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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획기적 암치료 약물 발견 '화제'

도일 남건욱 2012. 2. 23. 13:48

한국, 획기적 암치료 약물 발견 '화제'

정재호 연세대 세브란스 교수 "암세포 절반으로 작아져"
재미 과학자 임성현 박사, 초간편 폐암진단 신기술 개발

 

암 치료 및 진단을 혁신할 의료기술이 한국인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정재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와 공동으로 체내에서 에너지 생성을 억제하는 당뇨병치료제 성분 '메트포르민'과 당대사 억제물질인 '2-디옥시글루코스'를 함께 투여하는 생쥐 실험을 한 결과 암세포가 약 절반 정도로 줄어드는 효과를 관찰했다고 23일 밝혔다.

정 교수에 따르면 메트포르민은 암세포 내 에너지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생성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또 '2-디옥시글루코스'는 포도당처럼 쉽게 암세포 속으로 들어가지만 에너지로 만드는 대사 작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연구팀에 따르면 암에 걸린 생쥐에 두 성분을 함께 투여한 뒤 21일이 지나자 종양의 크기가 아무것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의 48% 수준으로 작아졌다. 종양의 무게도 대조군보다 절반 이하로 줄었다. 두 약물을 함께 투여하면 암 세포가 굶어 죽는 셈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발간하는 항암제 전문 저널인 '분자 암치료법(Molecular Cancer therapeutics)' 최근호에 하이라이트 연구성과로 뽑혔다.

재미 한국인 과학자인 임성현 박사는 호흡 측정만으로 폐암을 진단하는 신기술을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과 일리노이대학 대학원을 거쳐 2002년부터 2006년까지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한 임 박사는 이 획기적인 기술의 핵심 센서를 개발해 해당 연구가 실용화 단계로 진입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임 박사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클리블랜드 병원에서 진행한 임상실험을 통해 폐암 여부를 83%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이 특히 방사선 노출을 감수해야 하는 CT촬영(80%)보다 정확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임 박사는 "단 5분의 호흡 테스트를 통해 조직검사로만 식별 가능한 특정 폐암의 종류와 진행 정도까지 예측할 수 있다"면서 "폐암 초기 단계도 진단이 가능해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임 박사는 이 연구의 최초 개발자인 은사 케니스 서슬릭 박사, 물리의학자 폴 로즈 박사, 그리고 세계 최초로 '바코드 리더'를 개발한 레이 마티노 등 3명의 중견 과학자들과 실리콘밸리에 첨단의료기업 '메타볼로믹스(Metabolomx)'를 설립하고 이 기술을 이용한 호흡 분석기를 실용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메타볼로믹스의 이 임상실험 결과는 최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발행하는 '테크놀러지 리뷰(TR)' 등에 소개된 후 미국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임 박사는 이 기술을 결장암과 결핵 진단에 응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임 박사는 일리노이대학 서슬릭 박사팀이 추진하던 호흡 측정 센서 개발 연구에 나노 기술을 접합시켜 호흡 측정 감도를 1,000배 이상 향상시켜 이 연구의 응용 분야를 결장암, 결핵 진단 등으로까지 확대했다.