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기사모음

아파트를 수익형 부동산으로 바꾸라5년 후 은퇴할 A씨의 노후 준비

도일 남건욱 2010. 4. 2. 23:06
아파트를 수익형 부동산으로 바꾸라
5년 후 은퇴할 A씨의 노후 준비
상가보다 임대주택이 안전 …‘강남 눈높이’ 과감히 버리자
김 부장 위한 ‘3단계 은퇴 준비 전략’
최은경 기자·chin1chuk@joongang.co.kr

자산 15억원. 서울 강남 125㎡ 아파트. 25년 동안 직장생활로 A(53)씨가 이룬 결실이다. 물려받은 재산 한 푼 없이 알뜰살뜰 월급을 모아 일군 피와 땀이다. 누가 봐도 이 정도면 괜찮은 듯싶다. A씨 역시 같은 생각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A씨는 공무원이다.

한 달 월급은 650만원 정도. 그는 4~5년 뒤에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 그나마 공무원이라 정년을 지킬 수 있다. 대학생인 아들(26), 딸(21)의 학비 역시 직장에서 지원한다. 은퇴 후엔 매달 300만원씩 공무원연금이 나온다. 다른 예비 은퇴자보다 유리한 것 같지만 상담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금융권 경력 13년의 우리투자증권 김양수 프라이빗뱅커(PB)는 “A씨의 자산구조가 전형적인 한국형”이라고 평가했다. 상·중·하로 나눈다면 중상(中上) 정도라고. 상(上)은 분명 아니라고 했다. 아들, 딸 다 키웠고 강남에 번듯한 내 집까지 있는 A씨가 뭐가 부족해 상위권에 들지 못한 걸까.

재무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A씨가 살고 있는 강남 아파트는 14억원이 좀 넘는다. 15억원 자산 가운데 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95%에 달한다. 워낙 고가라 아직 갚지 못한 대출금이 1억원이다. 현금자산은 불과 2500만원. 보험에 납입한 돈이 3000만원 정도고 얼마 전 가입한 펀드 2개는 마이너스 두 자리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월 납입액은 200만원이 채 안 된다. 아파트 구입에 치중해 다른 재산을 모으지 못한 탓이다. 김 PB가 말한 전형적인 한국형 자산이다. 부동산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유동자산이 부족하다. A씨는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한 아파트를 팔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할부금이 남은 자동차를 폐기해야 하는 것과 같다. 팔지 않으면 또 대출을 받아야 해 어쩔 수 없다.

자녀 결혼자금·노후 생활비 고민

돈이 필요한 목적은 두 가지다. 아들, 딸의 결혼자금과 은퇴 후 생활비다. 김 PB는 “은퇴를 앞둔 50대는 두 가지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먼저 노후자금과 관련해 조언했다.

“지출을 따져 볼까요. A씨가 한 달 동안 쓰는 생활비는 400만원 정도입니다. 자녀 용돈이나 학원비로 나가는 100만원을 빼면 300만원이지요. 은퇴하고 받을 수 있는 공무원 연금은 300만원 정도라고 해요. A씨는 은퇴 후 생활비로 월 400만원을 생각하고 있지만 현재 월급 외에 다른 수익이 없습니다. 새 수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김 PB는 일반적으로 은퇴 후 생활비가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여행, 건강검진 등으로 여가비와 건강 관련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자녀 결혼자금은 눈높이에 따라 지출이 달라질 수 있다. A씨는 강남권 생활 방식에 익숙하다. 자녀 1명당 2억원을 주고 싶다고 했지만 김 PB는 은퇴 후 생활비를 생각할 때 불가능하며 둘이 합쳐 2억원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상담이 진행될수록 A씨는 아파트를 팔아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내키지 않는지 아파트를 담보로 연금을 지급받는 역모기지론에 대해 물었지만 이마저도 어렵다. 역모기지론은 부부 모두 만 60세 이상, 1가구 1주택자, 9억원 이하 아파트 소유자에 한해 가입할 수 있다.

