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論濁論] 광우병 진실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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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는 두 가지가 있다. 현저하게 드러난 것과 잠재적인 것이다. 광우병은 후자에 속한다. 잠재적 위험이 ‘국민 질타’의 표적이다. 쇠고기의 전면 수입 개방은 30개월 이상짜리와 뇌 척추 등까지 들어오게 되는데 그 속에 광우병이 있는 소가 묻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걸 알고도 개방을 약속한 이명박 정부는 국민 검역 주권을 포기했으므로 협정은 무효라고 공격한다. 게다가 한국인은 광우병에 세계에서 제일 약하다는 연구 보고를 인용한 한 방송국의 보도가 불을 번지게 했다. 시민단체들이 촛불시위를 하는가 하면 ‘괴담’에 놀아나는 사회증후군이라고 맞받아치는 언론도 등장했다. 한 우익단체는 광우병을 빌미로 좌파세력의 재등장을 경고하는 광고까지 냈다. 드디어 국회는 진실과 허위의 게임을 시작했다. 협정문의 자구 해석 오역까지 등장하고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광우병이 생기면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총리 성명과 이에 대한 미국 측의 ‘당연지사’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결국 사태 진전을 종합하면 한·미 양국의 쇠고기 수입 개방 협정은 재협상이 불가하며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수입 중단 조치를 정부가 하겠다는 것이 그 결론이다. 자, 이제 이 문제의 본질을 따져보자. 우리가 수입을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정부가 한 걸음 물러난다 해도 30개월 미만짜리만 열어 놓으면 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문제다. 소의 나이 표시가 되지 않는 미국의 도축과 유통시스템 때문에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입 쇠고기에 대한 전수검역을 우리 쪽이 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 그런 조건은 협정문에 확보되지 않았다. 따라서 믿을 것은 미국 도축업계의 양심뿐이다. 그런데 과연 미국 업계는 믿을 만한가. 광우병의 발원은 광우병에 걸린 소를 갈아서 만든 동물사료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다우너 증후군의 소를 도살해 유통하거나 소 먹이용으로 사용하다가 발각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다우너 증후군에는 광우병도 포함된다. 그러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쇠고기가 한국에 수입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그렇지 않아도 10여 년이 걸린다는 잠복기간까지 고려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회에 나온 증인들은 미국에서 먹는 것과 똑같은 것이 들어오게 된다고 말한다. 그건 사실일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 햄버거 업체의 끊임없는 요구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도축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좋은 육질, 최소한 잠재적 위험이 없는 고기를 공급하라는 요구다. 오프라 윈프리는 수상한 쇠고기에 대한 고발 프로를 진행하다가 “나는 안 먹겠다”고 선언했다. 이것을 빌미로 송사에 말려들어 기나긴 법정 투쟁을 한 끝에 승소했다. 물론 재판정은 수상한 쇠고기를 도축·유통시키는 업자들에 대한 경고를 내린 것은 아니다. 다만 오프라 개인의 소비주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미국산 쇠고기의 일부는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깔려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어떻든 광우병 쓰나미 효과는 경제마저 삼켜버리고 있다. 유가는 급등하고 인플레의 망령이 배회하며 환율은 올라가고 성장은 4%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야말로 액운이다. 잠재적 위험이 현재적 위기를 뒤덮고 있으니 참으로 묘한 현상이다. 부자들만 뽑아서 만들어진 내각이니 사고의 폭과 의사결정의 치밀성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도덕적 기준에서 훨씬 못 미쳐 있는 사람들이 사회적·문화적 깊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부자들이지만 일만 잘하면 된다는 가설은 가설일 뿐이다. 부자는 부자들끼리만 통하는 암호가 있다. 부자여서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부자그룹이 ‘정치’를 흔드는 위치에 있어서는 실패의 연속이 있을 뿐이다. |
손광식 상지컨설팅 회장 (sks370@naver.com) | [938호] 2008.05.19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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