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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은 곳은 평창의 조그마한 마을이었다. 누구든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이름, 바로 그 유명한 봉평이다. 그 곳은 온통 메밀과 관련된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동안 메밀하면 가끔 먹던 메밀묵 정도나 생각해왔던 고정관념은 이내 사라졌다. 그리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메밀관련 제품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봉평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였던 작가의 생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관광단지로 완전히 탈바꿈하고 있었다. 이효석 생가와 주변의 물레방아 시설, 강에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섭다리 등 다양한 볼거리가 설치되어 있어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곳곳에 초가집으로 만들어진 음식점에는 메밀묵과 메밀전병, 메밀국수 등 메밀로 만든 각종 음식들이 관광으로 지친 나그네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봉평마을은 우리가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작은 부분 즉 요즘 농업부문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 `어메너티(amenity)'를 찾아내 이를 관광자원으로 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어메너티란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농촌의 모든 경제적 자원을 말한다. 즉 농촌 특유의 자연환경과 전원풍경, 지역공동체 문화, 지역 특유의 수공예품, 문화유적 등 다양한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만족감과 쾌적성을 주는 요소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요즘 농촌은 FTA및 WTO협상 진전에 따른 외국농산물 수입확대 등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 정책들이 나오고 있으나 산적한 문제들을 시원하게 해결해 나가기란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농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앞서가는 신지식농업인 즉 프로농업인들도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매실하나로 외길을 살아온 청매실 농원 홍쌍리 여사, 허브에 관한 한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상수허브랜드의 이상수 사장 등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농업분야에서도 농촌 어메너티를 활용하여 선구자의 길을 걸어가는 분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
무한경쟁과 변화의 속도 시대에 농업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는 남보다 앞서지 않으면 어느 분야에서든 살아 남기가 힘든 세상이 된 것이다.
최근 주5일제 실시와 더불어 일명 `휴(休)테크' 관련 산업과 `웰빙' 열풍과 더불어 친환경 산업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위기를 기회로 삼아, 주어진 자원에 지혜를 덧붙여 새로운 소득원을 찾아야 한다. 지금이 바로 정부·농협·농업인 모두가 힘을 하나로 합쳐 농촌의 어메너티를 적극 개발함으로써 이를 `지역농업클러스터'와 연계하여 21C 우리농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키워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김춘래<농협중앙회 교육혁신단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