 체계 안에서 어떻게 생각이 탄생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그는 “의식이란 뇌 안에서 휘몰아치는 폭풍과 비슷하다”고 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저서에 다음과 같이 적어 놓았다. “사람들은 ‘나’라는 존재가 두뇌의 통제실에 앉아 모든 장면을 스캔하면서 근육이 움직임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모든 느낌을 환상에 불과하다.“ 인간의 의식은 뇌 전체에 퍼져 있는 수많은 사건의 소용돌이이며, 이 사건들은 CEO의 관심을 끌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나의 사건이 자신의 존재를 가장 큰 소리로 외치면, 두뇌는 거기에 합리적인 해석을 내림과 동시에 ‘하나의 자아가 모든 결정을 내린다’는 느낌을 만들어 낸다.” -출처: 미치오 카쿠, (마음의 미래), 김영사, pp.6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