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공병호씨가 정리한 '슈퍼자본주의'

도일 남건욱 2008. 11. 16. 12:15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교수의 글은 우리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하는데 손색이 없습니다. 이번 책도 당장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없지만
현재의 시대 상황에 대한 이해의 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 분의 해결방법이나 문제의식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눈여겨 볼 부분은 많은 신간이라 봅니다.

#1. 자본주의의 역할은 경제적인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그 파이의 조각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그리고 깨끗한 공기 같은 공공재를 어떤
식으로 다룰 것인지는 사회가 결정해야 한다.
이것은 민주주의에 부과된 역할이다.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과정보다 더 많은 것을 의미한다.
내가 볼 때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서로 힘을 합쳐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즉, 그것은 공동의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게임의 룰을 정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룰은 당연히 경제의 성장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2. 1970년대 말부터 미국의 민주주의적인 자본주의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고,
이와 같은 변화는 세계의 다른 지역들에도 퍼저 나갔다.
자본주의는 승리했으며, 그것은 단순한 이념으로서뿐이 아니었다.
미국을 비롯해 세상의 많은 지역에서 경제의 구조는 휠씬 더 경쟁적인 시장
쪽으로 이동했다. 그에 따라 권력은 소비자와 투자자들 쪽으로 이동했다.

#3. 반면에 자본주의의 '민주주의적인' 측면은 쪼그라들었다.
공식적 및 비공식적 협상을 통해 국가의 부를 나누고, 일자리와 공동체를 안정시키고,
공평한 게임의 룰을 정했던 기관들(거대 과점기업, 거대 노조, 규제 당국, 그리고
지역의 전통적인 중심지역과 공동체들에 반응했던 입법기관들)은 빛이 바랬다.
대기업들은 이제 무자비하게 수익을 추구할 수 밖에 없었다.
'업계의 정치인'들은 사라졌다.
이런 식으로 자본주의의 승리와 민주주의의 쇠락은 서로 연결되었다.
민주주의적인 자본주의를 슈퍼자본주의(Super-capitalism)가 대체했다.


#4. 어떻게 그렇게 되었을까?
슈퍼자본주의로 가는 길은 냉전에서 비롯된 여러가지 신기술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를 테면 컨데이너, 화물선과 수송기, 광섬유 케이블 그리고 위성통신 시스템 등,
이것들은 전지구적인 공급 체계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
이것들은 또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의 상업적인 발전을 촉진시켜 큰 규모가 아니러라도
낮은 비용에 제품을 생산하도록 해 주었고 나중에는 인터넷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 주었다. 이 모든 것이 대규모 생산의 낡은 체제를 무너뜨리고 경쟁을 극적으로
높였다.

#5. 결국 권력은 소비자와 투자들 쪽으로 이동했다.
슈퍼자본주의가 민주주의적인 자본주의를 대체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은 우리 대부분의 안에 두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즉, 소비자와 투자자로서 우리는 더 좋은 거래를 원한다.
그러나 시민으로서 우리는 그런 거래에서 비롯되는 많은 사회적 결과를 좋아하지
않는다. '황금기에 가까운 시대'에 민주주의적인 자본주의 체제는 이와 사뭇
다른 균형을 취했다. 그때는 소비자와 투자자로서의 우리가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지만
시민으로서 우리는 지금보다 더 잘했다.

#6. 지금 우리에게는 균형의 수단이 없다.
대개 소비자와 투자자로서의 우리의 욕망이 우세를 보인다.
왜냐하면 시민으로서의 우리의 가치관은 사실상 적절한 표현 수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7. 슈퍼자본주의의 거대한 증거롤러는 월마트이다.
월마트에는 직원들에게 더 나은 임금과 복지혜택을 제공할 여유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2005년 이 회사의 영업 이익은 3.5퍼센트 정도였다.
이것은 직원당 6천 달러 정도에 해당한다. 따라서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월마트에
나름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회사가 모든 전일제 직원들에게 시간당 3.5달러 정도의 임금인상을 허락한다 해도,
추가적인 비용은 월마트의 미국 내 매출에서 3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이 회사는 가격을 조금 올리거나 수익을 다소 낮춤으로써 그런 비용을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월마트의 소비자로서의 우리는 가격 인상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소비자나 투자자로서 더 나은 거래를 찾아 다른 곳으로 갈지 모른다.
-출처: 로버트 라이시, <슈퍼자본주의>, pp.8~134.

