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동북아시아의 파워 매트릭스

도일 남건욱 2018. 1. 8. 09:50
"한국이 대북한 정책 자체가 정권이 교체되는 5년마다 크게 흔들리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지만, 관련국인 중국, 미국,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정책변동을 이해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시민의 입장에서는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생각을 들어보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니어재단에서 나온 '동북아시아의 파워매트릭스'는 북한 핵문제를 포함하여 동북 아시아의 다양한 과제들에 대해 한국, 일본, 중국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비교적 솔직하게 들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핵문제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드립니다.(121쪽~132쪽) 

아래의 내용은 제 1회 NEAR 한중일 서울 프로세스에서 열린 '동북아의 잠재적 위기' 세션의 토론 내용 가운데 한국학자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한국 측의 시각과 입장을 정리한 것입니다. 

#1. 북한의 핵 개발이 한반도 적화통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실제로 그 가능성도 크다. 이를 인정하고 한반도 상황을 이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국가들이 북핵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미국조차도 그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만약 북한의 핵미사일이 실제로 전선에 배치되고, 북한이 이를 사용할 경우 한반도의 상황은 불 보듯 뻔하다. 핵은 단순히 위력이 큰 무기가 아니라 단 한 발로도 모든 것을 소멸시킬 수 있는 절대적인 무기다. 또한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 그림자 효과(shadow effect)’가 존재한다. 남북의 군사적 균형이 붕괴되며 한국을 전쟁과 항복이라는 선택지에 한없이 시달리게 함으로써 한반도를 점차 적화의 길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크다. 설사 평화가 유지된다고 할지라도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 종속적, 노예적인 평화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2.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완벽한 대응 방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되어도 한국이 할 수 있는 응징이나 보복 방안은 없다. 천안함 피격 사건이나 연평도 폭격과 같은 북한의 도발이 발생했을 때에도 한국은 별다른 응징이나 보복 방안을 취하지 않았다. 응징이나 보복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도발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핵을 이용한 도발이 지속될 경우 한국이라는 국가 체제는 위협에 빠지게 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국제사회의 시각에서 보면 단순히 골치 아픈 국제 안보 이슈 가운데 하나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북핵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이다. 

#3. 김정은 체제가 지속되는 한 북한은 핵을 폐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북미 간 상황을 보는 입장이 극명하게 반대 방향으로 굳어지고, 중국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면 북한으로 하여금 더욱 버티기 작전으로 가게 할 수 있다. 미중 간 전략대화, 중국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동북아의 불안정한 정세는 지속될 것이다. 

#4. 이와 함께 한국 내에서는 상반된 이슈에 대해 ‘우리다운(we-ness)’ 생각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내에서는 한국이 작은 중국이 되어간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중국의 위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반면, 중국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협력하여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 소장은 이러한 상반된 협력 이슈를 대할 때 과연 한국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다시 말해 소위 말하는 ‘우리다운’ 생각은 무엇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어떠한 생각이 ‘우리다운’ 생각인지에 대한 지식인들의 합의나 공감대가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처하는 자세 역시 이러한 ‘우리다운’ 생각이 결여되면서 나타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마다 한국정부의 대처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한국은 한국다운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5.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에게 섭섭함을 표현해 왔다. 한반도 안보와 관련된 사안 중 가장 중요한 핵실험이 미중 간의 전략적 타협의 결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존재했다. 6자 회담의 실패로 귀결된 한반도 사드 배치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목적이 적화통일이라는 사실은 김정일의 발언이었고, 북한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내용이라는 점을 한국에서는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목적이 무엇이든 핵무기가 실전에 배치되면 한국에 주는 영향은 동일하다. 

-출처: NEAR재단, (동북아시아의 파워매트릭스), 이새, 121~1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