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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발생 광우병 발병 가능 사례 첫 확인”

도일 남건욱 2009. 5. 28. 19:01

“자연 발생 광우병 발병 가능 사례 첫 확인”

‘광우병 대응방안’ 심포지엄 “육골분과 SRM 금지로 통제 가능도”

2009년 0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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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이후 세계 각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중 41건은 일반적인 노령화나 유전적 결함이 원인인 ‘비(非)전형 광우병’으로 지금까지 조사됐습니다.”

광우병 전문가인 미국 캔사스주립대 유르겐 A. 리흐트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광우병의 과학적 실체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열린 ‘제41회 한림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리흐트 교수는 “소가 육골분(소의 뼈 성분) 사료를 먹고 걸리는 전형적인 광우병과 다른 산발적 광우병과 유전적 광우병이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들 비전형 광우병은 전형적인 광우병과 프리온 양 및 분포, 항체 반응 양상 등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프리온은 뇌에 분포하는 단백질. 건강한 사람의 몸속에 존재하는 정상 프리온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구조가 바뀐 변형 프리온은 광우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발적 광우병은 늙은 소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며, 유전적 광우병은 선천적인 유전자 결함 때문에 발병한다는 게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둘 다 변형 프리온이 원인이지만 뇌에 분포하는 위치나 양 등이 전형적인 광우병과 확실히 구별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주제발표자로 나선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인수공통질병연구소장은 “비전형 광우병의 뇌조직에는 변형 프리온의 양이 전형적인 광우병에 비해 20배 이상 적다”며 “늙은 소에서 자발적으로 생긴 광우병이 육골분을 통해 소와 소, 소와 양 사이를 오가며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는 전형적인 유형으로 전환됐을 거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광우병이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는 이번 발표는 사람의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과 비슷하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변형 프리온을 다량 먹을 때 생기는 변종CJD(vCJD)는 바로 인간 광우병. 이 외에 산발적CJD는 노화, 유전적 CJD는 유전자 결함 때문에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소장은 또 “소 수백만 마리 중 한 마리 정도의 빈도로 비전형 광우병이 발병하기 때문에 어떤 나라에서도 광우병이 생길 가능성은 있다”며 “그러나 이는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며 육골분 사료나 뇌나 척수, 두개골, 눈, 편도, 회장 등 특정위험물질(SRM) 섭취 금지로 통제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광우병 발병이 기하급수적으로 줄고 있는 것으로 학계에는 보고되고 있다.

토론자로 참가한 건국대 수의대 이중복 교수는 “SRM 수입 금지와 함께 5년 이상 된 늙은 소는 도축을 금지하는 것도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광우병의 위험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 이현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조류독감을 조류 인플루엔자(AI), 돼지독감을 신종 인플루엔자 등 정확한 용어로 바꿔 부르는 것처럼 광우병도 좀 더 과학적인 명칭인 ‘BSE(소해면상뇌증)’로 불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o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