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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융복합·그린에너지 개발에 박차대경권, 광역권 구축 선두주자

도일 남건욱 2009. 12. 27. 20:13
IT융복합·그린에너지 개발에 박차
대경권, 광역권 구축 선두주자
‘제로섬’ 아닌 ‘플러스섬’으로 성공 자신
대구=최은경 기자·chin1chuk@joongang.co.kr

미리넷솔라 공장에서 직원들이 태양전지 생산에 한창이다.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서공단에 자리 잡은 태양전지 생산업체 미리넷솔라. 국내에서 다결정 태양전지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회사로 본사는 서울에 있지만 2008년 1월부터 대구 공장을 가동했다. 이 회사의 조해종 연구원은 일주일 중 3일을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보낸다.

경북 경산시에 있는 영남대 물리과와 대구 나노부품실용화센터를 옮겨 가며 태양전지(셀)의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하는 것. ‘레이저 도프드 고효율 다결정 실리콘 태양전지 양산기술개발’이라는 이름의 이 연구에는 태양전지업체인 SSCP(경북 구미), LTS(경기 의왕)도 참여하고 있다.

연구원 40명 중 15명이 미리넷솔라 소속이다. 이 연구과제의 목표는 2011년까지 셀의 효율을 높이고, 양산 장비를 국산화하는 것이다. 조 연구원은 “장비를 개발하는 업체와 미리넷솔라처럼 에너지 효율을 연구하는 업체가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나누며 활발하게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음 편히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것은 이 과제가 ‘2009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육성사업’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광역권을 단위로 경제 개발을 하기 전에도 이 회사는 SSCP, LTS 등과 협력해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광역권 발전 정책의 영향을 현장에서 직접 느낀다는 조 연구원은 “분명 훨씬 편리해진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소한 변화지만 연구에 큰 도움 돼”

그는 “협력업체 방문 횟수가 일주일에 한 번에서 세 번 정도로 늘었다”며 “사소한 일처럼 보이겠지만 교통비만 해도 이런 선도산업이 있기 전에는 회사 자체 부담이었기 때문에 꼭 필요할 때만 외부에 나가곤 했다. 지금은 연구 외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공했을 때 ‘윈-윈’인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의 조무현 부사장 역시 “섬유처럼 한 지역에서 오래 해 온 산업은 내부 협력만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태양광 같은 신산업은 독자적 개발에 한계가 있다”며 “경계에 구애 받지 않아 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광역권 발전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도 다른 지역의 대학, 연구소, 업체 등과 함께 일해봤지만 껄끄러운 면이 있었다고 한다. 가령 대구 외 지역의 대학과 산학협력을 맺으면 대학에는 해당 지역에서 지원 예산이 나오고 회사는 대구시가 지원하기 때문에 공동 과제를 수행하고 성과를 공유하기에 불편했다는 것이다.

조 부사장은 “경북 상주의 웅진폴리실리콘이나 영주의 소디프신소재, 구미의 STX솔라 등과도 사업 분야가 맞으면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북아 IT융복합 거점 될 것

셀의 효율을 높이는 연구는 3년 안에 성공시켜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3년 후 효과가 드러날 산업은 태양광뿐 아니다. 대경권광역경제발전위원회는 ▶태양광 부품소재 글로벌 경쟁력 강화사업에 ▶수소연료전지 글로벌 허브 구축사업 ▶IT융합 의료기기 글로벌 경쟁력 강화사업 ▶IT융합 실용로봇 글로벌 경쟁력 강화사업 등을 더해 총 4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대경권의 모바일 단말기 세계시장 점유율이 2위(24%)다. 또 일본 부품소재 기업의 입지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대경권은 이런 장점을 살려 영상진단기기, 신체기능회복기기, 모바일 헬스케어기기 등을 개발하는 IT융합 의료기기 사업과 제조지원 서비스 로봇, 전문서비스 로봇 등을 개발하는 IT융합 실용로봇 사업을 선도산업으로 선정했다.

