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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특구 서울 목동의 비밀

도일 남건욱 2007. 5. 13. 12:05
교육특구 서울 목동의 비밀
한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자로 화제가 된 고산 씨(30)와 이소연 씨(28). 성별도 다르고 전공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특목고 출신이라는 점이다. 고 씨는 한영외고, 이 씨는 광주 과학고를 졸업했다. ‘지·덕·체’를 겸비한 이들은 1만8000 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었다.

이들 ‘완벽 남녀’를 본 학생과 학부모들은 고 씨와 이 씨의 프로필을 놓치지 않았다. 중1 자녀를 둔 학부모 H 씨는 “우주인 후보자 선발 과정을 TV와 신문을 통해 지켜보면서, 큰 아이를 특목고에 꼭 보내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H 씨처럼 특목고 진학 열의를 불태우는 학부모는 한두 명이 아니다. 특히 목동의 학부모들이 특목고 입시에 그 누구보다 정성을 들이고 합격자 수 또한 월등히 많다. 대원 대일 명덕 서울 이화 한영 등 서울 지역 6개 외고의 2004~07년 합격자 8627명의 출신 학교를 분석해 보면 이런 점은 더욱 뚜렷해진다. 목동의 공립중학교 4개가 상위 1~4위를 휩쓴 것이다. 월촌 신서 목일 신목중의 순서로 1~4위에 올랐다. 또 같은 관내의 목동중이 6위를 차지했다.

과학고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04~06년 서울 지역 과학고 합격자 배출 상위 톱3도 역시 목동의 중학교들이다. 1~3위가 목동 신서 월촌중이었다.

실제로 목동에는 오매불망 특목고 진학을 꿈꾸는 학부모가 천문학적으로 많다. 삼삼오오 모이면 특목고 정보 나누기로 분주하다. 과학고와 외고 등 특목고 외에 자립형 사립고인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에도 뜨거운 관심을 보인다.

목동은 ‘특목고 준비 트렌드’에도 발빠르다. ‘경시대회 준비’가 최신 트렌드 중 하나다. 과학고의 경우 한국 수학올림피아드(KMO)와 물리·화학·생물·천문 등의 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하면 입학이 유리해진다. 민사고도 마찬가지다. 민사고에 응시하려면 민사고 주최 수학 경시대회 등급표를 제출해야 한다.

초등학교 2~3학년부터 준비하는 것도 목동에서는 예사다. 흔히 ‘영재원’으로 불리는 ‘영재교육원’에 입학하기 위해서다. 각 교육청과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 입학이 초등학교 3학년부터다. 과학고의 경우 영재교육원 출신에 가산점을 준다. 또 일반·특별 전형 외에 영재교육원 수료자 전형이 따로 있다. 영재교육원 입학을 특목고 진학의 첫 단추로 생각하는 학부모가 늘어난 이유다.

목동이 특목고에 유난히 강한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서울 지역에서 외고를 가장 많이 보낸 목동 월촌중의 정관영 교감은 “목동 지역 학부모들은 강남 이상의 교육열을 가진 반면, 목동의 일반계 고등학교가 학부모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07년 고교별 서울대 합격자를 보면 상위 20위 고등학교 가운데 목동 지역 고등학교는 단 한 곳도 없다. 반면 강남 지역의 경기고 서울고 휘문고 반포고는 15~17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내 20위 안에 들었다.

목동이 교육 특구로 떠오르면서 우수 학생이 많이 몰리기도 했다. 목동중의 안세환 교감은 “공립중학교의 학급당 정원수가 보통 35명인데 반해, 목동은 전입자가 많아 학급당 48명까지 공부한다”면서 “다른 지역 중학교의 졸업생 수가 300~400명인데 반해 목동은 800여 명이다”고 전했다.

학력 높은 학부모가 특정 지역 아파트에 모여 산다는 측면도 특목고 붐에 영향을 미쳤다.

사고력수학학원 시매쓰 목동점의 이정옥 원장은 “30~40평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단지의 교육열이 특히 높다”면서 “학부모들을 보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과 교수 교사 등 교육계 종사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목동의 맹모, 맹부들은 강남 대치동 부모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목동 하이스트학원의 이정석 수학과 팀장은 “대치동 엄마들은 자녀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지 않으면 유학을 보내지만 목동은 다르다”면서 “목동 부모는 경제적인 이유로 쉽게 유학을 결정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목동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 해도,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집이 많아서다. 이 팀장은 이어 “이런 이유로 목동 엄마는 자녀가 특목고에 반드시 진학해, 명문대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를 바란다”면서 “대치동 엄마들이 보통 30분 안에 진학 상담을 끝내는 반면 목동에는 2시간 동안 꼼꼼히 상의하는 엄마가 흔하다”고 덧붙였다.

목동 부모는 사교육의 ‘선택과 집중’에 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자녀를 특목고에 합격시킨 목동 엄마들의 저서 〈목동엄마들의 파워공부법〉을 출간한 랜덤하우스의 신선영 팀장은 “목동에는 부유층도 있지만 중산층의 평범한 엄마가 많다”면서 “알뜰하게 자녀를 키우기 위해 사교육을 꼭 필요한 부분만으로 최소화하며 본인 힘으로 입시 정보를 얻는 엄마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글 이효정 한경비즈니스 기자 jenny@kbizweek.com
입력일시 : 2007년 3월 21일 9시 26분 26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