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정관정요의 이상적인 리더
도일 남건욱
2018. 5. 19. 10:00
이상적인 리더는 어떤 모습일까? 당태종의 이세민의 [정관정관]를 재미있게 재해석한 책에서 일부 내용을 보내드립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일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 [서경]의 <요전(堯典)1章> 첫머리에는 이상적인 리더 상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 曰, 放勳欽明, 文思安安, 允恭克讓, 光被四表, 格于上下. <요전>의 ‘요(堯)’는 고대 중국 성왕(聖王)의 이름으로, 순(舜)임금과 더불어 덕으로 천하를 다스린 이상적인 군주로 칭송받는 전설상의 인물이다. 유가에서는 인간으로서 가장 훌륭한 마음가짐으로 임하고자 할 때 “요순의 도(道)를 즐긴다”고 표현한다. #2. 위에 소개한 문장 중 ‘방훈(放勳)’에는 ‘무(武)’자가 숨겨져 있어 원래는 ‘방무훈(放武勳)으로 “무훈을 세운다”는 뜻이다. 따라서 방훈이 ’흠명(欽明)‘하다고 하니, 이는 “누구의 눈에나 그 공적이 명확하다”는 뜻이다. 즉, ’힘이 세서 싸움에 능한 것‘이야말로 리더의 첫 번째 조건이라는 말이다. 현재의 비즈니스 사회로 말하자면 “눈부신 실적을 쌓아 누구에게나 실력을 인정받는 존재가 아니면 리더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사람이 되어야만 비로소 부하를 훌륭히 키워낼 역량이 생긴다”는 의미다. #3. 하지만 이런 능력만으로는 아직 50점밖에 되지 않는다. 100점을 얻으려면 또 다른 중요한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문사안안(文思安安)’이다. ‘문(文)’은 마음의 무늬, ‘사(思)’는 배려심, ‘안안(安安)’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사람을 대할 때는 언제나 마음의 섬세한 움직임을 읽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행동하는 자질이다. 현대 사회의 리더에게 지침이 되는 말로 바꾸면 “문제를 해결하여 사원을 안심시키고, 자사의 가능성을 개척하여 사원에게 희망을 주는 자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방훈흠명 문사안안’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2대 자질이다. 발음이 재미있고 외우기 쉬우므로 훌륭한 리더가 되고자 굳게 마음먹었다면, 이번 기회에 “방훈흠명 문사안안⋯⋯”하고 한번 소리 내어 말해보길 바란다. #4. 그래도 여전히 이 두 가지 자질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류 리더라면 100점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어지는 구절에 2대 자질과 더불어 갖추어야 할 중요한 두 가지 자질이 나온다. 하나는 ‘윤공극양(允恭克讓)’으로, 실로 공손하고 흔쾌히 양보하는 것이다. ‘내가 먼저’라며 자신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한 발 뒤로 물러나 남을 먼저 생각하는 ‘양보하는 마음’이다. 리더의 자질과 그다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은 깊은 곳에서 연관되어 있다.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은 진정한 의미에서 강한 자신감을 지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흔히 “약한 개일수록 요란하게 짖는다”고 하듯이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일수록 ”내가 먼저“라는 말을 쉽게 한다. 반대로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마음에 여유가 있으므로, 한 발 물러서는 일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법이다. #5. 또 다른 자질은 ‘광피사표, 격우상하(光被四表, 格于上下)’이다. 온 세상에 빛이 널리 미치어 하늘과 땅에 이르게 하는 자질로, 누구나 ‘이 사람과 함께라면 괜찮다’고 생각할 만큼 존재 그 자체가 위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덕을 쌓은 자는 그 덕이 빛이 되어 내면으로부터 주위를 밝히는 존재다. 이런 자질을 갖춘 리더가 있다면 윗사람에서 아랫사람에 이르기까지 굳게 결합한 강력한 조직이 된다. 수장의 영향을 받아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세상과 사람을 위해 온 힘을 쏟는다. 그러므로 조직은 끊임없이 번영하고 세상과 평화로워진다. 이것이 바로 유가에서 말하는 리더십의 진수이다. 태종 또한 이런 리더 상을 마음 깊이 새기며 성장했다. -출처: 타구치 요시후미, [정관정요], 미래의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