이 산업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특수 전문서비스 로봇 세계시장 점유율이 2012년에 4%로 2008년 1.8%보다 대폭 상승하게 된다. IT융합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 5개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IT융복합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동북아 거점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태양광과 수소연료전지 등 그린에너지 산업에서는 3년 후 5500명 고용 창출과 3조6500억원의 생산액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선도산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도 한창 계획 중이다. 동서 5축·동서 6축 간선도로, 남북 7축 고속도로, 대구외곽순환도로 건설이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또 안동, 경주 등 전통문화가 보존된 지역을 유교·신라·가야 3대 문화권으로 지정하고 대중적으로 개발해 관광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대경권의 3년 후 모습을 한마디로 말하면 ‘전통문화와 첨단 지식산업이 어우러진 신성장지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산업이 글이나 말처럼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세종시의 ‘교육특구’ ‘의료시티’ 등의 수정안과 관련해 정부와 겪고 있는 갈등 역시 대경권이 넘어야 할 산이다. 또 섬유산업 등 기존 사업과 신사업을 조화시키는 것 역시 남은 과제다.

박광길 사무총장은 “실제적으로 사양길에 들어선 섬유산업은 전통 섬유가 아닌 다른 신산업과 융합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세계 최대 아웃도어웨어 기업인 영원무역이 대구에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11월 27일 생산공장 건립 기공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소외감 먼저 극복해야


무엇보다 중추도시로서 대구와 구미, 포항, 안동 등의 네트워크 도시의 협력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대경권 개발의 현실화를 한걸음 앞당긴다.

대경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는 대구와 포항을 중심으로 한 첨단의료산업복합단지를 조성해 의약품, 의료기기, 의료서비스를 글로벌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구미~대구~경산을 지하철로 잇는 대구권 광역전철망을 형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는 10여 년 전만 해도 소비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화려한 도시였다. 하지만 중국의 섬유산업에 밀리고 외부로 이주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지역 이름을 내건 대표적인 축제 하나 없는 황량한 도시가 됐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16개 시·도 중에서 2000년 이후 내리 꼴찌다.

경북 역시 전자와 철강이라는 대표주자에 제대로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는 평이다. 정치적인 문제 역시 경제적 소외감으로 이어졌다. 의성에서 태어나 안동 등을 거쳐 대구에 30년 넘게 살고 있다는 한 대구 시민은 “10년 동안 너무 변화가 없어 시민들이 의욕을 잃었다”고 그동안 우울했던 대경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시민은 “움츠리는 시간이 길었기에 더 높이 뛸 수 있을 것”이라고 광역경제권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영남대학교 이재훈(경영학부) 교수는 “대구·경북 지역 중 한 지역이 사업을 적게 가져가면 손해를 보는 반면 다른 한 지역은 더 많이 가져가서 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제로섬’이 아니라 두 지역 가운데 보다 역량 있는 지역에서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결국에는 대구경북 전체가 혜택을 입게 될 것이라는 ‘플러스섬’의 인식에서 광역권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대경광역경제권 프로젝트
■ 그린에너지

▶태양광 부품소재 글로벌 경쟁력 강화
-결정질 Si 태양전지
-화합물 박막 태양전지, 유기 및 차세대 태양전지
-생산장비 및 효율 개선 융복합 시스템
3년 후 기대효과 : 고용창출 4650명, 생산액 3조5000억원

 ▶수소연료전지 글로벌 허브 구축
-발전용 용융탄산염 연료전지
-발전용 평판형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가정/건물용 평판형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3년 후 기대효과 : 고용창출 850명, 생산액 1500억원

■ IT융복합

▶ IT융복합 의료기기 글로벌 경쟁력 강화
-영상진단기기 기술개발, 기업지원 및 인력양성
-신체기능회복기기 기술개발, 기업지원 및 인력양성
-이동 및 생활지원기기 기술개발, 기업지원 및 인력양성
-모바일 헬스케어기기 기술개발, 기업지원 및 인력양성
3년 후 기대효과 : 고용창출 1400명, 생산액 2500억원 증가

