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소웰,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1930년 생으로 여전히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지식인이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의 토머스 소웰(Thomas Sowell)입니다. 많은 지식인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세상을 힘들게 하는 방향의 주장에 열을 올린 속에서도 귀한 목소리를 꾸준히 발신해 온 분입니다. 그의 최근작 [지식인의 역할을 무엇인가(Intellectuals and Society)]은 의미있는 책입니다. 1. 에릭호퍼(Eric Hoffer)의 말입니다. 지식인들이 누리는 특권들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문제가 될 만큼 어리석은 것을 저질러도 명성에 전혀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탈린이 수백 만 명을 추방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동안에도 그를 우상화했던 지식인들은 훗날 평판에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다. 그런 지식인들은 지금도 하늘 아래의 모든 일에 관여하고 있으며, 그러면 보통 사람들을 경의를 표하면서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장 폴 사르트르는 1939년에 철학을 공부하던 독일에서 프랑스로 돌아와 세상을 향해 히틀러의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르트르는 세계 곳곳에서 교육 받은 계급으로부터 숭배를 받을 지적 교황 같은 존재가 되었다. 2. 사르트르만이 아니었다. 환경주의자 폴 엘리히는 1968년에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인류에게 양식을 공급하려던 전투는 끝났다. 1970년대에 세계는 기근을 겪을 것이다. 지금 행해지고 있는 긴급 계획에도 불구하고, 수 억 명이 굶주려 죽을 것이다.“ 1970년대가 지나가고도 몇 십 년이 더 흘렀건만, 엘리히가 예상한 불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욱더 많은 국가들이 국민들의 비만과 잉여 농산물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 그래도 엘리히 교수는 대중적 지지는 물론이고 학계의 유명한 기관으로부터 평판과 인정까지 지속적으로 받았다. (사견: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를 생각하게 됩니다. 남북한의 해빙 무드가 조성되었을 때 정치인들과 북한을 따라 올라간 유명 지식인들 가운데는 마치 통일이 목전에 온 것이라도 하더라도 미사여구로 ‘용비어천가’를 외치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전망은 그들의 명성에 전혀 빛을 바래지 않았습니다.) 3. 지성은 지혜가 아니다. 세상에는 ‘현명하지 못한 지성’도 있다 순수한 지력, 즉 복잡한 개념들과 사상들을 파악하고 조작하는 능력인 지성은 엉터리 결론과 현명하지 못한 행동을 낳을 개념과 사상들을 떠올리는 데도 동원된다. 이 지성을 이용하는 방법도 지성도 독창적인 구성에 필요한 요소 일부를 고의로 배제하는 등 다양하다. 4.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어떤 생각을 지적으로 정교하게 다듬어낸 대표적인 예이다. 원료와 생산 도구를 육체적으로 다루는 행위인 ‘노동’이 부의 진정한 원척이라는 개념이 바로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이 말이 옳다면, 노동력이 풍부하고 기술력이나 기업가 정신이 떨어지는 국가들이 그 반대 상황에 있는 국가들보다 틀림없이 더 큰 번영을 누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그와 정반대인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5. 지혜에서 판단력을 뺀 것이 지성이다. 지혜를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드문 자질이며, 지성과 지식, 경험, 판단력을 결합시키며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지혜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갖고 이해를 얻으리라”는 고대 잠언을 현실로 성취하는 것이다. 지혜는 자기 수양과 세상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세상의 현실에는 당연히 자기 자신의 경험과 이성 자체가 지닌 한계도 포함된다. 6. 지성의 반대는 둔함과 우둔함이지만, 지혜의 반대는 이보다 훨씬 더 어리석음이다. 조지 오웰은 일부 사상들은 너무나 어리석기 때문에 지식인들만이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는 평범한 사람은 절대로 지식인들만큼 바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20세기 지식인들의 기록은 특히 더 소름끼치게 만든다. 20세기에 대량 살상을 저지른 독재자들 중에서 지식인 지지자를 두지 않았던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독재자를 둔 독재 국가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외국의 민주주의 국가에도 그런 독재자를 지지하는 지식인들이 있었다. 7. 지식인은 누구인가? 지식인은 하나의 직업적 카테고리를 말한다. 주로 사상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지식인이라 부른다. 작가들과 학자들 같은 사람이 지식인에 속한다. 지식인의 일은 어디까지나 사상으로 시작해 사상으로 끝난다. 8. 사상들은 그것 자체로 지식인의 기능에 꼭 필요한 열쇠일 뿐만 아니라 지식인의 성취의 기준이 되고, 종종 위험한 유혹의 원친이 되기도 한다. -출처: 토마스 소웰, (지식인의 역할을 무엇인가), 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