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韓-美초소형 비행로봇 ‘날갯짓’… 그 개발현장을 가다

도일 남건욱 2011. 5. 6. 12:17

韓-美초소형 비행로봇 ‘날갯짓’… 그 개발현장을 가다

美 ‘파리’ 성능 탁월… 韓 ‘풍뎅이’ 상용화 유리

2011년 05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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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안됩니다. 거기 전선이 달렸어요!”

초소형 비행로봇 취재를 위해 올해 2월 말 방문한 미국 케임브리지 시 하버드대 연구실. 사진을 찍기 위해 ‘파리’ 로봇을 살짝 집어 올렸더니 옆에 있던 연구원이 놀라며 제지했다. 하마터면 전선이 끊어질 뻔했다. 로봇에는 머리카락 굵기만 한 아주 가느다란 전선이 달려 있었다.

첩보영화에서나 볼 법한 초소형 비행로봇이 실제 개발되고 있다. 이들은 곤충을 모방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인기 드라마 ‘아테나’에 나왔던 무당벌레 로봇처럼 몰래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이라도 곧 등장하는 걸까. 국내외 주요 연구 현장을 취재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었다. 로봇들은 이제 막 ‘날갯짓’을 시작한 단계였다.

● 파리 로봇, 초당 120회 이상 날갯짓



미국 하버드대 전기공학과 로버트 우드 교수팀은 이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꼽힌다. 연구진은 무게 0.056g, 날개 길이 2cm 남짓한 초소형 ‘파리 로봇’을 개발 중이다. 아직은 세로로 길게 늘어뜨린 얇은 전선에 매달려 공중부양하듯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비행하는 수준이었다.

매달려 있는 전선(電線)은 비행하는 로봇에게 전기를 전달하는 일을 맡는다. 아직 파리 로봇에 탑재할 만한 초소형 배터리가 없기 때문에 외부 전원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 전선은 또 파리 로봇이 아무 곳으로 날아가지 못하게 붙들어 매는 역할을 한다. 날아오를 때 균형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로봇을 제어하는 장치도 아직 로봇에 탑재되지 못하고 외부에 있다. 외부 제어장치는 레이저를 쏘며 로봇이 떠 있는 높이를 계산하고, 그 값을 전선을 통해 로봇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매우 빨리 퍼덕거리는 날개’로 공중에 떠오르는 능력은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초소형 비행로봇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파리 로봇의 날개에는 ‘압전소자(壓電素子)’가 쓰인다. 전류가 흐르면 물리적인 힘을 발생시키는 물질이다. 파리 몸통에 전압을 걸면 압전소자에 힘이 발생하고, 그 끝에 달려있는 양 날개가 움직이게 된다.

이 압전소자를 여러 층으로 겹쳐놓고 정밀하게 가공하는 기술이 연구진의 노하우다. 방문연구원으로 함께 연구 중인 서울대 기계공학부 김현진 교수는 “초소형 비행로봇의 정밀 설계나 가공에서는 우드 교수팀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로봇은 압전소자를 이용해 초당 120∼150회 가까이 날갯짓을 한다. 이때 로봇 무게의 3.5배에 해당하는 힘(양력)이 생기면서 파리가 날아오르게 된다. 우드 교수는 “전선이 없어도 안정적으로 비행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선 배터리와 제어장치를 로봇에 탑재하고, 비행 동안 발생하는 갖가지 복잡한 유체역학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곤충 중 파리를 선택한 것에 대해 우드 교수는 “공중에 떠 있기도 하고 재빨리 방향을 바꾸는 등 파리는 다양한 비행 능력을 갖고 있다”며 “이에 관한 생물학적 연구도 많이 축적돼 있다”고 답했다.

● 장수풍뎅이 로봇, 모터 구동


미국에 파리 로봇이 있다면 한국에는 장수풍뎅이 로봇이 있다. 건국대 신기술융합학과 박훈철 교수팀은 무게 6g, 날개 길이 6cm인 장수풍뎅이 날갯짓을 모방하는 비행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장수풍뎅이 로봇은 소형 ‘모터(전동기)’를 이용해 날개를 움직인다. 이 로봇도 아직 배터리를 탑재할 수 없어 얇은 전선으로 전기를 공급받는다.

전압을 걸면 1초에 38회의 날갯짓으로 양력을 일으켜 떠오른다. 파리 로봇과 마찬가지로 아직 비행하는 동안 균형을 잡지는 못하고 있다. 박 교수는 “곤충 로봇은 보통의 비행체와 달리 꼬리 없이 날개로만 동작을 만들기 때문에 균형을 잡기가 아주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팀이 압전소자가 아닌 모터를 선택한 것은 실용적인 이유에서다. 박 교수는 “압전소자를 쓰는 것이 곤충의 날갯짓을 더 잘 재현하고 크기를 줄이는 데 유리하지만 높은 전압을 필요로 한다”며 “반면 모터 구동 방식은 전압 증폭장치를 추가로 탑재하지 않아도 돼 로봇의 무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상용화는 더 빠를 것”으로 기대했다.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 주)=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