 

#1. 다시 정리해 보자. 슈퍼자본주의가 승리를 거두면서 권력은 소비자와
투자자에게로 옮겨졌다. 이들은 이제 전보다 더 많은 선택을 갖게 되었고 전보다 훨씬 더 쉽게 더 나은 거래들로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을 끌어 모으고 유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계속해서 치열해지고 있다.
이것은 더 싸고 더 좋은 제품과 더 높은 수익을 의미한다.
그러나 슈퍼자본주의가 승리를 거두면서, 그것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사회적
결과들도 더 크게 부상하고 있다.


경제 성장의 이득이 최상층으로 갈수록 더욱더 더 커지는 불평등성,
일자리 안정성의 감소, 공동체의 불안정 내지는 상실, 환경오염, 해외에서의 인권 유린,
그리고 우리의 저급한 욕망에 영합하는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 등의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결과들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슈퍼자본주의가 더 발달한 미국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도 그 뒤를 쫓으면서 점점
더 같은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

#2. 민주주의는 그와 같은 사회적 결과들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장치이다.
민주주의에서는 시민적 가치가 표현되어야 하고, 민주주의에서 우리는
소비자와 투자자로서 원하는 것과 함께 성취하기를 원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나 슈퍼자본주의를 달구고 있는 경쟁이 정치적
과정으로까지 침범했다.


#3. 대기업들은 일단의 로비스트, 변호사, 홍보 전문가들을 고용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돈을 선거 운동에 갖다 바치고 있다.
그 결과 시민으로서 우리의 목소리와 가치들은 사라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사라지면서 동시에 ‘황금기에 가까운 시대’에
시민적 가치를 반영했던 과거의 기관들(산별노조, 지역시민단체,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하는‘업계의 정치인들, 규제기관들)도 슈퍼자본주의의
돌풍에 밀려 대부분 사라졌다.

#4. 많은 개혁가들은 슈퍼자본주의의 혼란스러운 부작용에 맞서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대신에, 특정 기업들의 행동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사회적인 선행을 칭찬하고 사회적으로 무책임한 기업들을
비난하고 있다. 그 결과 기업의 행동에서 일부 제한적인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대개 민주주의를 개선하는 것으로부터 대중의 관심을
돌려버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5. 개혁가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정치에 대한
기업자금의 영향력을 줄이고, 시민의 목소리를 높여주는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개혁의 방향은 없다.
정말로 좋은 일을 하려는 기업의 중역들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어떤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부패시키지 않는 것이다.


#6. 꼭 강조해 두어야 할 점은 기업은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은 법률적 허구로서, 많은 계약들을 한테 묶은 것에 불과하다.
물론 ‘기업문화’라는 것이 있어서 특정 집단을 규정하는 지배적 분위기나
관습 같은 것은 존재한다. 하지만 기업 자체는 육신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들에게 인간적 속성을 부여할 때 대중은 기업이 사람과 비슷한
것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이와 같은 기업의 의인화의 오류는 사람들에게
속해야 할 의무와 권리를 기업에게 부여하는 결과를 낳는다.


#7. 우리 모두는 소비자들이고 대부분의 우리는 투자자들이다.
그리고 이런 입장에서 우리는 가능한 최대의 이득을 얻으려 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시장경제에 참여하여 슈퍼자본주의의 혜택을 누린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개인적 혜택은 종종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우리는 민주주의에 참여한 권리와 의무가 있는 시민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그런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그럼으로써 우리가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진짜 가격을 최대한 낮출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더 큰 성과를 달성하려면 시민으로서
의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종종 가장 힘든 것인데) 우리의 생각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출처: 로버트 라이시, <슈퍼자본주의>, pp.31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