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창조하는 법

도일 남건욱 2011. 11. 28. 10:34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라는 작가의 인생 역정이 극적입니다.
거액을 받고 창업한 회사를 매각하기로 계약을 맺고 한 달간의 휴가를 떠났습니다.
돌아와서 최종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다시 만나기 며칠 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여 매각 무효화되고
빈털털이가 되고 말았군요.
역경이 기회가 되어 오히려 창조성을 다루는 전문가가 되곧 하고
창업에서 다시 큰 돈을 만지게 된 인물의 창조 이야기~


1. 모든 새로운 아이디어는 기존에 있던 아이디어들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내가 개발한 단순한 디렉트 마케팅 아이디어도,
아인슈타인의 정교한 물리학적 아이디어도 그랬다.
둘 다 기존에 있던 아이디어들을 새롭게 조합한 결과물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았던가.
"창의성의 비밀은 그 원천을 숨기는 방법을 아는 데 있다."


2. 나는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아! 어쩌면 진리는 단순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도독이고,
도독 사이에 의리가 지켜지는 것일 뿐일지도 모른다.
이 새로운 통찰력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모든 게 선명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든 다른 사람들이 가진 아이디어든
다른 사람들이 가진 아이디어에서 나온다.


3. 몇몇 아이디어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게 다 그렇다고.
나는 마치 임금님이 벌거벗었음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말하는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나오는 소년이 된 듯했다.
창의성에 대해 내 눈에 보이는 명백한 사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창의성은 기다리면 되는 게 아니라
탐구해서 얻는 것이라고,
다시 말해 창의적인 생각이란 어느 순간 머릿속에 어떤 것이
퍼뜩 떠오를 때까지 기라디는 행위가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어떤 아이디어를 찾는 탐색 행위라고 주장했다.


4. 발랄한 재기와 천재성은 얼마든지 남에 빌릴 수 있다.
이런 사실은 현대 지식사회의 특성이 아니라
인류 역사가 시작된 때부터 존재한 진실이다.
아이디어는 기존의 아이디어들 속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아이디어의 세계에서는 독창성과 도독질이 종이 한 장 차이다.


5. 미국 제7순회항소법원 판사인 리처드 포스너는
(표절에 대한 작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지금과 달리 창의성은 독창성 개념이 아니라
개선의 개념, 달리 말해 창조적인 모방의 개념으로 이해되었다.
(...)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셰익스피어 시대에 사람들은 창조적인 모방을
오늘날처럼 중요하게 여겼지만, 현대적인 의미의 '독창성', 모방적인 요소가
최소화됐거나 혹은 그런 모방을 효과적으로 은폐한 개념인 독창성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6. 포스너는 독창성 및 표절의 개념은
14세기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시기에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그 이전에는 미술가가 건축가, 과학자 혹은 작가가 자기 작품에 서명하는
사례가 드물었다.
혁신과 창의성은 상호보완적인 개념이었고,
아이디어는 서로 모방하는 과정에서 진화하는 개념이었다.
표절이라는 개념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복사와 창조의 뿌리는 동일했다.
어떤 것을 복사하고 모방하는 사람에게는
기존의 것보다 더 좋게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됐을 뿐이다.
사실 '르네상스'라는 단어도 '재탄생'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7. 르네상스를 말할 때 우리는 창의적인 생각이 붓물처럼
터졌을 때를 떠올리지만, 그 시기는 복사와 모방의 시대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재탄생'이란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되살림을 뜻하기 때문이다.


8. 르네상스가 끝나갈 무렵에는 독창적인 작품에 엄청난 가치가 매겨졌다.
그림에서는 화가의 서명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복사와 표절은 저주와 비난의 대상이 됐다.
그러면서 창의적인 과정을 오해하기 시작했다.
'독창성'이라는 개념의 가치가 커질수록
오해는 더 심해졌다.
화가나 작가는 자기 작품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려 들지 않았다.
자기 것을 모방하거나 표절하는 행위로부터 자기 자신과 작품을
지켜려고 했다.


9. 과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의적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살았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바뀌고 있다.
혁신의 파도가 높이 일고 있다. 오래지 않아 혁신과 창의성은
모든 사람의 의무 사항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출처: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 (바로잉), 흐름출판, p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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