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기사모음

“글로벌 20대 기업 송도 지켜봐”

도일 남건욱 2007. 5. 9. 18:15
“글로벌 20대 기업 송도 지켜봐”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과 국부 유출 선입견 버려야 외국 자본 들어와
인터뷰 존 하인즈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 대표
2001년 1월 인천의 송도 매립지. 헬리콥터가 요란한 날갯짓을 했고 여섯 명의 낯선 손님을 내려놓았다. 조용경 포스코건설 부사장(당시 전무)과 미국에서 온 스탠 게일 게일인터내셔널 회장 일행이었다. 인천시가 내놓은 매립지를 조사하기 위해 온 것이다.

황량한 갯벌 앞에서 “원더풀”을 외친 사람이 스탠 게일 회장이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다. 무엇이든 그릴 수 있지 않은가.” 묵묵히 게일 회장을 보좌하던 이가 바로 존 하인즈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 사장이다. 이듬해 두 회사가 합작해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가 탄생했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이름의 게일인터내셔널은 미국에 본사를 둔 부동산 개발 회사. 미국 뉴욕 맨해튼, 보스턴 재개발 사업 등을 성공시키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 회사의 한국 사령탑인 존 하인즈 사장은 “포춘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20여 개 기업이 송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분명히 희망적이다. 세계 최고의 계획 도시를 만드는데 조급해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어떻게 한국과 인연을 맺었습니까?
“2001년 당시 송도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지도 않은 상태였으며 인천대교 건립 역시 불투명한 사안이었지요. 더군다나 부지 매립조차 완료되지 않은 공유수면 즉, 바다였습니다. 그러나 동북아 시장의 잠재력, 송도의 지리적 매력, 한국의 고급 인력 등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사업하기 만만치 않지요?
“아주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한국인의 근면성, 의욕에 놀랄 때가 많아요. 다만 ‘조급증’에 다소 당황합니다. 게일이 실시계획을 승인받고 토지를 등기, 외자 유치 착수를 위한 기본 전제조건을 마련한 것은 2005년 말입니다. 이제 1년 남짓 기간이 지났음에도 외자 유치가 얼마나 됐느냐, 입주기업은 어디 있느냐, 빌딩이 보이지 않는다는 등 다소 성급한 판단을 합니다.”

하인즈 사장은 ‘특히 한국에서는 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듯하다’고 꼬집었다. 기업은 그 생리상 ‘돈이 되는’ 곳으로 몰리게 마련인데, 한국에선 외자 유치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정작 외국 기업들이 들어와 사업하고 수익을 남기면 ‘국부 유출’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에 얼마나 투자했습니까?
“세 차례에 걸친 파이낸싱으로 1조8000억원대의 투자를 했습니다. 2006년 12월 모건스탠리와 3억5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토지를 매입해 컨벤션센터, 국제학교, 동북아트레이드타워 등을 짓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유일한 수익은 포스코 ‘더샵퍼스트월드’ 분양 수익금입니다. 이 수익금 역시 컨벤션센터 개발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입니까?
“첫 번째 장애물은 전혀 없다시피 한 인센티브입니다. ‘전혀 없다시피’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경제자유구역 세제 혜택이 제조·물류·관광호텔업에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게일이 개발하는 국제업무지구는 홍콩·싱가포르 같은 도시로 최첨단 산업, 서비스 산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데 송도가 유치하려는 업종과 혜택을 주는 업종과는 거리가 상당히 있습니다. 다음이 ‘반(反)외자 정서’가 될 것입니다. 똑같이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는데 삼성·현대는 박수받고 외국 기업은 손가락질 받아서는 곤란하지요.”

한국이 바꿔야 할 제도는 무엇이 있을까요?
“파격적인 행정자치권이나 금융실명제 완화, 영어 공용화, 아시아 통화 통합(원·엔·위안화 공용)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분명한 것은 경제자유구역의 근본 목표에 맞게 ‘파격’이라고 칭할 만한 제도 개선과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