역모기지론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금융공사 홈페이지(www.khfc.co.kr)에서 알 수 있다. 고가의 아파트는 세금 역시 만만치 않다. 몇 백만원대 재산세뿐 아니라 전체 지출의 5% 이상을 차지하는 비싼 관리비는 큰 부담이다. 2000년에 4억원을 주고 사 시세차익을 제대로 올린 이 아파트는 이제 유지비만 들고 용도에 맞지 않는 스포츠카 같은 신세다.

매도 외에 다른 방법이 없어 보였다. 김 PB가 내놓은 개선책은 이렇다. 먼저 아파트를 팔아 얻은 여유자금으로 남은 대출금 1억원을 청산하고 자녀 결혼 자금을 만든다. 남은 돈은 수익상품에 투자해 이익을 창출한다.
A씨는 고민 끝에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 당장은 아니다.

 

부인 명의 재산 준비해야

재건축 이슈가 있어 집값이 더 오를 거라는 김 PB의 조언에 따라 좀 더 기다리기로 했다. 은퇴 전에는 팔 생각이다. 김 PB는 “새 집을 마련할 때 경기도 외곽 지역은 3억~5억원이면 되지만 계속 강남에 살려면 7억~8억원이 필요하다”며 “눈높이를 낮춰 생활권역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퇴 후 월 생활비 400만원을 어떻게 확보할까. 공무원연금 300만원이 나온다 해도 100만원이 모자란다. 김 PB에 따르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상가나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김 PB는 “경기 영향을 받는 상가보다 임대주택에 투자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상가에 투자한다면 위치 등에서 유리한 물건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수익 창출 수단은 금융상품 이자 소득이다. 김 PB는 A씨가 돈을 넣을 만한 금융상품으로, 가입하는 즉시 연금이 나오는 즉시연금과 정기적으로 이자가 지급되는 채권인 이표채를 추천했다. 이어 그는 “변동성이 큰 현 경기 상황을 고려해 채권형·혼합형 펀드,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지수연동연금(ELD)에 투자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A씨의 부인은 49세로 이제까지 전업주부로 살았다. 아파트는 A씨 명의다. 김 PB는 “여자가 평균수명이 더 길어 부인 명의의 자산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 면에서도 지금 바로 지분을 나누는 게 유리하다고 했다.

“한 사람 명의로 하면 보유세·양도세 부담이 큽니다. 이 아파트는 앞으로 자산가치가 더 상승할 여지가 있어 3~4년 후에 팔더라도 부인과 공동 명의로 바꾸는 것이 유리합니다. 명의를 이전할 때 취·등록세가 발생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퇴직 후 바로 연금이 나오는 A씨는 퇴직금으로 목돈을 만질 기회가 없다. 김 PB는 “오히려 다행”이라며 “은퇴를 앞둔 50대에게 가장 무서운 함정이 바로 퇴직금”이라고 말했다. 투자 유혹에 빠지기 쉬워서다.

“무리한 수익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가령 무분별하게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해요. 기대수익률은 인플레이션을 해지할 수 있을 정도면 됩니다. 땅을 사는 것 역시 위험합니다. 한 대기업 간부는 퇴직금 3억여원을 몽땅 땅에 투자했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요. 돈을 장기간 묶어두면 좋지 않습니다.”

A씨는 이번 상담을 통해 배웠다. 은퇴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수익성이 아닌 유동성과 안정성이라는 것을 말이다.

은퇴 준비 ‘상위권’ 오르려면
Q 유동자산 적은데
A 관리비 비싼 아파트 팔아라
Q 새 집은 어디에
A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Q 자녀 결혼 자금은
A 자산 수준에 맞게
Q 은퇴 후 생활비 부족하면
A 아파트 판 돈 임대주택에 투자하라
Q 투자할 만한 금융상품은
A 채권형·혼합형 펀드, ELS, E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