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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경제권 경계 넘어 초광역 전략으로 진화해외사례에서 배운다(1) 영국

도일 남건욱 2009. 12. 27. 20:20
광역경제권 경계 넘어 초광역 전략으로 진화
해외사례에서 배운다(1) 영국
‘지역 경제전략’ ‘지역 공간전략’ 통합해 기능적 심화·확대 추구
정성훈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교수·shjung@kangwon.ac.kr
지난해 지역개발청은 출범 10년을 맞아 대대적인 변화에 착수했다. 역할 변화의 1차 목적은 잉글랜드 모든 지역의 경제적 성과와 증진을 지속가능하도록 하고, 지역 간 내재된 고질적인 성장률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영국 광역경제권의 핵심지역인 런던의 더 시티.

영국은 지역에 광역경제권 전략을 도입한 선두주자다. 1997년 이후 이 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지역발전전략의 새 장을 열었다. 광역경제권 정책이 성공적이라는 판단 아래 2004년부터는 광역경제권끼리 스스로 협력할 수 있도록 ‘초광역경제권’ 정책을 시작했다.

광역경제권 정책은 법에 의해 모든 지역이 의무적으로 수행하도록 한 반면, 초광역경제권 정책은 필요와 기회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왜 영국은 광역경제권 발전전략을 채택하게 됐는가, 그리고 왜 초광역 정책이 필요했을까? 이를 알면 우리의 광역경제권 정책이 필요한 이유를 알게 된다.

1997년 집권한 블레어 정부는 잉글랜드를 9개 권역으로 분리해 바야흐로 ‘9대 광역경제권 정책’을 시작했다. 9대 광역경제권이란 잉글랜드 북동부권(North East), 북서부권(North West), 요크셔&험버권(Yorkshire & The Humber), 중동부권(East Midlands), 중서부권(West Midlands), 동부권(East of England), 런던권(London), 남동부권(South East), 남서부권(South West) 등을 말한다.

9대 광역경제권의 인구는 평균 560만 명, 지역 총부가가치는 평균 2000억 달러 정도다. 각 광역경제권의 정책은 1998년 본격 출범한 ‘지역개발청(RDA)’이 주도한다. 최근 국내에서 시작된 광역경제권발전위원회는 이 지역개발청을 모델로 한 것이다. 각 개발청은 지방정부와 시민단체 대표 등 1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두고, 이 위원회는 ‘지역경제전략’ 등 중요 사안에 대해 의결한다.

개발청은 ‘지역경제전략’을 수립하고 약 3년마다 이를 수정·보완해 다른 경제 주체들이 이를 참고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개발청 예산조달 및 운영은 6개 중앙부처로부터의 예산을 하나로 통합한 후 자율적인 용도를 설정해 사용한다. 이를 영국에서는 ‘단일예산제(Single Pot)’로 부른다.

지난 10년 동안 개발청은 상당한 기능을 해 왔다. 지역의 신규사업을 지원했고, 고용을 창출했으며, 교육을 통해 지역 인재를 육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평가가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쓰는 경비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과 함께, 개발청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관료화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출범 10년 맞은 지역개발청 대대적 혁신 착수

지난해 지역개발청은 출범 10년을 맞아 대대적인 변화에 착수했다. 역할 변화의 1차 목적은 잉글랜드 모든 지역의 경제적 성과와 증진을 지속가능하도록 하고, 지역 간 내재된 고질적인 성장률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당초 ‘지역 경제전략’을 담당해 왔던 RDA는 그 기능을 혁신분야, 경제발전을 위한 투자분야, 사회적·물리적 재활성화분야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이전에 RDA의 자문기구 역할을 해 왔던 지역의회는 2008년 이후 지역계획, 환경문제 등 ‘지역 공간전략’을 담당하게 된다. 결국, 2008년 이후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영국 지역정책의 초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광역적 단위의 지역발전전략 차원에서 ‘지역 경제전략’과 ‘지역 공간전략’을 통합해 기능적 심화와 확대를 추구하는 것이며 둘째, 광역적 차원에서 기획되는 새로운 경제발전 도구들을 광역경제권 간 경계를 초월한 초광역적 차원에서 증진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영국의 광역경제권 및 초광역경제권 정책이 병행되어 추진되고 있는 이유가 된다.

