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제2 반도체 신화 ‘캐치업’이 관건한국 기업 과제

도일 남건욱 2010. 12. 24. 18:53
제2 반도체 신화 ‘캐치업’이 관건
한국 기업 과제

기술력에서 獨·日, 비용 경쟁력에선 中 따돌려야 승산
이성호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

이명박 대통령은 10월 13일 신재생에너지 대전을 김황식 국무총리, 이재오 특임장관과 함께 참관했다.

지난 6월 남아공 월드컵 당시 국내 태양광 업계 종사자의 눈길을 끌었던 게 있다. 붉게 타오르는 태양 이미지가 배경인 ‘잉리 솔라’의 광고판이었다. 잉리 솔라는 남아공 월드컵 후원사로 중국이 자랑하는 글로벌 태양전지 업체다. 이 광고판엔 중국 태양광 산업의 위상을 뽐내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던 셈이다. 중국이 세계 최대 청정 에너지 투자국으로 뜬다. 특히 태양광 산업의 성장세는 파죽지세를 방불케 한다. 국내 태양광 기업 중엔 태양전지 셀·모듈의 생산용량이 400㎿를 넘는 곳이 아직 없다. 이에 반해 중국엔 생산용량이 1GW(1000㎿)를 넘는 기업이 4곳에 달한다. 중국이 태양광 산업에서 만리장성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 것이다.

세계 태양광 산업을 이끄는 독일·일본에 비해 기술력이 뒤져 있는 우리나라로선 샌드위치 신세에 빠질 위기다. 중국이 비용 경쟁력을 무기로 무섭게 치고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LCD의 오랜 라이벌 대만도 태양광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국 정부는 10월 13일 “2015년까지 태양광 산업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5%를 달성해 세계 5대 국가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한국의 과제는 뭘까?

먼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중국을 비롯한 각국 기업이 경쟁적으로 태양전지 셀·모듈의 생산용량을 늘리는 건 규모의 경제 때문이다. 국내의 한 태양전지 셀 업체는 생산용량을 100㎿로 늘렸더니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바뀌었다고 한다. 태양광 산업이 고속성장하는 덕도 있겠지만 규모의 경제가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쉽게도 국내 태양광 업계엔 대규모 생산용량을 가진 글로벌 플레이어가 아직 없다. 과감한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수직계열화, 공정기술 개발 등을 통한 비용 경쟁력 강화도 우리의 과제다. 반도체·LCD 기업이 탁월한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비용 경쟁력을 키웠던 것처럼 태양광 산업에서도 소재와 장비의 국내 인프라 구축에 힘써 절름발이 성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브랜드 구축에도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의 태양광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지만 브랜드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국내 주요 태양광 기업은 해외시장에서 중국산보다 높은 가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 신뢰도에서 큰 점수를 얻기 때문이다. 프리미엄급 상품 개발기술과 품질관리 능력이 필요한 때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게 정책적 지원이다. 중국이 그린보호주의 비난에도 자국의 태양광 기업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는 건 태양광 산업의 잠재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정부도 이를 잘 인식하고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기업은 세제·금융지원 등 좀 더 많은 요청을 할 수밖에 없다.

올해 국내 태양광 기업은 매출의 70% 이상을 수출에서 올릴 전망이다. 자칫 태양광 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오해할 만하다. 하지만 내수 기반 강화는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다. 독일·일본이 수출과 내수 기반 강화를 병행하며 태양광 산업을 키운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