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 ‘수학여행지’에서 ‘레포츠도시’로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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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자체가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각 마을의 특성을 찾아내고, 특성에 맞게 마을을 정비하고 알리면 마을 스스로 얼마든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농민 스스로 관광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제4회 차세대 CEO 공공부문 수상자로 뽑힌 이준원(45) 충남 공주시장. 그는 남이 보기에는 평범한 농촌 마을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이 시장의 두 가지 특성을 알 수 있다. ‘경제’를 중심으로 한 지역발전에 철저한 사람이라는 점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공주대 행정학과 교수 출신으로 지역발전을 이론적으로 접근해 가는 그는 2006년 민선4기 단체장으로 뽑힌 이래 4년 반 동안 ‘공주의 변신’을 선두에서 이끌어왔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떠올리는 ‘공주시’의 이미지는 한결같다. ‘수학여행 가는 곳’이다. 공주가 경주나 부여와 함께 수학여행지로 떠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삼국시대에는 웅진(熊津)으로 불렸던 공주는 475년부터 538년까지 백제의 수도였다. 당연히 역사유적이 많다. 발굴 유적 중 22점이 국보로 지정된 무령왕릉이 있고 마곡사, 갑사, 동학사 등 천년 사찰이 6개나 된다.
‘수학여행’ 이미지 벗어야
하지만 생각해 보자. 역사유적 보자고 관광을 떠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수학여행 등 학습관광은 이제 뒤떨어진 관광행태로 그야말로 업계 유물이 됐다. 자연과 함께하는 생태관광, 가족이 며칠 묵으며 자연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휴식관광, 그리고 주말농장에서 고추나 감자를 기르는 체험관광, 레포츠를 즐기는 참여관광이 대세다.
“공주는 바뀌어야 하고 또 실제로 바뀌고 있습니다. 수학여행객을 위한 역사·관광도시에서 생태·레포츠도시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제 공주는 도시민들이 주말에 내려와 자연과 농사를 체험하고, 경비행기와 패러글라이딩, 요트를 즐기는 새로운 도시로 탄생할 것입니다.”
이 시장은 공주의 ‘변신’에 모든 힘을 쏟는다. “공주는 변신 없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취임 때만 해도 공주는 여전히 역사관광을 중심으로 한 수학여행지였습니다. 유물·유적이 많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유물·유적만 있을 뿐 관광인프라나 프로그램 등 관광을 위한 필수요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변변한 숙박시설이 없어 관광객은 당일치기로 왔다 갈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 식으로 공주가 생존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관광도시’ 공주를 살리려는 그는 ‘교수’ 출신답게 전략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첫째가 ‘관광인프라 구축전략’이었다.
“관광인프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교통입니다. 도로나 경전철 등이 대표적인 예인데, 솔직히 이 문제는 기초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환경은 좋았습니다. 바로 옆에 행정복합도시가 생기고 아산·탕정 산업지구 등 다양한 산업도시도 건설되고 있습니다. 공주는 교통의 요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요. 이미 공주는 고속도로 IC가 8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습니다. 교통문제는 해결됐다고 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교통이 좋아졌다고 해서 관광인프라가 모두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숙박시설 또한 중요한 인프라지요. 취임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호텔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었는데, 곰나루 일대에 한옥으로 숙박촌을 근사하게 지었지요. 한꺼번에 500명이 잘 수 있는 공간입니다. 현재 마을회관도 콘도 형식으로 바꾸고 있는 중입니다. 2011년에는 작은 컨벤션센터도 지어 다양한 관광시설과 연계해 활용할 계획이지요. 앞으로 2~3년 뒤면 숙박과 관련된 인프라도 웬만큼 갖춰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통이 좋아지고 좋은 숙박시설이 생기면 관광객이 찾아온다? 그건 아닐 것이다. 관광인프라 구축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전략은 다른 차원의 얘기다. 이 시장은 전혀 새로운 개념의 마케팅 전략을 도입했다. ‘5도(都)2촌(村)운동’이나 ‘사이버시민제’가 그것이다.
“세종시와 대덕테크노밸리, 천안 및 아산·탕정 산업지구 등 공주 주변에 새로운 산업·행정도시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인구가 무려 400만 명이나 새로 생겨나는 것이지요. 공주로서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환경변화로 봐야 할 것입니다. 거기에 주5일제 근무가 계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공주는 기회를 맞은 것입니다. ‘일주일 중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농촌에서 보내자’는 의미의 ‘5도2촌운동’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사이버시민제’ 역시 공주시가 처음 시도한 신선한 마케팅 전략이다. 사이버상에서 공주시민으로 등록한 이들에게 무령왕릉과 공산성, 석장리박물관 등의 입장료를 면제해 주고, 공주 시내 숙박·음식업체의 할인혜택을 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2008년 시작된 이 제도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사이버시민 수는 현재 26만 명으로 오프라인의 실제 시민 12만6000명의 두 배가 넘는다. 이 시장은 “사이버시민의 30%가 서울·수도권 거주자라는 사실은 공주 관광의 발전을 예상할 수 있는 좋은 잣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해결해야 했던 전략은 바로 프로그램 공급이었다. 접근성이 좋아지고 숙박업소가 새로 생겼다고 해서, 또 마케팅 슬로건이 좋고 사이버시민이 늘었다고 해서 이 모두가 공주시 관광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주시를 찾은 방문객이 뭔가 재미있게 놀고 먹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400만 신도시 인구 잡아라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데도 두 가지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활용할 수 있는 기존 시설을 발굴해 내는 것과 새로운 프로그램을 공급하기 위해 새로운 시설을 만드는 것이지요. 주어진 예산 내에서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마을의 상품화 전략’이 나온 것이다. “있는 것을 활용하는 것이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 시장은 “수백, 수천 년 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갖고 생존해 온 농촌 마을이야말로 그 어느 것보다 상품화 가치를 갖는다”고 본다. 왜? “체험관광이 붐을 이루기 때문”이다.
“마을은 삶, 그 자체의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일주일 중 이틀을 이 마을에서 살며 특화된 농촌을 체험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지요.”
그는 이를 위해 공주시 30개 마을을 나름대로 특화하려 애썼다. 고성리의 ‘꽃내미 풀꽃이랑마을’, 구암2리의 ‘구난이 약나무마을’, 대룡1리의 ‘무르실 고추마을’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마을을 브랜드화하는 참신한 시도였다”며 이 사업에 높은 점수를 줬다.
관광도시 공주의 새로운 부활을 꿈꾸는 이 시장은 레포츠시설과 프로그램에서 그 마지막 해답을 찾는다. “공주 주변 신도시에 상당수 젊은 층이 포함된 인구 400만 명이 새롭게 유입될 전망인 만큼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비행기 비행장은 이미 세 곳이나 된다”는 이 시장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나 요트장 등이 중요한 시설로 공주를 알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년 내에 공주는 ‘수학여행’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이들을 위한 ‘레포츠도시’로 탈바꿈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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