이후 영국 초광역경제권 정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잉글랜드 북부지역의 초광역경제권 정책을 살펴보자. 영국 북부지역의 초광역경제권 정책 구상의 배경은 1970년대 이후 나타난 잉글랜드 지역경제의 현황인 남과 북의 극심한 격차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수도인 런던을 중심으로 한 남부의 상대적인 경제성장과 북부의 기간산업 쇠퇴와 구조조정으로 인한 장기적 경제침체를 의미한다.

 

광역경제권 경계 넘어 초광역 전략으로 진화
해외사례에서 배운다(1) 영국
‘지역 경제전략’ ‘지역 공간전략’ 통합해 기능적 심화·확대 추구
정성훈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교수·shjung@kangwon.ac.kr

3개 지역 RDA 간 합의 등 벤치마킹 기능할 것


1980년대 중반 이후 유럽연합은 잉글랜드 북부 대부분의 지역을 낙후지역으로 분류했다. 이를 다시 세분해 산업쇠퇴지역, 발전정체지역 등으로 유형화하면서 유럽연합 구조기금의 지원대상 지역으로 나눴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잉글랜드 북부경제권을 살리기 위해 2004년 북부 3개의 RDA(북동부권, 북서부권, 요크셔&험버권)가 연합해 초광역경제권 추진기구인 TNW(The Northern Way)를 설립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1990년대 후반 노동당 출신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집권하면서 영국만이 갈 수 있는 ‘제3의 길(The Third Way)’을 제시했던 것처럼 2004년 북부의 RDA들은 ‘북부의 길’을 주창한 셈이다.

북부의 초광역형 경제활성화와 글로벌화를 목표로 하는 영국 북부 초광역경제권(Pan-Northern Region: PNR) 정책은 국내적 차원에서는 북부의 경제활성화(낙후성 극복)를 통해 남부지역과의 격차를 줄이고, 글로벌 차원에서는 북부광경제권을 최고의 삶의 질을 지닌 세계적 경제단위로 전환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영국 북부에서 PNR 중심의 협력을 구상하게 된 준거를 일곱 가지로 제시하고 있는 데,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①기존 기능지역 역할의 공간적 연계 및 확대 가능성 ②지역 이미지, 숙련도 제고 등 협력을 통해 북부 지역들의 공통된 문제 극복 ③노동시장 규모, 혁신자원 증대효과 차원에서 임계규모의 증가 ④전문성과 상호보완성 증대 ⑤협력을 위한 규모의 경제 창출 ⑥제도적 장벽과 이에 따르는 제약들 극복 ⑦초광역적 차원에서 학습기회 창출과 접근성 제고 등이다.

잉글랜드 광역경제권 정책과 북부 초광역경제권 정책이 우리나라 광역 또는 초광역 지역발전 정책의 추진체계 구축에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추진체계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광역경제권 정책과 초광역경제권 정책은 모두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해당 광역시·도 간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살펴보면 영국의 TNW 중심의 초광역경제권 추진체계는 우리나라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 즉, 우리나라처럼 광역형 RDA 자체도 구성되어 있지 않은 현실에서 TNW라는 특정 지역의 RDA 연합적 기구를 설립해 추진한다는 것은 다소 거리가 멀다.

다만, 이와 같은 초광역적 발전을 위해서 3개 지역 RDA 간 합의를 통해 자율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해 초광역경제권의 현안에 접근했다는 점은 협력적 토대가 잘 형성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향후 벤치마킹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TNW를 운영하는 팀 구성원은 모두 3개의 RDA에서 파견된 직원들이다. 영국의 사업추진체계를 위한 기관을 설립하는 방식이 우리나라와는 다르다고 할지라도 초광역적 지역정책 추진의 차원에서 기존 추진조직들 간 협력 방식을 통해 새로운 운영모델을 창출한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초광역 지역정책 추진체계 구상에서 고려해 볼 만한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