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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 달릴 수 있게 인프라부터 구축을”공공부문에서 수요 견인 필요 …

도일 남건욱 2009. 5. 28. 19:19
“씽씽 달릴 수 있게 인프라부터 구축을”
공공부문에서 수요 견인 필요 … 완성차 업체 본격 나서야 가격 떨어져

전기자동차 충전기

배출가스가 없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기자동차는 차세대 친환경차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향후 60년 내에 화석연료가 고갈된다는 ‘피크오일이론’까지 더해지면 전기차는 현재 내연기관 엔진의 분명한 대안이다. 연료로 태양열, 풍력, 원자력, 수소 등 비화석 대체에너지를 쓴다 하더라도 자동차는 전기에너지를 통한 모터로 구동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조차 향후 2~3년 내에 전기차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이런 상황변화와 연관이 있다. 여기에 전기차는 이미 기술적으로 일정한 단계에 와 있다. 레오모터스는 기존 차량에 전기모터를 중심으로 한 파워트레인을 개발해 시속 160㎞까지 달릴 수 있는 차를 개발했고, CT&T는 시속 60㎞ 미만 저속 전기차량을 상용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차량은 아직 도로를 달릴 수 없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및 하위 법령에서는 전기차를 자동차로 분류하지 않아 번호판을 받을 수 없고 도로로 끌고 나오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기술은 이미 개발돼 있는데 정책이 따라 주지 않아 상용화가 더뎌지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한나라당의 유승민 의원이 지난 4월 1일 연료 주입 없이 배터리 충전만으로 운행하는 저속 전기차를 자동차의 한 종류로 정의하고 제한 속도 시속 60㎞ 이하인 일반도로를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나라당은 6월 말까지는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혀 하반기부터는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6월 법안 처리하면 하반기 주행 가능

하지만 법안이 시속 60㎞ 이하 차량만 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 전기차는 고속 주행과 장거리 주행을 중심으로 기술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자칫 한국의 내수시장만 세계시장의 흐름과 동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 엔진을 전기자동차의 파워트레인으로 교체하는 정비 자체를 불법화하는 현행 법제도도 바뀔 필요가 있다.

레오모터스의 이정용 사장은 “중소기업 위주로 발전되고 있는 전기자동차 기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존 차량을 개조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등 대형 완성차 업체에서 양산 모델을 생산하기 전까지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접목한 개조차가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조금 통해 전기자동차 수요 촉진할 필요

이미 한국의 몇몇 업체가 전기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그중 일부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투자와 육성책도 요구된다.

1990년대 초반 대우국민차 전무를 지낸 김용섭 대성산업 감사는 “디지털 기술과 배터리 기술, 전자기술에서 앞선 한국의 정부가 전기자동차를 차세대 사업으로 육성한다면 엔진자동차보다 더 큰 산업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정부에서 전기자동차의 인프라를 만들고, 정부 차원의 지원금을 주는 것도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대형 완성차 업체의 투자도 시급하다. 이미 미국에서는 배출가스 총량규제를 통해 엔진 차량의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독일, 일본 등이 하이브리드카와 고효율 디젤차는 물론 전기자동차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 업체는 전기차 대신 엔진 중심의 차량 개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AIST 이주장 교수는 “R&D센터 인력의 80%가 기계를 전공한 전통 기술 전문가들로 구성돼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대형 완성차 업체들은 자기들의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전기차 개발을 꺼리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전기차 개발에 나선다면 양산을 통해 가격도 낮출 수 있고, 기술발전도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도 걸음마 단계인 전기차의 활성화를 위해 전기충전소와 공공 교통수단의 전기자동차 전환 등을 고려해 볼 만하다. 또 보조금을 통해 전기자동차 수요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정책들이 친환경 기술 개발에 대한 간접적인 투자이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에서 수요 견인 필요 … 완성차 업체 본격 나서야 가격 떨어져

고속도로 시속 140㎞, 남한산성도 거뜬
레오모터스 전기차 타보니…

‘흡입-압축-폭발-배기’의 순서로 연료를 태우는 내연기관 엔진에서는 아무리 소음과 진동을 절제해도 ‘폭발’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차는 흔들리고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기차는 그런 과정이 없다. 전기의 힘으로 모터를 돌리기만 하면 바퀴가 굴러간다. 당연히 소음이나 진동이 생길 여지가 없다.

가속페달을 밟고 속력을 올려도 진동은 전혀 없다. 출발할 때 ‘위잉~’하는 모터 돌아가는 소리는 잠깐 들리지만 그것도 이내 사라진다. 전기모터이기 때문에 배기가스도 없고, 진동이 없어 잔고장이 없는 데다 기름값에 비해 현저히 싼 연료를 쓰기 때문에 유지비도 거의 들지 않는다.

무소음 무진동이 기존 차와 승차감에서 가장 큰 차이를 내는 점이라면 힘(토크)이 부족하고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짧다는 것이 그동안 전기차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급가속은 가능하지만 고속주행이 어렵거나 오르막에서 차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레오모터스의 전기차를 몰고 중부고속도로 광주 인터체인지로 들어섰다.

가속페달을 밟자 차는 어느새 시속 120㎞로 내달렸다. 그 과정에서 힘겹다는 느낌은 없었다. 엔진 소리가 전혀 없어 가속페달을 깊이 밟아도 ‘부아앙’하는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급가속의 느낌은 덜했다. 하지만 2차로에 있는 승용차가 하나 둘씩 뒤로 밀려났다. 평일인데도 고속도로에 차가 많아 속도를 더 낼 수는 없었지만 레오모터스에서 주장하는 시속 160㎞도 평지에서는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전기차의 또다른 약점은 등판능력이다. 언덕을 오르는 힘은 자동차의 토크에서 나오는데 전기차는 모터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높은 토크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 골프장 카트가 언덕길에서 급속히 힘이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레오모터스의 전기차를 타고 남한산성 동문길을 올라봤다. 약 8㎞ 정도의 오르막을 기어 3단으로 가뿐하게 올라갔다. 최대토크가 260N.m(약 16.25㎏·m)라는 업체 측의 설명이 과장은 아닌 듯 했다.

레오모터스의 60㎾ 모터의 성능은 1000㏄ 가솔린 경차 엔진보다 훨씬 강력한 힘과 스피드를 냈다. 1600㏄ 가솔린 엔진 정도의 성능과 맞먹는 느낌이다. 한 번 충전으로 250㎞를 달릴 수 있다는 업체의 주장은 최적의 상태를 고려한 것이고 운전자의 운전습성이나 도로 여건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150~200㎞ 정도가 현실적일 것 같다. 위성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하루 주행거리가 100㎞를 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한 주행거리다(2007년 우리나라 승용차의 일평균 주행거리는 40.9㎞였다).

시험용 차는 기아의 경차 ‘모닝’에 파워트레인과 몇몇 서스펜션을 바꿔 놓았기 때문에 엔진 성능 외에 다른 승차감은 큰 차이가 없다. 레오모터스에서도 “어떤 차에도 우리 파워트레인을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봐 기존 차량을 약간 변형한 전기차를 염두에 둔 듯하다. 30㎾h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장착할 경우 기존 파워트레인보다 100㎏ 정도 무거운 점을 감안하면 배터리를 자동차 바닥에 고르게 깔면 운동 능력이 더 민첩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당장 도로 위에서 상용화돼도 제 성능을 발휘할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