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경쟁거점 정책’ 본격화 … 범부처 차원 협력·조정 강화
![]() ![]() 프랑스 파리 서부 외곽에 건설된 현대식 상업지구 라데팡스. 세계적 경쟁거점은 산업경쟁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
프랑스는 심장이라고 부르는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의 성장을 억제하되 지방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 종합적이고, 체계적 지원과 투자가 약 40년간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다. 이에 따라 급격히 증가 추세를 나타냈던 수도권의 인구 비중은 1980년대 이후 18.8% 이하로 안정화되고, 수도권 경제성장도 둔화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지방의 인구 및 경제성장은 수도권보다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경제개발 및 국토개발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보다 광역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함을 인식하게 되어 기존의 도(데파르트망)보다 규모가 큰 구역인 21개 지역(레지옹)을 신설했다.
지역은 창설 후 점진적으로 그 지위와 역할이 강화되었다. 1959년 신설 당시 지역은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는 행정구역에 불과했다. 이후 1964년에 지역 단위의 행정협의체가 구성되고, 정부가 임명하는 대표인 ‘지사(프레페)’라는 직책이 신설되었다.
1972년에 지역은 특수공법인의 지위가 부여돼 예산의 자율성이 강화되고, 간접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지역의회와 자문기관인 경제사회위원회를 두었다. 1982년부터 지방분권 실시와 함께 지역은 다시 광역지방자치단체로 승격돼 권한과 역할이 대폭 확대되었다. 그러다 1986년 처음으로 주민 직선에 의한 의회가 구성되었고, 의회에서 간접선거로 지역의회 의장이 선출되어 지방자치단체의 집행부를 겸하고 있다.
공식적 행정구역으로서 지역은 광역경제권에 해당하며, 프랑스 본토에 현재 22개가 있다. 지역의 평균 인구는 약 280만 명이고, 가장 큰 지역인 수도권(일드프랑스 지역)은 약 1150만 명에 이른다. 정부는 2009년 2월에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개혁안을 발표했는데 이 내용 중에는 현재 22개 지역을 15개로 자발적 통합을 추진하는 안을 포함하고 있다.
6개 광역경제권 나눈 2020년 장기발전 구상
프랑스는 세계화의 진전, 유럽연합의 역할 확대, 지방분권화 등에 따라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광역권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추진체제를 도입했다. 광역권 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점진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역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1980년대에 첨단산업 집적도시인 테크노폴 조성, 1990년대에 지역생산체계 구축, 2000년대에 경쟁거점 정책을 추진해 규모와 내용에서 점진적 발전을 도모했다.
메츠 테크노폴 대표인 필립 네테르는 “지방의 주요 도시에 조성된 테크노폴에는 파리에서 이전해 온 대학과 기업, 연구소들이 유치되었다. 1993년 민영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정부는 테크노폴 정책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소피아 앙티폴리스, 툴루즈, 그르노블, 메츠 등의 테크노폴은 기술선도 기업을 유치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부 관광도시인 니스 근처의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프랑스 최초의 테크노폴로 유명하다. 오늘날 1200개 업체에 약 2만6000명을 수용하는 유럽 최고의 첨단산업 집적지로 평가 받고 있다. 지역생산체계 정책은 지역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중소기업, 대학 및 연구소 및 지자체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1997년에 도입해 96개가 선정되었으며, 업종은 기계, 금속, 섬유, 의류, 농업, 어업, 목재, 가구 등과 같은 전통산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에 와서 국제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산업클러스터는 국가발전을 지역 단위에서 접근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다.
프랑스는 지역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고용증대를 위해 2004년부터 경쟁거점 정책을 도입했다. 이는 기업, 교육 및 연구기관, 지자체 등이 협력하는 산업클러스터에 해당한다. 경쟁거점 정책은 지역 간 및 국경을 초월한 협력사업에 대한 비중이 높아 2개 이상의 지역이 참여하는 산업클러스터가 전체(71개)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71개 경쟁거점을 세 가지 범주(세계적 경쟁거점 7개, 세계적 경쟁거점 후보 10개, 국내 경쟁거점 54개)로 차등화해 지원하고 있다. 세계적 경쟁거점은 파리에 3개, 리옹 1개(바이오), 툴루즈 1개, 그르노블 1개, 마르세유 1개로 지역 간에 안배하기보다는 산업의 경쟁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2008년 6월의 결과보고서(국내의 쎄엠인터내셔날 컨설팅과 외국의 보스턴 컨설팅)에 따르면 “경쟁거점 정책은 프랑스 산업 전반에서 실제로 혁신의 역동성을 창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되고 있다. 지역은 장기적 지역발전계획(SRADT)을 수립하며, 수도권의 경우 수도권광역기본계획(SDRIF)을 수립한다.
이 외에도 지역은 자율적으로 각종 부문별 계획(교육훈련, 교통, 관광 등)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주요 산악지대 및 강의 경우 관련 기관들(국가, 지역, 도 등)의 협력 속에 여러 지역이 참여해 산악정비개발 계획과 강 유역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광역경제권 발전정책이나 계획은 연구 검토와 실험을 거쳐 점진적으로 추진되고 있고, 지역(지자체, 기업, 각종 단체 등)에 자율성이 부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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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2004년 8월에 제정된 “지방의 자유와 책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입한 지역경제발전계획(SDRE)은 실험적 차원에서 시행하되 지역이 자율적으로 계획을 수립한다.
정부는 2000년에 연구 차원에서 6개 광역경제권으로 나눈 2020년 장기발전 구상을 발표했다. 이것은 국토 및 지역개발에 있어 새로운 사고의 틀을 제공하는 장기적 관점의 구상 내지 모의실험이며, 권역의 경계를 고정하지 않고 있는 점에서 주목된다.
프랑스는 광역권 발전사업 추진에 국가가 권위적인 방법이 아닌 투자협약(계획계약) 제도를 적극 활용해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국가와 지역(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참여해 지역경제개발에 관해 7년 주기로 국가와 지역 간 투자협약을 맺는다. 이 협약 제도는 지방자치 시대의 광역경제권 발전의 새로운 수단으로 1984년부터 도입돼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다.
지역정책 전담기구(DIACT) 역할 주목해야
우리나라는 2004년에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서 프랑스의 계획계약을 모방해 지역발전투자협약제도를 도입했으나 공무원과 관련 기관의 이해와 공감대 부족으로 아직까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러한 지역발전투자협약제도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광역경제권 발전사업에 많은 기관이 참여함에 따라 나타나는 복잡한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정 및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주요 강이나 산악지대와 같이 여러 지역에 관련되는 광역권 발전 사업의 경우 범부처 차원의 지역정책 전담기구(DIACT)를 통해 관련 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조정하는 체계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이러한 지역발전정책 전담기구는 드골 대통령 당시인 1963년에 설치돼 범부처 차원에서 각종 정책의 전망·조정·촉진·평가를 수행해 정책의 일관성과 실효성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지역발전정책 추진기구는 정권 변화에 따라 자주 바뀌어 정책의 일관성과 실효성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
현재 지역발전위원회는 대통령 자문기관으로서 범부처 차원에서 지역발전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집행력이 부족한 것이 흠이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의 지역발전정책 전담기구는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