 ▶IT융복합 실용로봇 상용화 기반 강화
-특수 전문서비스 로봇 기술개발, 기업지원 및 인력양성
-특수다목적 작업로봇 기술개발, 기업지원 및 인력양성
3년 후 기대효과 : 신규 고용창출 1200명, 생산액 2400억원 증가
“3년 앞선 경험 자신, ‘감 잡았스~’”
인터뷰 박광길 대경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사무총장

지난 8월 31일 대경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가 출범했다. 7개 광역권 중 첫 번째였다. 출범한 지 3개월이 지나고 만난 박광길 사무총장은 “이제 감(感)을 잡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2006년 3월에 이미 대구경북경제통합추진위원회를 꾸려 자체적으로 ‘광역화’를 추진해 왔던 터라 어느 지역보다 이번 광역경제권 발전정책을 반기는 분위기다. 동구 신천동 사무실에서 박 사무총장을 만났다.

>> 광역권 구축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동시에 다른 지역의 시샘을 받고 있다.

“(웃으며) 머라 캐도 우린 갈 길을 간다. 대구와 경북은 지리·문화·역사적으로 공통점이 많다. 서로 대립하고 경쟁하던 지난 10여 년 동안 소리 내 말하지는 않았지만 절실히 협력을 원하고 있었다. 물론 갈등도 있었다. 처음 경제통합을 추진했을 때 앞에서 악수하고 뒤에서 딴소리하는 일이 왜 없었겠나.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양보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지역보다 3년 먼저 시행착오를 겪은 것뿐이다. 땅이 없는 대구는 소비를, 도심화가 필요한 경북은 생산과 투자를 담당해 상승효과를 낼 계획이다.”

>> 현재 시·도의 분위기는 어떤가?

“하위 공무원까지는 몰라도 간부들을 만나 보면 ‘어느 정도 됐다’는 생각이 든다. 대구·경북의 창구를 일원화하자는 목소리가 크고 이제 호흡도 잘 맞는다. 제도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실제적인 운영을 잘하려고 한다. 장기적으로 토털 물 산업, 스마트 리버(smart river), 커뮤니티비즈니스, 전기자동차, 맞춤형 식단 등 자체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물 산업은 제주권 선도산업이지 않나. 호남권의 태양광 산업과 강원권의 의료 산업과도 선도산업이 겹친다.

“먹고사는 게 다 비슷하지 않나. 다만 특화하자는 거다. 일일이 차이점을 말할 수는 있지만 산업이라는 게 두부 자르듯 나눠지지 않는다. 중복이 아닌 경쟁으로 본다. 정책 시행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광역권 간 경쟁도 필요하다. 딱딱하게 표현하면 ‘경쟁적 협력’이다. 쉽게 말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면서 중장기적으로 해당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신산업은 ‘컨버전스(융합)’ 없이 발전하기 어렵다.”

>> 그게 말처럼 쉽나? 대경권 역시 배타적이고 보수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외지에서 온 사업가들이 버티기 어렵다고 하긴 하더라. 민간 시민단체와 함께 ‘외지인 보듬기 캠페인’을 활발하게 벌여 인식을 바꿀 계획이다.”

>> 세종시와 관련해 역차별 우려에서 특히 대경권이 많이 지목됐다.

“흠…,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시한부처럼 서두르지 말고 큰 그림을 그려서 대안을 같이 제시해야 한다. 가령 대경권에 신국제공항이 들어선다면 이해할 수 있다.”

>> 그게 지역이기주의고 나눠먹기식 아닌가?

“근거가 타당한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나눠먹기 식이 아니다. 과일 하나를 들고 씨까지 싹 다 나눠줄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 앞으로 계획은?

“시·도민의 활력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다. 대구는 99.9%가 소기업이고 경북 역시 삼성전자·LG전자가 구미를 이탈하고 있다. 국영기업이었던 포스코 외에 이렇다 할 대기업이 없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대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정해지진 않았지만 에너지 고효율과 관련한 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 IT융합 의료기기, IT융합 실용로봇, 태양광 부품소재, 수소연료전지의 4개 프로젝트 중 하나의 성과를 2010년에 가시적으로 보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